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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왕(소위 '천황')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주장한 아소 다로 일본 외무장관의 28일자 나고야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먼저, 일본 <마이니치신문> 29일자 기사를 통해 발언의 대강을 살펴보기로 한다.

신문에 따르면, 아소 다로 외무장관은 나고야 시내의 강연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와 관련 "(호국)영령들은 천황 폐하 만세를 불렀으며 수상 만세를 부른 사람은 제로였다"며 "천황 폐하가 참배를 하시는 것이 상책"이라고 언급했다.

신문은 또 아소 다로 외무장관이 일본 국왕의 참배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탐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아소 다로가 "일본 수상이 국내에서 여기에 가서는 안 된다고 외국에서 말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이 말하면 말할수록 가지 않을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현재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문제되고 있지만 일본 국왕의 야스쿠니 참배는 총리의 참배보다 훨씬 더 큰 의미와 영향력을 갖는 것으로서, 동아시아의 잠재적 '화약고'와 같은 것이다.

일본인들은 국왕의 참배를 고신파이(御親拜)라고 하여 높여 부르고 있는데, 총리의 신사 참배를 지지하는 자들이 궁극적으로 의도하는 바는 바로 국왕의 참배다. 지금 일본 우익이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 참배를 적극 추진하는 것은 그에 뒤이어 국왕의 참배를 실현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총리의 신사 참배를 정당화하려는 일본 우익의 진정한 의도는 언젠가는 국왕의 참배를 실현시키려는 데에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 국왕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일본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우리는 군국주의라는 부정적 표현으로 부르고 있지만, 바로 그 군국주의는 근대 시기부터 일본을 강화시켜 준 힘의 근원이기도 하다. 바로 이 군국주의의 인적 상징이 일본 국왕이고 그 물적 상징이 야스쿠니신사라고 할 수 있다.

'한·중 야스쿠니 참배 반대론 중대한 약점'(오마이뉴스 1월 12일 기사)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본 국왕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실현되면 이는 일본 군국주의의 인적 상징(국왕)과 물적 상징(야스쿠니신사)이 결합하는 것으로 보이게 된다. 이는 일본인들이 국왕을 중심으로 군국주의적 재무장을 할 수 있는 사회심리적 바탕을 제공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현재처럼 국왕이 야스쿠니 참배를 할 수 없는 상황은 일본인들에게 군국주의의 인적 상징과 물적 상징이 분리되어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괴리를 극복하려는 것이 일본 우익의 의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국왕의 야스쿠니 참배는 일본이 과거의 '전과'에서 해방되어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과거에 국왕과 야스쿠니신사를 중심으로 군국주의적 단결을 하던 일본의 과거가 되살아남을 의미하는 것이다.

일본 우익이 국왕의 참배를 필요로 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국왕의 신사 참배를 통해 일본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군국주의적으로 단결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간의 경제·군사적 성장을 바탕으로 또 한 번의 대외진출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일본 우익의 '조급한 마음'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이러한 점들을 본다면, 일본 국왕의 야스쿠니 참배라는 것이 단순히 의례적·종교적 차원에 머무는 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동아시아 재앙의 재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화약고'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국왕의 신사 참배를 추진하는 일본 우익에 대항하여 우리는 어떠한 접근법을 취해야 할까? 이 점에 관하여는 제2편에서 논의하기로 한다.

(제2편으로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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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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