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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엠대우차 창원공장 비정규직 3명은 10일로 20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 윤성효
10일로 20일째 GM대우차 창원공장 40m 높이 철탑(굴뚝)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그동안 꽃샘추위도 닥쳤고 지난 4~5일 사이에는 봄비도 내렸다. 노동자들한테는 꿀맛같은 주말도 세 번이나 지나갔다. 이런 가운데 금속노조 GM대우창원비정규직지회 조합원과 그 가족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걱정도 점점 깊어가고 있다.

하루 2끼에 비닐 덮으며 새우잠

권순만 지회장과 조합원 오성범·진환씨의 고공농성장인 철탑이 황사바람 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9일 오후 GM대우차 창원공장 정문 앞. 안병욱 지회장 직무대행 등 조합원 10여명이 컨테이너 농성장에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이들은 고공농성 현장 소식이 궁금하지만 휴대전화를 마음대로 쓸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신세다. GM대우차 사측에서 휴대전화 배터리를 올려보내지 못하도록 해 전화를 마음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규직인 대우차노조 창원지부에서 회사 식당의 음식을 받아 올려주고 있는데, 배터리를 같이 올려보내고 싶어도 회사에서 막고 있다.

고공농성자들과 비정규직지회는 현재 문자메시지만 주고받고 있다. 고공농성자들은 배터리 소모를 줄이기 위해 전원을 꺼놓았다가 하루에 서너차례 문자만 확인하고 다시 꺼놓고 있다.

9일 아침에 고공농성자들이 안 지회장 직무대행한테 보내온 문자 메시지는 오히려 조합원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는 내용이었다. "힘들지만 같이 고생하고 잘 견뎠으면 좋겠다"고.

고공농성자들은 하루 2끼 식사만 할 때도 있다. 안 지회장 직무대행은 "고공농성 뒤 며칠 동안은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철탑 아래를 지키고 있었지만 그 뒤부터는 GM대우 사측에서 지키면서 식사가 제 때 올라가지 못한 날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걱정거리 가운데 하나는 고공농성자들의 용변 문제다. 이들은 비닐에 용변을 싸서 매달린 밧줄에 묶어 내려보내면서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공농성자들의 건강 상태도 걱정이다. 안 지회장 직무대행은 "지난 8일 아침 잠깐 전화 통화를 했는데, 높은 곳이다보니 새벽에는 기온이 떨어져 춥다고 하며 모두 감기 기운이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장소가 비좁아 다리를 제대로 펴지 못 하는 상황에서 새우잠을 자기에 무릎이 아프고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런지 머리가 아프기 시작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비가 오면 이들은 얇은 비닐을 감싸고서 비를 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병욱 지회장 직무대행은 "철탑에 올라갈 때 비닐을 조금 가지고 갔는데, 비가 오면 달리 피할 방법이 없다보니 이를 쓰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지회, 인권위에 진정서... "먹고자는 것만이라도 어떻게"

비정규직지회는 고공농성자들의 상황이 열악해지자 지난 7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비정규직지회는 인권위의 진정에 따라 현장 조사가 벌어지면 고공농성자들의 상황이 조금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병욱 지회장 직무대행은 "GM대우는 사기업이니까 국가인권위의 직접적인 지시를 받을 수는 없지만, 경찰과 노동부가 고공농성자들의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해 방관하는 것 같아 진정서를 넣었다"면서 "고공농성자들이 먹고 자는 것만이라도 편안하게 해결하게 되고, 휴대전화 배터리를 보내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가 풀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GM대우차 사측은 지난 달 25일 철탑 아래를 지키고 있던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을 강제로 공장 바깥으로 밀어냈으며, 정규직인 대우차노조 창원지부의 창고를 개조해 쓰던 비정규직지회 사무실의 집기를 밖으로 옮겨버렸다. 이에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회사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정문 앞 창원대로에 컨테이너 2개를 설치해 놓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편 GM대우차 창원공장 사측은 노조 측의 교섭단에 비정규직지회가 참석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지난 6일 열릴 예정이던 예비협상이 무산되었다. 대우차노조 창원지부의 요청으로 지난 4일 노사 간담회가 열린 뒤 6일 예비협상을 열 예정이었으나 비정규직지회 참석 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앞으로의 협상도 불투명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현대중공업·기아차의 사내하청(비정규직)지회의 연대단체인 전국비정규직연대회의는 오는 15일 오후 3시 GM대우차 창원공장 정문 앞에서 'GM대우창원지회 고공농성사수, 투쟁 승리를 위한 공장진입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이에 앞서 이 단체는 민주노총에서 오는 14일 총파업을 벌일 때 영남권 집중투쟁을 이 곳에서 열기로 해 충돌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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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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