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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울산광역시 선관위에서는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처음으로 투표권을 얻는 울산지역 외국인 114명을 대상으로 모의투표가 열렸다. 외국인들이 기표소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 이동규

어떤 외국인이 투표하게 되나
지방선거에 국한... 대선·총선은 아직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이 주어지는 외국인은 영주 체류자격 취득일 후 3년이 경과한 19세 이상의 외국인(5월 31일 기준)으로서 선거인명부작성기준일인 5월 12일 당해 지방자치단체 외국인등록대장에 등재된 사람이어야 한다.

하지만 외국인의 투표권 행사는 지방선거에 국한된다. 헌법에 '국회의원과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한다'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아직 '주민'일 뿐 '국민'이 아닌 것이다.
5일 울산시 선관위 4층 대회의실에서는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오는 5월 31일 실시되는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투표권을 얻은 울산지역 외국인 114명을 대상으로 모의투표 시연회가 열린 것.

현재 울산지역에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외국인수는 114명(대만 106, 일본 7, 중국 1)으로 대부분 화교다. 울산뿐 아니라 다른 지역을 포함해도 투표 가능 외국인 6579명중 6511명이 대만국적의 화교라고 한다. 대부분의 외국인이 국내에서 임시 거주하거나 영주권 취득 대신 귀화를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외국인 투표권'의 혜택을 받게 되는 외국인은 대만 국적의 화교가 많다.

▲ 한 외국인이 선관위 직원으로부터 투표용지 접는 방법을 숙지받고(왼쪽), 투표함에 넣고있다.
ⓒ 이동규
울산 선관위 관계자는 "외국인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에 대해 논란은 있었지만, 우리가 먼저 외국인의 권익을 보호해 줌으로써 재외 국민과 동포의 권익이 신장될 수 있다"면서 "국가 이미지 개선에 도움을 주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생각해 지방선거에 한해서 투표권을 부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날 모의투표 전 과정은 실제 선거와 유사한 방법으로 실시됐다. 시연회 장소에 참가한 외국인들은 법적으로만 외국인이지 국내에서 거의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요식업, 그 중 중국음식점을 경영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울산선관위는 먼저 투표절차에 대해서 설명을 한 후 직접 외국인들이 참여하는 모의투표시연회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에게 조그마한 기념품을 나누어 주면서 실제 선거과정에서 이런 것을 받으면 불법이니 절대 조심하라며 공정선거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장기간 살아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여서 큰 무리없이 모의 투표를 끝낼 수 있었다.

▲ 지난 5일 울산광역시 선관위에서 열린 외국인 모의투표 시연회에 참석해 설명을 듣고 있는 외국인들
ⓒ 이동규

"선거철 차별받는 느낌 많이 들었는데"
첫 선거 앞둔 화교 왕정친 할아버지

왕정친(78. 사진) 할아버지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비록 모의 투표이기는 하지만 첫 투표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화교출신으로 울산광역시 중구 옥교동에 살고 있다.

화교는 일반적으로 '외국에 거주하는 중국사람'을 의미한다. 한국에 살더라도 화교인은 여전히 중국국적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인이라고 할 수 없다.

그동안 이들은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당연히 가질 수 있는 투표권을 갖지 못했다. 왕 할아버지 역시 거의 평생을 우리나라에서 살았지만 국적은 대만이다. 외국인이다. 그래서 왕 할아버지는 이번이 생애 첫 투표다.

모의 투표를 마친 왕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눴다.

- 오늘 모의 투표하신 기분이 어떤가.
"기분 좋다. 평생 투표 한번 못해봤는데 이번에 처음 투표를 한 것 아닌가. 13세에 한국에 와서 이번이 처음 해보는 투표다."

- 옛날에 친구 분들이 투표하러 갈 때 기분이 어땠는지?
"옛날 선거철에는 막걸리도 얻어먹고 고무신도 얻고 그랬다. 하지만 막상 선거날 친구들이 투표하러 가면 부러웠다. 선거철에는 차별받는 느낌도 많이 들었다."

- 투표하시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나이가 많아서 뭘 알겠는가? 그래도 물어보면서 잘 했다."

- 이번에 몇 군데 투표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는가?
"여섯 군데."

- 어떤 후보를 찍을 것인가?
"친분이 있거나 선물을 준다고 찍어주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할 것 같은 후보를 찍겠다."

- 선거기간동안 금품 받으면 안되는 것도 알고 있나?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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