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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대법원은 4년 7개월을 끌어온 '새만금 소송'에서 결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정치적 목적으로 시작, 관료들의 밀어붙이기로 강행된 부실덩어리 사업'이라는 비판을 뒤로 한 채 새만금 사업은 다시 탄력을 받게 됐다. 그러나 문제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그동안 새만금 사업의 문제점을 줄곧 지적해온 전승수 전남대 교수가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주>
▲ 새만금 간척사업과 관련, 대법원이 정부 승소판결을 낸 16일 오후 새만금 갯벌에 생활 터전을 두고있는 어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2006년 3월 16일! 이 날은 그야말로 전 국민과 세계인의 희비가 엇갈리는 날이었다.

이날 미국 로스엔젤레스 에인절스 스타디움에서 울려퍼진 "대~한민국"의 환호성 속에 한국인들의 자부심은 세계적으로 퍼져나갔다.

가슴이 저려와 마음으로 울고있는 초췌한 얼굴의 일본인들을 보면서 한국인인 나도 일본인처럼 가슴이 저려왔다. 야구 종료 1시간 전 내려진 새만금 문제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 때문에 나는 전 세계에서 열광하는 한국인처럼 벅찬 가슴을 도닥이면서도 일본인과 마찬가지로 가슴으로 울어야만 했다.

나만 그렇게 울었을까? 미래를 바라보는 의식있는 대부분의 한국인과 새만금의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나처럼 울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한국인이 미래를 보는 눈이 없음'을 인정하는, 진정한 의미에서 한국인의 자부심이 여지없이 깨진 날이었다.

야구에 진 일본인들처럼 가슴으로 울어야 했다

20여년 전 캐나다에서 있었던 일이다. 지방정부는 조차(밀물 때와 썰물 때와의 수위의 차-편집자 주)가 16m가 넘어 전 세계에서 조차가 가장 높은 캐나다 펀디만을 막아 조력발전소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야심찰 뿐 아니라 경제성도 매우 높았던 그 계획은 곧 취소되었다.

유일한 이유는 "댐으로 만과 하구를 막을 경우 예상되는 생태계 변화에 대해 우리는 과학적으로 아직 잘 모르고 있다"는 단순하면서도 진솔한 것이었다. 하구생태계의 중요성을 깨달은 그들은 그 야심찬 계획을 이제 영원히 포기하였다.

새만금 방조제의 모델이 되었던 네덜란드의 쥬다제 방조제는 새만금이 착공(1991년)되기 약 60년 전인 1932년에 이미 완성됐다. 내부 호수의 물은 식수와 생활용수로 쓰일 정도로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조제는 농업용수로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는 새만금 수질과는 전혀 차원이 다를 뿐 아니라 용도와 관리계획도 전혀 다르다. 네덜란드와 영국은 1980~90년대 몇 개의 하구둑을 건설했는데 평상시에는 모두 열어 놓고 1년에 한두 번 해일이 올 때만 닫는 완전개방형이었다.

21세기인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새만금 문제는 국가적 위상은 물론 상식 및 경제수준에도 전혀 걸맞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전북도민들의 '논(땅)에 대한 사랑'을 우롱한 정치인의 치졸한 욕심도, 대법관들의 수준도 전혀 21세기적이지 않았다.

엄청난 경비를 들여 방조제를 완공한 후 내부 호수의 수질을 유지하지 못해 추가로 8000억원을 더 들이고도 결국에는 갑문을 개방해 해수를 유통시키고 있는 시화호의 교훈이 있었음에도 대법원은 새만금 사업의 지속적 추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제 공식적으로는 1단계 법적 공방이 종지부를 찍었다고 할 수 있다. 당연히 대법원 판결의 의미를 되새겨야만 할 시점이지만, 판결내용이 농림부와 농촌공사(구 농업기반공사)가 주장했던 내용과 너무도 일치해 그 의미를 다시 되새겨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새만금 논쟁을 통해 우리 국민·환경운동가·학자·정부 및 관련기관의 의식에 긍정적인 변화가 여럿 있었음을 평가하고 되새겨볼 필요는 있는 것 같다.

[긍정적 유산] 국민의식 향상, 환경운동의 발전

▲ 새만금 방조제가 들어서면서 토사가 쌓이기 시작했고 어획량도 이전보다 현저히 감소했다. 사진은 새만금 갯벌에서 어민들이 백합을 채취하는 모습.
ⓒ 오마이뉴스 남소연
① 장기간에 걸친 새만금 논쟁은 환경에 대한 국민 의식을 상당한 수준으로 높이는 데 엄청나게 기여했다. 특히 우리 서남해안에 널려있어 그 가치를 잘 모르고 있던 갯벌의 생태계 및 경제적 가치를 국민들이 인식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결과적으로 전라북도를 제외한 전 국민의 70%가 새만금 사업을 반대했다.

② 환경문제와 관련, 환경운동가들이 과학적인 자료 및 대안 제시를 위한 노력이 중요함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다. 환경운동의 방향과 수준을 높이고 그 사회적 역할과 기능이 증대되었다.

③ 찬성 측과 반대 측의 학자들이 보다 광범위한 연구자료를 획득해 제시하고 서로 토론하는 문화를 조성했다. 아쉬운 점은 토론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하지 못하고 대국민 홍보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아울러 찬반 측 누구나 불리하더라도 토론의 자리를 떠나지 말아야 함에도 토론을 거부하는 등 아직도 토론문화가 성숙되지 않았음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토론이 보다 활성화됐다면 찬반을 떠나서 더 많은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이뤄졌을 것이다.

④ 정부도 관련부서별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다른 견해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정부의 자세는 국민들의 신뢰를 만회하는 중요한 시발점이 되고 있다.

⑤ 정부 및 관련기관이 광범위한 장기간의 연구결과에 대한 중요성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대부분 단기간의 연구결과에 의존하던 기존의 자세에서 벗어나 장기간의 연구결과를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이 매우 높아졌다.

[부정적 유산] 아직 극복 못한 '자연정복'의 꿈

①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부족해 인간이 자연환경을 정복할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학자 및 관료가 아직도 많았다.

② 미래에 개발될 것으로 믿는 기술을 담보로 현재의 자연환경을 변형시킬 수 있다는 '황우석식 과학 논리'를 주장하는 사고가 여전히 정부 관료와 일부 관변학자들에게 팽배해 있다.

③ 과학적인 자료와 결과의 중요성보다는 정치적·경제적·법적인 면이 더 우월하였다.

④ 자연환경은 정치적 또는 법적인 판단에 따라 죽이거나 살리거나 하는 대상이 아님을 아직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⑤ 정부 및 연구비 제공기관의 압력에 아직도 자유롭지 못한 연구자들이 많으며 많은 연구결과들이 완전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새만금처럼 모든 국민들에게 중요한 문제에 있어서는 연구결과나 진행상황이 완전하게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찬반을 분명히 하는 학자들이 많았으나 공식적으로 본인의 의견을 제시하는 자리를 회피하는 학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정책 만든 사람들 이름을 방조제에 남기자

대법원 판결 후 '새만금 화해와 상생을 위한 국민회의'는 "부당하고 정의롭지 못한 새만금 간척사업을 진행한 노무현 정부에 대해 역사적 책임과 죄를 묻기 위한 다양하고 강력한 활동을 지속할 것이며 새만금 갯벌 보전운동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천명한다"고 발표했다.

우리는 너무너무 소중한 새만금 하구갯벌과 새만금 어민들의 삶을 잃어버리고 과연 무엇을 얻을 것인가. 그것들은 꼭 새만금을 희생시켜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인가. 시화호에서도, 화옹호에서도 얻었던 교훈을 우리는 왜 잊어버렸는가. 이제는 다시는 새만금의 교훈, 시화호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중국 항주에는 남송의 구국영웅인 '악비'의 사당이 있다. 그 앞에는 화평론을 주장하며 자신의 영화를 추구하고 악비를 살해한 '진회'를 포함한 간신 2명의 동상이 무릎이 꿇린 채 놓여 있다. 동상에 침을 뱉지 말라는 안내판이 있음에도 그 곳을 지나가는 모든 중국인들은 침을 뱉는다.

시화호는 주민의 엄청난 희생을 불러오고 혈세를 낭비하면서까지 사업이 추진됐지만 추진주체 중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시화호와 같은 시행착오를 다시는 하지 않기 위해 이제 우리는 중요한 정책이나 대규모 국책과제에 '실명제'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분명히 잘못된 과제나 정책임에도 허구적 논리와 경제·정치적 근거를 제시하며 무리하게 추진해 자신의 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을 평가하고 그들의 책임을 기억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다시는 시행착오에 의하여 많은 국민들의 희생과 혈세를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

대법원 결정에 따라 새만금 사업이 계속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정치인과 관료를 포함한 모든 주창자들의 이름을 방조제 앞에 남겨 역사의 평가를 받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앞으로 새만금 방조제 내외에 닥칠 환경문제에 대해 당사자들이 책임 있게 해결하고자 노력할 것이며 전 국민과 주민을 위한 사업으로 성공시키거나 과감하게 수정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새만금 문제에서 얻은 교훈들 중 긍정적인 부분을 더욱 확장하고 부정적인 부분을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에 모두들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 제1공구 방조제 시작 부분에서 바라본 새만금 방조제. 2002년 촬영.
ⓒ 전북도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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