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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80년 광주민주화항쟁이 일어난 지 벌써 27년째.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 분노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광주민주화항쟁을 뜻하는 '80518' 카페 운영자이자, 최근 <노란 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을 펴낸 이상원 기자.

그는 5·18 당시 학생 신분으로 신군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 그 이후 이상원 기자는 한국을 떠났다. 환경 분야 공부에 매진하며 한국에 대한 관심을 '뚝' 끊었던 그가 다시 모국에 눈길을 돌린 것은 김대중 정부 때 국군간호사관학교 폐지 논란이 벌어지면서.

당시 인터넷을 통해 학교 폐지의 부당함을 주장하던 그는 다시 기사를 통해 한국 문제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가슴 속에 품고 있었던 신군부의 처벌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이중국적 허용, 대학지원 전면 중단, 한총련 발전적 해체와 같은 민감한 사안들에 뛰어들었다.

한국에 대한 관심을 숨기지 않지만, 그 관심이 무작정 애정인 것만은 아니다. 그는 우리나라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외국인 차별이 심하며, 한국 대학교육이 정부 품에 갇혀 있다고 거침없이 비판한다. 그에게 한국은 어쩔 수 없이 애증이 엇갈리는 나라다.

태평양 너머 미국에서 연방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이상원 기자와 서면 인터뷰를 나눴다.

"전두환에게 말 한 마디 건넬 마음 없다"

▲ 현재 미국 연방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상원 기자. 부부가 함께 찍은 사진이다.
ⓒ 이상원
- 전두환씨에 대한 분노와 울분 속에 미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광주민주화항쟁을 뜻하는 '80518' 카페를 만들고, 최근 '노란 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을 펴냈다. 지금도 분노는 여전한가?
"그 분노는 여전하다. 해결되지 않는 한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여전할 것 같다. 더욱이 광주학살의 책임과는 무관하다는 (신군부측) 입장에 변화가 없다. 그 누군가는 책임 규명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그 일환으로 80518카페로 관심의 끈을 이어가고자 한 것이다. 미흡한 책의 발간에 선뜻 동의한 것도 책의 머리말에서 지적했듯이 80518의 관심을 구걸하는 심정에서 비롯되었다."

- 책에 보면 아무런 죄 없이 계엄군에게 잡혀 심한 고문을 받은 것으로 돼 있다. 개인적인 고통 외에 가족 등의 고통은 없었나.
"가족의 고통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잡혀가서 고통을 받을 때마다 집안 식구들이 나의 소재 파악에 상당한 기간 동안 허겁지겁했어야 했다. 특히 어머니께서 경찰서와 보안대를 전전하시며 애를 태우셨다. 당시 어머니는 산에 올라가셔서 여러 날 밤과 낮을, 이 못난 아들의 무사함을 위해 기도하셨다. 그 후유증인 듯 그 후 갑상선으로 고생을 하셨는데 아직도 죄책감이 남아 있다.

지금 안과를 하는 큰형도 피해를 받았다. 군의관으로 전방근무를 마치고 지구병원 안과군의관으로 가게 돼 있었는데 신원조회에서 친동생인 내가 학생운동과 관련하여 구금된 적이 있다는 게 문제가 됐다. 자신의 안과 전공을 수련할 기회를 잃고 일반부대 의무중대장으로 군의관 생활을 보내게 한 것도 미안하다."

- 80년이 지난 뒤 한참 지나서야 관련 카페를 만들고 관련 책을 냈다. 이유가 무엇인가.
"박사를 마치기 전에는 한국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지적한 기간은 박사학위를 위해 소비한 기간들과 일치한다. 박사를 마치고 나서야 남겨두고 온 것들을 뒤적거릴 여유가 생겼다. 아내가 나온 국군간호사관학교 부활에 관한 인터넷 투쟁이 한국과 화해를 종용하게 만든 면도 있다."

- 지금 만약 전두환씨를 만나게 된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
"만날 이유가 없다. 만나도 할 말 없다.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말 한마디 건네는 마음 한 자락을 차마 줄 수가 없다. 오히려 한국 법이든 국제법이든 법적인 절차를 통하여 광주학살의 책임자로서 처벌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책을 보면 논란이 될 수 있을 주장들이 제법 나온다. 먼저 '이중국적 허용'을 들 수 있다. 만약 한국에 있었고, 지난해 이중국적 문제에 대한 한국의 뜨거운 반응을 봤다면 그런 주장을 하진 못했을 것 같다.
"나도 내내 한국에서 살았다면 그 뜨거운 반응에 오히려 큰 장작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미국에 있었다면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우선 미국의 상대적인 법 적용이 쉽게 이해된다. 유태인의 경우처럼 외국에 있는 한 당연히 이중국적자가 되는 실리적 지혜를 경험해보라. 한국의 그 뜨거운 반응이라는 것이 군복무를 면피하자는 한심한 자들에 대한 분노인 것이지,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지혜를 논했던 것은 아니잖나."

- 한총련 합법 발전 또는 발전적 해체 또한 돌 맞을(?) 수 있는 주장이다. 학생 운동단체가 해결해야 할 일이 한두 개가 아닌데, '전두환 처벌'에 앞장서 달라는 것도 너무 편향된 요구 아닌가.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5·18 국립묘지까지 몰려가 행패를 부린 것은 잘했다 칭찬할 수 없었다. 더욱이 처음으로 대통령이 5·18을 공식 참배하는 자리에서 그와 무관한 사안으로, 적절하지 못한 방법으로 의사를 표했다는 것이 말하게 만들었다. 책에서 지적했듯이 난 80년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고 80년대에 한국을 떠나와 현재의 한국 학생운동단체가 해결해야 될 일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선뜻 머리에 떠오르는 것들이 없다. '전두환 처벌'에 앞장서 달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 달나라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 책에서 말한 대학 정책 또한 너무 자유주의적인 듯하다. 대학입시를 대학 자율에 맡기고, 금전적 지원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는데, 그렇게 되면 결국 대학이 자력으로 생존하라는 뜻 아닌가. 등록금이 대폭 상승될 것이고, 한국은 메이저 대학 위주로 재편될 것인데.
"한국의 사회체제는 아직도 자본주의를 그 바탕으로 삼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정부에서 지원해도 서울대 연대 고대라는 메이저 대학 위주로 대학사회가 구성되어 잇다. 책에서 이야기한 것은 나의 자유주의적 교육관을 이야기했다기보다는 한국이 중고등교육을 보다 내실 있게 운영하고 지원하라는 이야기다. 아직 한국 중등교육이 무상은 아니잖은가? 대학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져야지, 정부 품에만 안주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 정부, 세계 유례없이 외국인 차별 심한 나라"

▲ 책 '노란 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 에세이
- 책을 보면 미국사회를 긍정하는 대목이 여러 군데 나온다. 그런데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을 벌이면서 전 세계 국가를 전쟁 속에 몰아넣었다. 미국 내에서도 흑인폭동 등 인종폭동이 심하고. 최근엔 스크린쿼터 폐지 등 문화적으로도 우리나라를 압박하고 있다. 그런 부분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우선 전쟁의 시발점에 9·11이 있고 9·11로 인해 2752명의 무고한 민간인이 사망하는 어처구니없는 테러 공격이 있었음을 잊지 말길 바란다. 나의 절친한 한국 지인 한 명도 그 중에 있었고 시신은 물론 유품 한 점 수습할 수 없었다. 2002년 10월 11일, 미국 상원에서 전쟁을 승인했다. 그때 100명의 상원 의원 중 77명이 전쟁에 동의하고 23명이 반대했다. 동의했건 반대했건 100명의 상원의원 모두는 평생 고뇌하고 번뇌할 결정임을 이해하고 상원투표에 임했다. 미국은 세계 그 자체라 할 만큼 다양한 사회고 긍정해야 할 부분이 너무나 많은 사회다.

아쉽지만 한민족은 세계 어느 종족 못지않게 인종 차별이 심한 민족이다. 미국에서 만나는 한국계 화교마다 한국 정부에 극도의 적개심을 표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한국 정부의 화교를 비롯한 외국인에 대한 정책은 세계 어느 나라의 외국인에 대한 정책보다 각박하다. 약육강식은 사실이지만 생존을 위하여 한국은 좀 더 현명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 반전운동이라든가 평화운동, 인권운동을 가장 많이 하고 가장 효과적으로 하며 가장 심각하게 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자식들을 이라크전쟁에서 잃은 부모들이 벌이는 반전운동이라든가 미국인권변호사단체인 ACLU가 줄기차게 물고 늘어지는 쿠바의 관타나모 전쟁포로 수용소의 벌어지는 인권탄압 등 그 진지한 미국 내 인권운동이라든가 그리고 셀 수조차 없는 수많은 단체들의 평화운동들이 전 세계 유사한 운동을 주도하고 경제적인 지원까지 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호전적인 미국의 일부 세력을 비판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다양한 미국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것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스크린쿼터 폐지의 자세한 내용을 접할 길이 없어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기본적으로 공정하고 당당하게 경쟁하자는 것에 나는 찬성한다. 자본주의 기본이 시장자유경쟁 아닌가?"

"환경 문제 많이 다루지 못해 아쉬워"

▲ 이상원 기자는 앞으로 미국에서 살면서 느꼈던 이야기를 수필집으로 엮어낼 계획이다.
ⓒ 이상원
- 책이 나오게 된 과정을 이야기한다면.
"국군간호사관학교 살리기 이후 오마이뉴스 기사, 카페 컴티 블로그 게시판에 두서없이 올린 내용을 보고 출판사가 연락을 했다. 운동권으로는 드물게 어렵게 미국까지 나와 자기 분야에서 1년에 몇 차례씩 학회 주제 발표와 저널발표도 하고 미국연방공무원으로 발탁돼서 살아간다는 게 대중의 흥미를 유발할 만 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 책이 나오고 난 뒤 반응은 어땠나.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쩌다 연락 오는 지인들이 한결같이 책 이야기를 한다. 인터넷상에 다 있는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책의 막강한 힘을 느낀다. 어느덧 나의 지인 중에는 흔히 말하는 보수 기득권 인사들이 많다. 보안법 없애자는 말에 분노하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빨갱이 정권이라고 일언지하에 치부하는 분들이다. 그분들이 내 책을 통해 적어도 독재정권이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벌인 짓들을 이해한다고 했을 때 이 책에 대한 고마움을 느낀다."

- 오마이뉴스에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됐나.
"서울대 미대 김민수 교수님이 고등학교 1년 선배다. 국군간호사관학교 살리기 운동을 할 때 국방부와의 싸움을 골리앗과의 싸움으로 비유하며 한 수 가르침을 받았다. 그게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정작 김민수 선배는 오마이뉴스에 2개 정도의 글만 남기셨더라. 아무튼 미국에 살면서 한국의 정서를 따라가는데 오마이뉴스의 몫이 컸다."

이상원 기자는 누구?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나고 성장했다. 한국잡지연구소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유학하여 미국 버지니아텍 대학원에서 농공학을, 브라운대학 대학원에서 지질학을 공부했으며 노스이스턴 공대 대학원과 로드아일랜드 주립대 대학원에서 토목환경공학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리 카운티의 공무원을 시작으로 미국연방공무원으로 국방성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미국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에 근무하고 있다. 2003년 한국정부로부터 5․18 민주화유공자로 인정받았다.

-'노란 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저자 소개중에서
- 환경박사라는 전공을 살린다면 보다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기사가 나왔을 것 같다. 천성산 공사, 새만금 공사, 미군기지 확장 등 환경 시각에서 분석할 수 있는 기사가 너무 많지 않나. '정치'에만 너무 관심을 쏟는 것 같아 아쉽다.
"우선 한국의 환경문제를 심도 있게 지적하고 논하기에는 내 스스로 접할 수 있는 자료에 한계가 있다. 천성산이나 새만금 그리고 미군기지 한 번 방문한 적 없는 사람이 단편적인 기사만 가지고 따지다 보면 양쪽의 시각을 객관적으로 보기 힘들다. 환경하는 사람이 떠드는 정치이야기는 일반적일 수 있지만 환경하는 사람이 떠드는 환경 이야기는 그 무게가 달라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여담이긴 하지만 모든 인간사의 정점에는 정치가 있더라. 정치에 무관심하면 우리는 다시 지옥 속에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 앞으로 계획은.
"앞서 말했듯이 내가 느끼고 바라보았던 미국의 이야기를 하고 싶고, 그 내용을 수필집으로 엮을 계획이다. 미국 사회에서 성공하는 것이 장기 계획이다. 아직 갈 길이 멀고 험하다. 함께 갈 만큼 미국 사회의 의사 결정권 속에 들어와 있는 사람이 적어 아쉽고 한국보다 더 한국적으로 고립되어 살아가는 능력 있는 한인들을 만나는 게 너무나 안타깝고 속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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