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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쟁당시 희생된 대전 산내집단암매장지에서 열린 위령제
ⓒ 오마이뉴스 심규상
오는 5일 어린이날 겸 석가탄신일을 시작으로 3일 연속 휴일이다.

어린이날 행사에 연등행사 등 볼거리와 체험행사도 많지만 어버이 날을 앞둔 휴일임도 잊어서는 안될 터. 다른 한편 휴일을 이용해 대전 근교로 잠깐 역사 소풍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그곳이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아 인적이 드문 곳이라면 스산한 적조의 미까지 더하지 않을까?

세 번 놀라게 하는 산내집단학살지

대전에서 충남 금산으로 들어서는 대전 동구 낭월동(산내)에는 한국전쟁 당시 대전형무소 수감자 및 보도연맹 가입자 등 수천여명이 군경에 의해 희생된 산내집단학살지가 있다.

낭월동에서 수년 전 뚫린 곤령터널 방향으로 500m 좌측이다. '이곳은 산내집단학살지입니다'라는 입간판과 부근에 사건 개요가 적힌 표지석이 세워져 있어 현장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산내집단학살지를 둘러본 사람들은 세 번 놀란다. 도시외곽 지역 평범한 시골에 수천여명의 한서린 사연이 담겨 있다는 데 놀라고, 암매장지 주변이 농경지와 건물 도로 건설로 모두 훼손돼 흔적을 찾기 어렵다는 데 또 한 번 놀란다. 마지막으로 주변을 거닐다 밭갈이에 드러난 유골 일부가 나뒹굴고 있는 현실에 놀란다. 허망함을 주는 현장을 보며 과거 역사에 대한 되새김과 미래 역사의 방향을 곱씹어 보게 하는 곳이다.

여든 한 살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비

▲ 금산 중부대 뒤 태봉자락에 세워진 자주통일비와 정효순씨
ⓒ 민족21
이곳에서 금산방향 국도로 10여km를 가다보면 중부대학교(충남 금산군 추부면)다. 하지만 이 대학 뒷산인 만인산에 '민족자주통일비'(높이 220㎝, 너비 80㎝,기단 90㎝)가 세워져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이 비는 3년 전인 지난 2003년 5월 8일, 당시 정효순 범민련 고문(81)이 사재를 털어 세운 것으로 앞에는 '민족자주통일비'를 음각하고, 뒤에는 '7·4남북공동성명 중 조국통일 3대원칙'과 '6·15남북공동선언문 중 5개항'을 새겼다.

이후 정씨는 시간이 날 때 마다 이곳을 찾아 공을 들었다. 재작년에는 비문 주변에 축대를 쌓았고 지난해와 올해는 주변에 백일홍과 느티나무를 심었다. 입구엔 장승을 세워 찾는 이들을 반기게 했다.

"내 죽으면 통일비 인근에 묻힐 것"이라는 정씨는 오는 6일 오후 1시 30분에 통일비 건립 3주년을 기리는 기념식을 갖는다.

정씨는 "온 겨레의 소망인 통일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통일에 대한 바람을 모아 비를 세운 만큼 주변 사람들의 통일의지를 한데 모으기 위해 3주년 행사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곳 만인산 줄기를 타고 직선으로 500여m를 걷다보면 만인산 터널을 싸고 있는 산등성(금산군 추부면 마전리 태봉, 지금의 만인산)이다.

태조 이성계의 태를 묻은 태봉

이곳은 태조 이성계가 태(胎)를 봉안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함경도 본관의 용연(龍淵)에 안치하였다가 무학대사의 지시로 금산군 추부면 태봉으로 옮겨 안치하고 태실비를 세웠다.

▲ 태조대왕태실(太祖大王胎室)
ⓒ 충청남도
1928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태 항아리를 창경원으로 옮겨 간 후 남아있던 석비(태조대왕 태실)와 석조물을 모아 1993년 원형을 복원, 충남도 지정 유형문화재(제 131호)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같은 태봉자락에 지척을 사이에 두고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던 '태조대왕태실(太祖大王胎室)'비와 '민족자주통일(民族自主統一)'비가 함께 세워진 것.

이곳 만인산은 조선 초기에 한 시인이 99산의 물이 한 곳으로 모여든다고 찬양할 만큼 경관이 수려한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만인산 정상에서 불과 수백m 떨어진 곳에 대규모 레미콘 공장이 들어서는 등 점차 훼손돼 가고 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이곳에서 자동차로 단 10여분 거리에 있는 '칠백의총'(금산군 금성면 의총리)을 둘러볼 수 있다.

조선 선조 때 제2차 금산싸움에서 700명의 의사가 왜병과 싸우다 장렬한 전사를 하자 유골을 모아 큰 무덤을 만들고 '칠백의총'이라 이름붙였다. 일제강점기에는 일제에 의해 파괴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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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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