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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은 봄이 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움트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연(自然)이라고 하는가 봅니다. 우주를 탐사하는 시대에 산신제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산신제는 인간과 자연이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질문명이 발달할수록 존엄한 생명의 가치는 잃어가고 있습니다. 산은 인간의 스승이요 친구입니다. 산에 오르실 때마다 생명의 숨소리를 듣고 스승을 만나고 자연의 가치를 느끼시기를 바랍니다."

▲ 무형문화제 전수자들의 범패와 승무가 기도의 영험을 돋굽니다.
ⓒ 방춘배
지난 19일 아침, 살짝 차가운 바람만 없다면 더없이 따스한 봄 햇살 속에서 '경기도 남양주·구리시 시민의 안녕을 기원하는 축령산 산신제'가 열렸습니다. 산신제를 주최한 남양주·구리시 불교사원연합회 회장 금담스님은 산신제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맘때면 울긋불긋 등산복 차림의 가지가지 산악회마다 시산제를 지냅니다. 산신제는 '다산'과 '장수'와 같은 마을사람 개개인의 구체적인 바람부터 풍년과 기우 등의 마을 공동체를 위한 복, 나아가 국가의 무사태평까지 기원하는 의식이라는 측면에서 시산제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토끼도 못 잡을 것 같은 호랑이를 깔고 앉아 인자한 미소를 머금고 백발이 성성한 산신령님을 모셔놓고 온갖 떡과 과일로 제단을 차렸습니다. 스님들의 범패와 승무로 기도의 영험을 한껏 끌어 올리고 '헌다'와 '분향'이 이어집니다.

▲ 세상살이에 지친 이들이 찾는 산, 산신제는 사람과 산의 만남이고 화해와 상생의 의식입니다.
ⓒ 방춘배
1995년 경기도 도립공원으로 문을 연 뒤 은은한 잣나무향 가득한 자연휴양림과 사람 키를 훌쩍 넘겨 터널을 이룬 철쭉, 바위절벽을 따라 양옆으로 물결치듯 뻗어나간 능선코스로 사랑받고 있는 축령산(879m)은 남양주시 수동면 외방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고려말 이성계가 사냥을 왔다가 한 마리도 잡지 못하자 몰이꾼이 이 산은 신령스러운 산이라 산신제를 지내야 한다고 했답니다. 이성계가 산 정상에 올라 제를 지낸 뒤 멧돼지를 잡았다는 전설이 있고 이때부터 제를 올린 산이라 하여 빌축(祝)자를 써 축령산(祝靈山)으로 불리었다고 합니다.

또 조선 세조때 무인 남이장군이 지형지물을 익히고 무예를 닦았다는 남이바위가 있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면 서에서 북으로 천마산에서부터 철마산, 주금산, 운악산으로 이어지는 장대한 산줄기가 보이고, 다시 동으로는 북한강을 품고 굽이치는 크고 작은 산야가 펼쳐집니다. 가평군의 아침고요 수목원도 보입니다.

▲ 산이 참 많은 나라입니다. 멀리 북한강이 흐르고 그 강을 품고 감싸고 뻗어 나간 산줄기들이 끝이 없습니다.
ⓒ 방춘배
눈높이를 조금 낮추면 무엇보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골짜기 골짜기를 따라 이룬 사람의 마을들과 발길과 발길을 잇는 꼬불꼬불한 길들이 인상적입니다. 자세히 보면 옛 길은 물 흐르듯 흐르며 집과 집, 논과 밭을 이어주는 반면, 아스팔트 새 길들은 이쪽과 저쪽을 매몰차게 가르며 단절시켜 놓은 모습입니다. 자연스러움을 지켜가는 것이 자연을 지키는 것과 같아 보입니다.

산 입구까지는 자동차로 빠르게 왔지만 산에 들어서면 한 걸음 한 걸음 오롯이 무장해제된 인간의 힘만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산의 매력인지도 모릅니다. 외제차를 타고 온 사람이나 탈탈대는 버스를 타고 온 사람이나 매한가지입니다. 또 언제든 산으로 가겠다는 듯 등산복이 일상화되는 이유는 뒤를 돌아볼 틈을 주지 않는 속도의 시대에 무거운 짐을 잠시라도 벗어놓고 싶은 욕구의 자연스러운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끝없는 개발과 산업화,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는 엄청난 열기가 생기게 마련이고 그 열기를 식히지 않으면 사람은 정상적으로 살아가기 어렵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 열기를 식힐 수 있는 곳은 산밖에 없지. 산을 찾는 것은 인간의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행위일게야."

함께 산을 오른 분의 설명입니다. 사람들이 산을 찾는 또 하나의 그럴 듯한 이유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인터넷신문 <남양주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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