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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우리나라 교육수준은 세계에서도 알아 줄 만큼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동전의 앞면이 있으면 뒷면도 있는 법, 정작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교육적 열성 이면에는 오늘날 소위 실버세대들의 철저한 자기희생과 고통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배우고 싶었으나 가난하기도 했고 더구나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육적 배려에서는 소외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일제시대와 6.26동란이라는 암울하기만 했던 시대적 여건 하에서는 여성으로서 도무지 공부라는 것은 사치품에 불과했다.

결국 이러한 교육의 소외감은 요즘과 같이 문명이 발달한 시대 속에서는 상대적으로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대구시 침산동 침산사회교육관 부설 한글교실(꿈이있는학교)은 배움의 기회를 박탈당할 수밖에 없었던 지역 노인들에게 배움의 등불이 되고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제 개교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여기에서 한글을 배우는 이들은 20명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 한글을 배우는 노인들
ⓒ 남해길
한창 배워야 할 그 시절 책 대신에 호미를 들고 밭에 나가 일해야 했고 소꼴을 먹이기 위해 온 산을 헤매고 다녀야 했다. 이제 뒤늦게 그 잃어버린 세월을 보상이라도 받을 양, 이미 손가락 끝은 힘이 다해져 가고 시력은 떨어져 칠판조차 가물가물하지만 배우고자 하는 꿈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어떤 이들은 이 나이에 한글을 배우는 게 부끄러워 자식들에게 말도 꺼내지 못했다는 할머니가 있는가 하면 겨우 말을 꺼내고 '참 잘하셨다'는 격려와 함께 책가방을 선물로 받은 할머니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책가방을 들고 다니기가 못내 부끄러워 이 책가방을 다시 장바구니에 싸서 몰래 들고 다닌다는 말에 콧잔등이 시큰거린다.

이들이 뒤늦은 나이에 한글을 배우는 목적은 사실 대단한 것들이 있어서가 아니다. 숫자를 익혀 버스 번호를 가릴 줄 알고, 글을 알아 버스노선을 분별할 수만 있다면 적어도 다니는 데는 곤란을 겪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또 이 숫자와 글을 내 손으로 직접 쓸 수 있어 은행 볼일 정도는 혼자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지극히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다. 배우는 소감을 묻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즐겁다'고 아우성이다. 이럴 때 가르치는 교사야말로 무한한 보람을 느낀다.

이제 숙제하는 일에도 조금씩 익숙해져 가고 있는 이들이 1년쯤 지난 뒤 모습을 상상해 보면 혼자 웃음이 나오는 흐뭇함을 떨쳐 버릴 수 없게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동네뉴스(www.dongnenews.net)에도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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