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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난 딸과 처음으로 영화를 보러가다

일요일 오후, 부천시민회관으로 딸과 영화를 보러갔다. 남과 북이 함께 만들었다는 만화영화 <왕후 심청>. 다섯 살 난 딸과 처음 보는 영화다. 한 달 전부터 나는 잠자리에서 딸에게 효녀심청 이야기를 해주곤 했는데, 마침 영화 초대권이 생긴 것이다. 이것을 금상첨화라고 하는가 보다.

팝콘 한 봉지와 음료수를 손에 쥐고 딸과 나란히 앉았다.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딸은 "아빠, 언제 집에 가요?" 물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잠자리에서 들려준 이야기로 영화의 이해를 도왔고, 이내 딸은 영화에 빠져 들었다.

영화의 절정. 맹인들을 초대한 잔치가 끝나갈 무렵 궁궐 문을 들어서는 심학규와 그를 향해 걸어가는 심청, 그리고 서로 얼싸안고 기쁨과 통한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

자꾸 눈물이 나왔어요

평소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자주 울던 내 눈에서는 여지없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슬쩍 옆자리의 딸을 쳐다보았다. 그 큰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딸은 훌쩍거리며 옷깃으로 연신 눈물을 훔쳐냈다.

아빠를 닮아 눈물이 많은 걸까? 표현하기 어려운 가슴 벅찬 행복감이 밀려왔다. 만화영화를 보고 눈물 흘리는 아빠가 또 있을까? 딸이 모르게 눈물을 닦아내며 나는 빙그레 웃었다.

영화가 끝나고 딸에게 물었다.

"채윤아, 아까 왜 눈물 흘렸어?"
"으응 자꾸 눈물이 나왔어요."
"왜, 슬펐어?"
"아뇨, 심청이랑 아빠랑 만나서요."

함께 흘린 눈물과 행복감

그날 왕후심청은 아빠와 딸을 함께 울렸지만 가슴 속에 따스한 온기를 지펴 놓았다. 피곤하다며 누워 있었다면 아마 그런 행복한 기회를 놓쳤을 것이다. 내가 자라면서 가져보지 못한 느낌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불감증의 시대라는 지금, 나는 우리 아이가 세상의 기쁨과 슬픔을 서로 잘 나누는 사람으로 자라길 소망한다. 여러분도 다가오는 주말에 이런 작은 행복감을 느껴보시는 건 어떠세요? 아이와 한 곳을 바라보며 같은 느낌을 갖는 것이 참 행복한 일임을 감히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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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지나치는 일과 스치는 생각 속에서 나와 우리의 변화와 희망을 위한 상상력이 필요한 곳은 없는지 살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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