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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 or XY?

▲ 현재 남자로 살고 있는 알렉스
ⓒ Polyfilm
사람은 출생의 순간부터 사망의 순간까지 수많은 서류를 만들고 제출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서류는 분명한 성별의 기입을 요구한다. 여자인가 아니면 남자인가. 우리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여성, 혹은 남성 칸에 0표, X표, V표 등을 끄적거림으로써 우리의 성별을 확인시킨다.

그러나 이 세상에 정말로 여자와 남자, 즉 XX와 XY라는 두 성만이 존재할까?

오스트리아 프라이버그 대학(University Freiburg)의 지그리드 슈미츠 박사는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으로도 지구상에는 4000여개의 성복합체가 있다"고 밝혔다. 세상에는 여성과 남성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염색체의 결합여부에 따라서 중성(中性)이나 간성(間性)도 함께 존재한다는 의미가 된다.

인터섹슈얼리티, 인터섹스(Intersexuality, Intersex)라 불리는 중성, 간성은 반음양증상으로 내적 외적으로 여자와 남자의 두 성별을 함께 지니고 태어난다. 의학발표에 의하면 2000명의 아기들 중 한명은 인터섹스로 태어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영아기 혹은 성정체성을 느끼기 전인 유아기에 여성으로의 성전환수술을 하게 되는 경우가 90% 이상이다. 지금까지의 의학결과를 보면 여성으로의 성전환수술이 남성으로의 성전환수술에 비해 성형적으로나 기능적으로 더 성공적이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에서 살고 있는 알렉스 유어르겐(29)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여성으로의 성전환수술을 받고 '알렉산드라'로 살아왔다. 그러나 알렉산드라의 여성은 부모와 의사가 선택한 성이다. 성인이 된 그는 현재 남성으로 살고 있다.

▲ '중성 아이들에게 수술을 하지 말라'는 슬로건이 적혀져 있는 티셔츠를 입고 있는 알렉스.
ⓒ Polyfilm
페니스 절단· 플라스틱 질 삽입으로 중성에서 여성이 되다

알렉스는 두 살이 되던 해에 한 외과의사의 제안에 따라 페니스와 고환을 절단하고 플라스틱 질(膣)을 삽입하는 것으로 여성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알렉스는 그가 살던 동네에서 유일하게 XXL 사이즈 옷을 입어야 하는 거구의 소녀였다.

오스트리아에는 현재 20명에서 25명 사이의 사람들이 출생과 더불어 확실하게 정의내릴 수 없는 성별로 살아가고 있다. 알렉스는 그중의 한 명이다.

"나는 내가 죽을병에 걸려 매우 심각하게 아픈 줄만 알고 있었다. 의사들은 부모님을 설득해 절대로 내가 중성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도록 입단속을 시켰다. 그러나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갔을 때 내 주위를 수십명의 의대생들이 둘러쌌다. 드디어 내 바지가 벗겨지자 몇몇 학생들은 사진을 찍었고 몇몇은 내 몸을 만지도록 허락을 받기도 했다. 나는 그때 알았다. 내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 주간지 <프로필>과의 인터뷰에서)

알렉스가 자기 자신의 성에 대해 확실히 알게된 것은 몇 년이 더 흐른 후다. 6살 때 한차례 더 페니스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을 때도, 10살 때 고환을 다시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을 때도 그는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

알렉스는 12살 때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았다. 그때 알렉스가 본 여성의 질과 다른 소녀들의 질은 그의 것과 달랐다. 알렉스는 다른 소녀들이 지닌 질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 이후 알렉스는 자신이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중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는 스커트를 입고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소녀 알렉산드라로 성장하고 있었다. 왜? 의사와 부모의 강요에 의해서 말이다.

내 인생은 나의 것, 떳떳하게 살다

▲ 알렉스(왼쪽)와 필름메이커 엘리자베스 샤랑
ⓒ Polyfilm
현재 그는 알렉산드라라는 이름을 남자이름인 알렉스로 바꾸어 남자로 살아가고 있다.

그는 여성과 남성만 존재하는 우리의 세상에서 '소수'로 살아왔으며 언제나 떳떳하지 못했다. 그러나 2002년 가을 어느날, 26살의 알렉스는 필름감독이자 라디오 모더레이터인 엘리자베스 샤랑이 진행하는 공중파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했다. 이 일로 인해 오스트리아의 미디어 역사상 가장 처음으로 터부로 여겨지는 테마가 대중에 공개되었다.

이러한 인연을 바탕으로 엘리자베스 샤랑은 알렉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틴텐피쉬알람>(이하 '오징어경보', Tintenfischalarm)을 제작했다. 이 영화는 56회 베를린 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되었다.

그런데 왜 하필 영화 제목이 '오징어경보'인가. 알렉스는 영화 <오징어경보>의 공식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이것의 의미를 밝혔다.

"오징어경보는 내가 가장 힘들었던 상황을 지칭하는 이름이다. 내 성이 중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어떻게서든 내 몸을 남들로부터 숨겼다. 14살이 되었을 때 학교의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의 몸을 슬쩍 누르거나 하는 일이 있었는데, 남학생들이 내 허벅지 사이를 누르거나 만지려고 할 때마다 나는 그것을 어떻게든 막았다. 그때의 상황을 나는 오징어경보라고 스스로 지칭했다."

"중성 아이들에게 성 선택권 주어야"

▲ 알렉스가 알렉산드라로 살던 어린 시절.
ⓒ Polyfilm
알렉스의 유전인자는 염색체상으로는 XY, 즉 남성이다. 그러나 출생전 호르몬조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안쪽으로 들어간 고환과 아주 작은 페니스를 가지고 태어났다. 어찌되었건 알렉스가 가지고 있는 육체적 성은 남성임이 분명하지만, 의사의 제안과 부모의 동의로 알렉스는 남성적 상징들을 모두 절단해야만 했고 플라스틱 질의 삽입으로 어린 시절을 여성으로 살아야만 했다.

알렉스를 힘들게 하는 것은 그가 중성이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과 삶이 타의에 의해 결정되었다는 사실에 있다.

'남자아이도 여자아이도 아닌 이 아이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하는 이 터부테마는 이미 오래전부터 논쟁의 대상이었다. 미국의 심리학자 존 머니(John Money)는 1950년대에 이미 중성의 아이들을 다루는 가이드라인을 설정했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중성의 아이들이 2살이 되기 이전에 수술 등의 방법을 통해 확실한 하나의 성을 지정해주어야 한다는 것. 또한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이러한 수술사실을 절대로 언급해서는 안되며 정상적인 아이들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 존 머니의 이론이다.

하지만 이론과는 달리 현실에서는 의심의 여지 없이 강한 후유증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알렉스의 경우만 보아도 그러하다.

만약 그가 어떤 성으로 살아갈 것인가라는 자의적 선택을 할 수 있었다면 그는 페니스와 고환을 절단하지 않고도 중성이나 남성으로 살았을 수도 있다. 때문에 알렉스는 자신의 실화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오징어경보>를 통해 "중성의 아이들에게 자의적인 성 선택권을 주어야 하며, 성전환수술 등을 하기 전까지 자신의 성과 삶에 대해 후회없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오랜 시간을 기다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알렉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 <오징어경보> 인터넷 사이트.
ⓒ Polyfilm
알렉스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자신의 육체로 인해 10대 시절의 대부분을 우울하게 보냈다. 자살도 시도했던 적이 있었던 알렉스는 19살에 결핵으로 고생하다 어렵게 살아난 뒤 자신의 육체에 쏟아부었던 증오심에서 벗어났다. 알렉스는 "부모님은 의사의 제안을 믿고 나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하신 것일 뿐"이라며 부모도 더이상 원망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정말로 발견한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까. 주간지 <프로필>에 의하면, 그가 선택한 최선은 이러하다.

"오랫동안 나는 나 자신에게 물었다. 내가 정말 남성이 되길 원하는지. 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그렇다'라고 수긍할 수 없었다. 언젠가 나는 이 질문을 뒤집었다. 내가 여성이 되길 원하는지. 답변은 확실했다. '그렇지 않다'. 그럼, 작금의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되고 싶지 않으면 어떤 성이 되어야 하는가? 바로 남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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