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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10월 28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간 경협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사진은 두 정상이 회담 전 악수를 나누는 모습.
ⓒ AP=연합뉴스
지난해 이후 한반도 정세와 관련하여 가장 주목하여 보아야 할 지점은 북한·중국간의 경제협력 가속화와 한·미간의 FTA 추진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9월 19일 북핵 6자회담 뒤 북핵문제를 미봉한 상태에서 북·중 양국은 공동협력과 공동대응을 강화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핵심은 경제협력사업이다. 그리고 한·미관계는 노무현 정부 들어 균열이 지속되다가 지난해 말 이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와 한·미 FTA의 추진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갈수록 심화되는 북한경제의 중국 의존도

지난해 10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때 북과 맺은 경제기술협력협정은 북·중간의 경제협력이 달라질 것을 예고했다. 북·중 경제협력과 공동발전의 모색은 후진타오 방북에 앞선, 우이 부총리 일행의 방북에서도 잘 나타났다.

우이 부총리는 방북시 양국의 경제·무역과 관련 양국 정부가 책임을 지고, 시장원리를 기반으로 하며, 민간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담당한다는 3개 원칙에 합의했다. 또 우이 부총리의 방북에 동행했던 중국 우쾅집단과 중강그룹은 각각 석탄 시굴 관련 합병회사를 설립하고 북한 무산철광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후난성 농업과학원은 북의 농업과학원과 협정을 맺고, 농업기술 전수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은 과거 중국이 북에 대해 기본적인 최소 원조와 협력에만 그쳤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 10월 10일에 맞춰 조업을 개시한 대안친선유리공장이다. 북한과 중국간의 경제기술협력협정체결은 미국에 의한 대북 경제 압박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중국의 정치적 선택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에 따라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앞으로 향후 북·중 경협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에 필요한 에너지, 식량 및 설비 현대화를 위한 중국과의 경제협력은 앞으로 북한경제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경제의 대(對)중국 의존도 심화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리고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1월 중국을 방문해 등소평의 개혁개방을 촉진시키기 위한 대표적 행보로 꼽히는 '남순강화'를 연상시키는 중국의 경제특구를 방문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교착된 상태에서 미국이 달러위폐 문제로 압박하자 이에 대한 북한과 중국의 공동대응에 대해 협의하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 또 북한이 최악의 경제위기를 벗어난 상태에서 향후 경제발전 전략의 추진과정에서 중국과의 경제협력강화라는 경제적 목적의 두 가지를 가졌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후진타오와 김정일의 상호 방문과정을 거치면서 2006년도는 새로운 차원의 북·중관계의 재정립과 발전을 위한 계기를 마련한 시기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종석 장관의 '미묘한 변화'와 정세인식의 오류

지난 3월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한반도 정세의 미묘한 변화'를 이야기 하였다. '미묘한 변화'란 북핵문제와 관련한 6자회담과 관련하여 미국은 북핵문제에 집중하기보다는 위폐문제, 마약문제, 인권문제 등을 매개 고리로 북한을 중장기적으로 체제전환을 시도하려는 전망 하에 행동을 취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도 북핵보유를 버티기 하면서 중국과 경제협력을 강화해나가는 상태에서 북핵문제가 진전이 없는 교착상태에 빠진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 직후 이 장관은 북한에 대해 '자기판단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발언했다. 지난 4월 9일부터 도쿄에서 열렸던 '동아시아협력대화'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이 있으니 주목해보라는 이야기도 덧붙였었다. 이와 같은 내용이 노무현 정부 외교안보팀의 현재까지의 상황인식이라 할 수 있다.

우선 확인된 것은 도쿄에서 열렸던 '동아시아 협력대화'에서는 북미간의 어떤 의미있는 접촉조차도 없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반도 정세의 미묘한 변화는 사실 지난해 상반기에 그 조짐이 시작되었으며, 본격화 된 것은 제4차 북핵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이 채택된 이후였다.

필자는 지난해 5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파기스탄 모델로 가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 내용은 북핵문제는 경제적, 정치군사적, 체제적 차원의 해법과 로드맵을 포함하는 일괄타결해법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며 그 시기는 늦어도 지난해 중반기까지는 해결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북한은 정권차원의 핵무기 보유 버티기를 통해 파기스탄 모델로 가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그 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미국이 북핵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상대적으로 강한 의지와 긴장도를 가지고 문제에 접근했었다. 그러나 중반기 이후에는 이라크전의 수렁과 이란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왔고 미국 국내문제까지 가중되면서 북핵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이 나날이 축소되어온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같은 미국의 긴장도 이완은 중국의 대북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둘째, 북한 정권 차원에서는 체제 전체적인 차원에서 북미관계를 개선하면서 전환을 시도할지 정권유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면서 ‘핵무기 보유 버티기 전략’을 지속시켜 나갈지 갈림길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상반기를 거치면서 후자의 전략을 중심으로 방향 설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두가지 핵심요인 등이 영향을 미치면서 9·19 공동성명은 문제 해결이 아닌 봉합상태로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9·19 공동성명 직후부터 북미간의 현안별 갈등을 표출시키게 된다.

그런데 북미간의 현안별 갈등은 이전시기와는 다른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그 내용은 9·19공동성명 이전까지 북미간의 갈등의 핵심축은 북핵문제를 핵심으로 한 정치군사적 이슈가 중심이었다면 9·19공동성명 이후에는 위폐, 마약, 인권문제 등 사회경제적 이슈가 갈등의 핵심축으로 전환되었던 것이다.

그 배경에는 미국이 '자의반 타의반' 정책을 변경한 것이다. '타의'란 이라크전, 이란문제에 매달리면서 힘의 한계가 있었던 것이며, '자의'란 대북정책의 중심을 중장기적인 체제전환에 두면서 정치군사적 압박도 진행하지만 더욱 주요하게는 사회경제적 매개고리를 활용한 포괄적 압박전략으로 전환한 것이다.

그리고 북한은 이같은 정세변화를 정확히 읽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에는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한 유대강화에 힘을 기울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북한은 국가 전체적인 이익은 아닐지라도 북한 정권차원의 외교전략은 중대한 성과를 올린 한해였던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현정부 외교안보팀이 이제와서 정세의 미묘한 변화를 이야기하고 북한에 대해 자기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판단을 하는 것은 심각한 정세인식의 오류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부정확한 상황인식은 4월 24일 막을 내린 18차 장관급회담의 결과처럼 별다른 성과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

한·미 FTA는 어떤 배경에서 나온 것인가

▲ 지난해 11월 17일 경주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는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FTA 문제는 이날 한·미간의 경제통상 문제를 논의한 오찬회담에서 처음 거론됐다.
ⓒ 청와대
미국은 21세기 최대의 경쟁자로 중국을 상정하고 있는 것은 불문가지이며 이에 따라 대(對)동북아시아 전략구도를 미일동맹, 한미동맹의 강화를 통해 대응하고자 하고 있다. 이 같은 구도 하에서 지난해 9·19공동성명 이후에는 좀더 정교하게 대(對)한반도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지난해 11월17일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로 나온 ‘경주공동선언’에 잘 나와있다.

공동선언을 내용적으로 분석해보면 북핵문제, 북한문제의 중장기적 접근, 한미간의 군사협력강화를 위한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합의추진, 경제협력의 강화를 위한 FTA의 추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양국은 장관급전략대화를 가지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19일 워싱턴에서 반기문 외교장관과 라이스 국무장관의 제1회 ‘한미장관급 전략대화’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문제에 대한 합의사항을 발표하였던 것이다. 이어서 2월3일 한·미FTA 협상개시를 선언하게 된 것이다.

미국은 아시아권에서 한국과 말레이시아를 FTA협상 대상국으로 선택했는데 그 배경은 대중국포위전략과 연관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동북아에서 일본에 앞서 한·미 FTA를 추진한 것은 한반도가 친중국으로 기우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 핵심적인 배경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의 친중국화가 가속화되고 있고 남한도 중국과의 경제적 의존정도가 높아가는 상태에서 이를 견제하기 위한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 전략의 구체적 내용은 동맹의 물질적 토대를 굳건하게 해나갈 수 있는 한·미 FTA였던 것이다.

동북아질서의 중대한 변동시기에 이 같은 미국의 전략적 선택은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해 이후 변화되고 있는 현실주의적 사고경향을 반영한 한미관계의 우호적 추진이라는 정치적 선택과 결합되어 한미 합의하에 FTA가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사회 범진보진영의 민주노총, 전교조, 참여연대를 핵심으로 한 ‘한·미 FTA저지국민운동본부’에서 지난 4월15일 1만여명이 가두시위를 하면서 본격적인 반대투쟁을 선언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16일 범중도진영과 범보수진영인 선진화정책운동, 시민과함께하는 변호사들, 기독교사회책임, 바른사회시민회의, 자유주의연대, 뉴라이트전국연합 등이 연대해 ‘바른FTA실현국민운동본부’를 결성하여 정부의 한·미 FTA 추진에 대해 비판적 지지를 선언하였다.

한편 한국과 미국은 지난4월 18일 위싱턴에서 한미 FTA 제2차 사전준비협의를 갖고, 17개 협상분과를 구성하는 방안에 합의하는 등 공식 협상을 위한 기본틀을 확정했다. 한·미 FTA협상이 본격화 되고 있는 것이다. 양국정부는 빠르면 내년3월 늦으면 6월까지 협상을 마무리 짖는다는 목표로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미 FTA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한·미 FTA가 제2의 을사늑약으로 가는 길이며, 우리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될 것이라느니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찬성하는 측에서는 반대측의 주장은 구한말 쇄국을 통한 망국의 길을 되풀이하고자 하는 반역사적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현재 동북아 정세는 격변의 시기로 돌입한 상태이다. 중국의 급격한 부상에 따른 미일동맹의 강화, 미국의 대중국견제와 대북압박에 따른 중국, 북한의 밀착현상, 일본, 중국간의 아시아패권경쟁, 북핵문제를 매개로한 북미갈등, 한미 간의 동맹균열 등은 한반도의 운명이 어디로 갈지 모르는 심각한 유동국면에 놓여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미 FTA는 이 같은 동북아정세의 복잡한 변동조건에서 미국의 전략적 선택과 노무현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행보과정에서 지난해부터 보여 온 현실주의 경향이 결합하여 양국정부가 합의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다. 또한 한·미 FTA는 단순한 경제적 사안이 아니라 남북관계, 외교안보전략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향후 한반도 정세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핵심적인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한·미 FTA에 대해 졸속추진이니, 한탕주의니 등의 타령으로 시간을 보낼 여유가 없다. 국민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으고 정당, 정파를 초월하여 올바르고 성과적인 한·미 FTA가 성사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북·중 밀착문제에 한·미 FTA에 기반한 남북경협으로 대응해야

한·미 FTA가 우리경제를 선진화시키는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첫째 피해계층에 대한 대책과 반드시 지켜야 할 것과 개방해야 할 것 등에 대해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둘째 국내시장을 먼저 개방해서 교육, 의료, 법률, 회계, 컨설팅 서비스 분야에서 체질을 강화해 미국상품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로드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김진표 교육부총리의 주장처럼 자립형사립고의 확대를 막겠다는 식의 태도는 개방이후 교육서비스시장의 피해를 키울 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또한 최근 한반도정세의 변동과정에서 핵심적인 문제는 북한경제의 중국경제로의 종속화 문제인데, 이에 대응할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한미간의 협력에 기초해서 남북경협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다. 미국의 협조없는 남북경협은 많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미국 역시 대중국정책과 관련해서 한미간의 협력에 기초해서 남북경협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미국의 향후 동북아전략구도에 커다란 득이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개성공단 등 개방특구 생산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는 것인데 이 문제가 해결한다면 우리 국익에 엄청난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이다. 최근 미국상공회의소측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전향적으로 협의할 수 있다는 언급도 있었다.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 우리의 국익과 통일 이후 국가전략에 대해 대승적이고도 창조적인 접근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인 것이다.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남북경제협력사업과 북한·중국간 경제협력사업은 내용적인 흐름으로 볼때 상호 경쟁적인 양상을 띠어가고 있다. 중국은 향후 변화되는 동북아시아 구도에서 특히 미국, 일본이 전략적 동맹성격을 강화해가고 중국포위전략을 추진하는 조건에서 북한만은 친중국화 시키고자 하는 전략적 이해관계가 강화되고 있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경제협력의 양과 질을 확대,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한국은 향후 통일이후 북한경제문제의 해결, 통일된 민족경제공동체의 발전문제 등을 고려하여 남북경협을 역시 폭과 깊이를 확대, 발전시켜 나가고자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런데 한국이 이 같은 문제를 성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핵심적인 관건은 미국, 일본과의 긴밀한 협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 부시정부의 네오콘이 싫다고 해서 한미관계를 깰 수는 없는 것이다. 미국은 여전히 향후 20년 정도는 동북아정세에서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칠 세력이며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활용할 것이 가장 많은 자원들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중국, 일본과의 관계도 한미관계를 튼튼히 해야 그것을 지렛대로 하여 보다 유리한 한중관계, 한일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소위 동북아구도에서 '한미관계 지렛대론'을 잘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며, 이 같은 맥락에서 한·미 FTA 문제를 접근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구해우 기자는 미래재단 상임이사이자 '바른 FTA 실현 국민운동본부' 사무총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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