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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2년 12월 19일 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부인 권양숙씨가 개혁당사에서 돼지저금통으로 만든 상징물을 선물받고 환하게 웃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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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함께 만드는 뉴스] 당신의 '노무현 지지'는 안녕하십니까?

고백하건대, 이번처럼 '함께 만드는 뉴스' 기사가 어렵게 느껴진 적이 드뭅니다.

기사 작성 전에는 대통령 지지도가 최저치에 가까운 시점에서 균형잡힌 독자들의 평가를 제대로 이끌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기사 작성 후에는 여론조사 결과와는 동떨어진 '대통령 지지' 댓글이 많다는 데 놀랐습니다.

그러나 찬성이건 반대이건 간에 대다수의 댓글에서 진지한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정치적 핫이슈에 대해 여론조사 결과만을 일방향으로 보도한 적은 많지만, 독자들의 발언권을 열어놓고 적극 반영한 적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 탓인지 봇물 터지듯 속내를 꺼내놓은 독자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단일 기사에 댓글과 꼬리글이 860여개나 달렸다는 건 그런 관심을 이야기해줍니다.

'찬성과 반대 몇%'라는 여론조사만큼이나, 왜 찬성하고 왜 반대하는지, 그게 기자 한 사람의 목소리인지 많은 이들의 목소리인지를 알려주는 것도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란 점을 실감했습니다.

우선 수많은 독자의견 가운데 대표적인 찬성과 반대의 글을 먼저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적극 지지] 대한민국은 완성품인가?

▲ 지난 2002년 부평역 광장 유세에서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동전이 가득한 '희망돼지' 저금통을 들고 밝게 웃고 있다.
ⓒ 권우성
참여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기본 생각이 이런 것이 아닐까. 대한민국이라는 '완성차'가 있는데 그런대로 성능이 괜찮은 차인데 운전수를 잘못 뽑아서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정부 수립 후 60년 가까이 된 '대한민국'이라는 시스템이 온전할 때, 그 비판은 정당한 것이고 참여정부가 겸허히 수용해야 할 점이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대한민국'은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운전수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 것이다. 정비사 역할도 해야 하고 주유원 역할도 해야 하고 가끔은 세차도 해야 하고 더욱이 비포장 도로를 포장하는 일도 해야하는 것이다. 폐차 직전의 차에 멋있게 도장을 해대는 일이라면 얼마나 간단하고 좋을까? 승객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불량 승객들을 통제하는 것도 버거운 일이다.

"뭔 놈의 차가 이 모양이야!" "운전 똑바로 못 해!" "운전수가 면허는 있는 거야?" 술 취해 뱉어대는 말들로 평범한 승객들은 불안해하고 뛰어나가고 싶어지기도 한다. 하물며 그 차를 몰고 다니며 온갖 부속품은 다 망가뜨려 놓은 놈들이 이제와서 운전대 빼앗겨다며 설쳐대는 꼴이기에 더욱 같잖다.

경제만 해도 그렇다. 경제 지표나 정책들이 바로 그 약발을 드러내는 것일까?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쉬워도 그 길을 되돌리기는 어려운 것이 경제다. 우리도 많은 수업료를 내지 않았는가?

'준비된 대통령'께서 해박한 경제 이론을 펼칠 여유 없이 IMF 외환위기 뒤치닥거리 하느라고 진을 다 빼셨는데, 그 IMF는 어째서 찾아 왔는가? 그 와중에 평상시 '대중경제론'이나 '중소기업 활성화'를 주창하시던 분이 '준비하셨던' 그러한 경제틀을 만들어놓지 못한 것 아닌가? 그나마 그 위기를 극복한 것은 대한민국의 저력과 함께 준비된 지도자의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부작용은 다시 참여정부로 넘겨진 것 아니었던가? 인위적인 '부양'은 절대로 하지 못하겠노라고, 다음 정권, 다음 세대가 대신 갚아야 할 것들을 만들어 놓지 않겠노라고 버텨온 3년 아닌가 싶다. 다른 문제 말고 경제 분야라면 다음 정권까지만이라도 기다렸다 평가를 하자.

그리고 또 무엇이 문제인가? 대통령으로서 잘못한 바가 그리 많은가?

선거에서 지지했다가 돌아선 사람들이 많다는데 나는 되묻고 싶다. '님'께서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기억하시느냐고?

어느 자리에서고 나는 '노빠'임을 자처한다. 이유없이 뭇매를 때리는 사람이 많을수록 내 지지는 더욱 강고해 질 것이다. 차에서 내쫓고 싶은 승객들을 그대로 싣고 달리는 우직한 운전수를 나는 믿는다. 그 승객들이 시끄럽게 하지 않는다면 봄 햇살에 졸리운 눈 잠시 붙여도 별 고장없이 목적지에 닿을 수 있으리라. 가다 멈칫거릴 때면 차에서 내려 같이 밀고 간다 해도 그게 어찌 운전수 혼자의 몫이랴! (아이디 : 담담)

[적극 반대] 나는 노빠가 무섭다!!

노빠는 정말 대단하다. 그렇다 정말 무서움이 몸서리처지게 느껴질 정도다.

이건 뭐 얘기도 안 통하고 국민의 3분의 2 이상이 문제있다고 얘기해도 우이독경이다. 논리고 뭐고 없이 그냥 노무현 만세다. 이런 걸 뭐라 하나? 그야말로 광신도라는 말이 이것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닐까?

국민의 지지는 그야말로 바닥을 기는데도 노빠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모든 것은 '수구 언론'과 '기득권 세력'의 탓이란다. 그게 자기 생각이기는 한가? 정부, 여당이 어떻게 책임 면하려고 쓰던 그것도 이제는 못쓰는 핑계를 그대로 따라할 뿐이다.

근데 웃기는 건 그런 말 하는 자체가 노무현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팍팍 깎아내린다는 거다.

노무현이 어떻게 대통령이 되었나? 설마 노빠들의 표만으로 됐다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누가 뭐라 해도 국민들이 던져 준 표 덕이었다. 그 때 지지율은 80%를 상회했지. 근데 그 때는 그 대단한 "수구 언론" 과 "기득권 세력"이 노무현을 지지하기라도 했나? 아니다. 대통령 자리가 걸린 때였으니 지금보다 더 심하면 했지 덜 공격하지는 않았었다.

그런데도 대통령 되고 지지율 80%까지 경험해봤으면서 지금의 낮은 지지도는 모두 '수구 세력' 의 탓이라니 정말 어이상실이다. 국민들이 아무 생각도 없이 "수구 세력" 에게 부화뇌동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거 참! 이 정도면 국민을 바보취급 하는 게 아니고 뭔가?

국민이 어디 다른 나라랑 바뀌기라도 했나? 지금 국민이랑 대통령 당선 때의 국민이 전부 다른 사람으로 바뀌기라도 했냐는 말이다.

* 국민은 '수구 세력' 말 몇 마디에 정부를 비난하는 바보다.
* 노무현 대통령은 위의 국민들의 지지를 업고 당선되었다.

결론은 노무현 대통령을 뽑은 것은 '바보'들의 바보짓이었다는 소리가 된다.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게 아니라면 국민을 바보취급하는 헛소리는 그만두기를. 이것은 현정권과 노빠 모두에게 하는 얘기다. (아이디 : 낭마니)

▲ 지난 2002년 민주당 광주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3강구도라는 애초의 예상을 깨고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다음은 노 대통령을 지지했다가 비판적인 입장으로 바뀐, 그러나 아직도 기대를 완전히 접지는 않은 독자의 댓글입니다. 이 글도 한 번 읽어보시지요.

[지지에서 비판으로] 국민의 선택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 국민이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것이 절대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다는 것은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보고, 또 그런 평가를 받을 만큼 우리 국민은 현명했다고 봅니다.

단지 엄호성인가 하는 한나라당 의원이 제시한 CIA 문건을 가지고 대북 특검을 한 이후에 미봉에 빠진 대북문제라든지, 무분별한 신도시 개발과 지역개발 정책으로 인한 부동산 안정화의 실패, 그리고 성장정책의 성공이라고도 볼 수 없고 분배정책의 성공이라고도 볼수 없는 우리경제의 딜레마라든지, 파병이라든지, FTA 등의 무역협상에서 보여준 자주 외교의 상실….

그리고 초기 참여정부의 모토를 무색하게 만들었던 부안 핵폐기장 문제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노무현 정권이 국민과 약속했던 정책들을 이행하고 성실히 지켜나가는 데 있어서 신뢰와 역량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국민이 실망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지요.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안녕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요?

감히 노무현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들은 국민의 지지가 예전만 못한 것에 대해서 그 근본 원인을 국민에게서 찾으려 들려하지 말고, 스스로에게서 찾아 볼 것을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지방 선거도 본인이 가지고 있던 초기의 정치철학이라든지 개혁의 마인드 없이 여기저기 행정관료를 뽑아다가 하려고 하질 않습니까? 전에 그런 식으로 해서 초기 개각에서 희생됐던 신선한 사람들이 강금실이고 이창동이 아닙니까?

다시 여론과 정치적 상황에 따라 전문성과 상관없이 이런사람 저런사람 기웃거리며 손을 벌리는데, 그러한 정치적 마인드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고, 지지를 다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노무현 정권은 국민을 또 한번 실망시킬 거라고 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가 안녕한지 궁금해 하시지 말고,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정말 안녕한지 그들이 정말 대통령을 열정으로 지지했던 마음이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 숨쉬는지 그런 것을 노무현 대통령은 깊이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게 힘들고 힘에 부친다고 핑계를 대는 노빠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불행히도 그런 분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다수의 국민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지 못하게하고, 듣지 못하게 하는 독이되는 부류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우리가 늘 알고 있는 우리의 적보다 우리에게 늘 달콤한 소리를 들려주는 적이야 말로 우리 인생의 적일 수가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제 부터라도 주변의 달콤한 소리에 자신을 병들게 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지지자들의 쓴소리에 고민하고, 멀리 갈라져 양극화되어 있는 모든 국민들의 가슴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역량을 보여 줘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무리라구요? 그렇지 않아요. 과거 통기타를 짊어지고 평범한 우리 서민, 보통사람들 앞에서 '아침이슬'을 부르던 노무현으로 돌아온다면, 우리 진정한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대에게 더 큰 사랑과 지지를 보낼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저 거대 수구 세력이 그대를 내동댕이쳤을 때, 수십만 개의 촛불을 들어 올리며 당신을 구해줬던 우리의 국민을 믿으시지요?

그럼 고민하지 말고 초심으로 돌아가세요. 이번 지방선거에서 완전히 깨지고, 선혈이 낭자해서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노무현이 찢어진 개혁의 깃발을 들고, 오뚜기처럼 일어나서, 민중을 깨워주는 그런 모습을 보여 주기를 아마 국민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아마 바로 이 모습이 과거의 노무현을 기억하는 지지자들이 보고싶어 하는 것일 겁니다.

해답을 다른데서 찾지 말고 스스로에게서 찾아보시길 바란다는 말을 전하며…. 나는 노무현 화이팅이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지치고 힘들어하는 우리 국민들에게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아이디 : 의적 홍길동)

결과적으로 흑백 논리로 비쳐지기 십상인,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여부를 묻는 기사에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로 이끌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논쟁과 토론의 힘은 찬성과 반대라는 결과에서 나오지 않고, 자기 주장을 다른 이에게 설득시키는 참여 과정에서 나온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태그:#노무현, #참여정부, #노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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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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