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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전남도청 앞에 모인 시민과 외국인들
ⓒ 오승준
세월은 무심히 흘러 26년. 그동안 많은 것이 변하고, 없어지고, 일부는 다시 만들어졌지만 5ㆍ18만큼은 정지된 시간처럼 그 때 그 모습 그대로 우리 앞에 서 있다. 5·18민중항쟁의 기념행사는 과거의 기억을 오늘에 끄집어내어 미래를 위한 삶의 에너지로 재구성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전야제는 모든 기념행사의 시작점이다.

▲ 대동 한마음으로 추모 열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풍물패
ⓒ 오승준
5·18민중항쟁 26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6시 민주항쟁의 진원지인 광주 동구 금남로 1~3가와 옛 전남도청 앞 분수대 일대에서는 5·18민주항쟁 26주년 기념행사 전야를 맞아 <님을 위한 행진곡>이 장엄하게 울려 퍼졌다.

▲ 진혼무로 5·18영령들을 위로하고 있는 한영애씨
ⓒ 오승준
이번 전야제는 청소년과 주부, 노동자, 직장인, 노인 등 각계 자원봉사자 1천 300여명을 비롯,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80년 당시 상황을 그대로 연출한 대형 '퍼포먼스'였다. 전야제에는 무더워진 날씨 속에서도 2만 여명이 넘는 시민이 참가해 5월 정신 계승을 다짐했다.

특히 '내벗소리' 국악실내악단이 5·18 관련 곡을 국악으로 연주했고, 일본의 진보적 음악활동 그룹인 '우타고에'는 <아침이슬>을 한국어로 열창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민주불꽃, 평화바람, 통일씨앗 등으로 구성된 5월 풍물단이 각각 조선대학교, 전남대학교, 광주역, 광주공원 등지에서 출발해 많은 시민들과 함께 금남로로 집결하면서 전야제의 추모 열기가 더욱 고조됐다.

▲ 옛 전남도청 시계탑 아래 진혼마당에 나타난 시민군
ⓒ 오승준
풍물공연에 이어 한영애씨의 진혼마당에서는 5・18영령 및 나 자신과 우리의 미래를 위한 삼배와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진혼무 등이 이어졌다. 옛 전남도청 건물 시계탑 아래에서 20여분 동안 펼쳐진 한영애씨의 '진혼무' 퍼포먼스는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과 외국인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그리고 '우리는 왜 총을 들 수밖에 없었는가'라는 시민군 성명서가 낭독될 때는 숙연한 분위기가 이어지기도 했다.

▲ 시민군을 진압하기 위해 등장한 계엄군
ⓒ 오승준
특히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5・18재현마당에서는 체험단 모집을 통해 선발된 시민군과 계엄군, 일반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5・18직전 전남도청 앞 분수대에서 열렸던 민족민주화대성회, 비상계엄 전국확대 및 계엄군 배치, 투석전, 계엄군 발포, 시민군 결사항쟁 등 80년 오월 상황을 재연하는 5·18재현마당이 펼쳐질 때는 시민들의 눈과 귀가 집중되기도 했다.

▲ 대형 태극기를 들고 전남도청 앞으로 향하고 있는 시민들
ⓒ 오승준
또한 금남로 일대에서는 주먹밥을 나눠주는 행사가 대대적으로 벌어져 시민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기도 했다. 시민들은 주먹밥을 먹기 위해 삼삼오오 행사장 주변으로 모여들었고, 행사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을 기다리는 줄은 길게 이어졌다. 특히 계엄군 복장을 한 고등학생들도 곳곳에 모여 주먹밥을 먹으며, 5·18 민주항쟁이 주는 의미를 되새겼다.

5·18전야제의 대미는 이삭(18)군과 김지수(19)양의 <님을 위한 행진곡> 선언이었다. 선언은 너와 내가 따로 아닌 모두가 한식구였던 그날의 5·18정신을 올바로 기억하고 역사적으로 계승·발전시키자는 내용과 일련의 현 정치상황에 대한 통렬한 반성 등을 촉구하는 내용 등으로 감동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이날 5·18 당시를 재현하는 시민군으로 참여한 이삭(18)군은 "5·18 민주묘지에 가서 시민군들의 사진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며 "그분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편하게 자유와 민주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계엄군으로 참여한 김지수(19)양도 "지난해 주먹밥 만들기 행사에 참가했는데 어려운 가운데서도 광주시민들이 하나로 뭉친게 자랑스러웠다"며 "그분들의 희생과 봉사에 가슴 뭉클했다"고 말했다.

▲ 계엄군과 대치하고 있는 시민군
ⓒ 오승준
이날 전야제는 과거 무대 중심의 행사에서 탈피해 시민들이 직접 시민군으로 참여해 당시 상황을 재현하는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 계엄군의 최루탄 살포에도 물러서지 않는 시민들
ⓒ 오승준
주최 측은 대나무 신대와 대형 태극기, 횃불, 피켓, 플래카드, 만장 등 다양한 소품과 적절한 음향연출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고, 시민들도 5ㆍ18 그날로 되돌아간 듯 계엄군에 맞서 연좌시위와 오자미 투석전 등을 함께하며 항쟁의 참뜻을 되새겼다.

▲ '2006님을 위한 행진곡'을 낭독하고 있는 이삭군과 김지수양
ⓒ 오승준
5ㆍ18영령들의 넋을 위로하는 혼불 60개와 시민들이 소지한 손수건, 옷, 깃발, 라이터 등을 이용해 펼친 다양한 퍼포먼스에 이어 모든 참가자들이 한데 어울려 통일을 위한 인간 띠 잇기와 대동 한마당을 끝으로 전야제는 자정 무렵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 계엄군을 밀어내고 차량으로 전남도청을 향해 가고 있는 시민군
ⓒ 오승준
이날 행사에 계엄군으로 참가한 대학생 김대중(20)씨는 ' 말로만 듣던 5・18을 직접 체험해보니, 5・18때 자유와 민주를 위해 투쟁하다 희생되신 분들이 매우 훌륭한 일을 하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으며, 5・18을 이해하는데도 많은 공부가 되었다'고 말했다.

또 나주에 살면서 이번에 시민군으로 참가한 고등학생인 이주현(16)군은 '5・18을 직접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그때 시민군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 광주에 올 때에는 언제나 5・18시민군들의 고귀한 희생과 용기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고 참가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대학생 김훈종(26)씨는 '부모님 세대 일을 청년이 되어 느끼게 되었고, 5・18을 바른 정신으로 후세에게 물려주어야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으며,

회사원인 이광종(35)씨는 '5・18때 자신은 초등학교 2학년생이었지만, 후에 5・18에 대해 알게 되었으며, 아이가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5・18을 조금이나마 알게 해주려고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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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자인 공무원으로서, 또 문학을 사랑하는 시인과 불우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또 다른 삶의 즐거움으로 알고 사는 청소년선도위원으로서 지역발전과 이웃을 위한 사랑나눔과 아름다운 일들을 찾아 알리고 싶어 기자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우리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아기자기한 일, 시정소식, 미담사례, 자원봉사 활동, 체험사례 등 밝고 가치있는 기사들을 취재하여 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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