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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수리
ⓒ 최한수
지난 목요일(2005년 1월 19일) 파주 민통선내에 위치한 독수리 겨울 서식지에서 독수리들을 위한 잔치가 벌어졌다. 야생조류의 보호를 위해 1980년에 설립되어 25년간 활발한 활동을 해온 (사)한국조류보호협회에서 주관한 행사였다.

(사)한국조류보호협회에서는 매년 겨울 몽골에서 날아온 국제적인 희귀조인 독수리에게 많은 먹이를 규칙적으로 공급해왔다. 그러나 최근 조류 인플루엔자(이하 AI)의 위험 때문에 관계부처에서 야생동물에게 인위적으로 먹이를 주는 것을 금지하여 많은 독수리들이 굶고 있었다. 특히, 올 겨울은 많은 눈 때문에 야생에서 구할 수 있는 먹이마저 눈 속에 파 묻혀 배고픔이 더할 것이다.

또한 어떤 학자들은 인위적으로 먹이를 공급하게 되면 야생성을 잃어 가축화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필자는 말 못하는 독수리를 위하여 사람들의 오해를 풀어 보고자 한다.

그러나 이는 본인이 입수한 여러 자료에 대한 근거일 뿐 과학적으로는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다. 아니 아마도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 문제일 것이다. 연구에 쓰일 만큼의 야생조류가 지구상에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고 야생조수에 대한 관심이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 하늘을 날며 먹이를 찾는 독수리
ⓒ 최한수
야생조류가 AI를 옮기는가?

물론 많은 학자들이 야생조류가 AI를 옮긴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실제로 야생조류에서 AI가 감염된 사례도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야생조류를 AI의 주범으로 몰기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이제까지 여러 학자들의 주장을 고려하여 결론을 내린다면 AI에 의한 집단 폐사는 야생조류에게 일어난 적이 없으면 다만 인간에 의해 좁은 공간에서 높은 일도로 길러지는 가금류에게만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AI에 감염된 야생조류는 하루 이틀을 버티기 힘들고, AI에 걸려 죽은 사체는 다양한 산짐승에 의해 먹히고 미생물에 의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좁은 공간에 가둬놓고 기르는 오리, 닭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다. 결국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야생조류는 혼자 동떨어져서 죽지 동료들에게 집단 폐사의 피해를 떠넘기진 않는다. 평생 길에서 죽은 새의 시체를 보기 힘든 것은 먹이사슬이라 불리는 생태계의 회전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은 억지 주장인 것 같지만 하지만 독수리는 죽은 동물의 사체를 처리하는 '생태계의 청소부'로 생태계의 안전을 지켜주는 존재인 것 같다.

▲ 겨울철새 먹이주기에 참가한 시민들
ⓒ 최한수
사람들이 먹이를 주면 야생성이 사라지는가?

정답은 '노(NO)'이다. 그러나 야생동물의 야생성에 대하여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이 먹이를 주는데 독수리들이 도망가지도 않고 가까이 와서 먹이를 받아먹는다. 인간을 피하는 것이 야생성일까? 인간과 친밀하게 공존 하는 것이 야생성일까?

인적이 드문 깊은 계곡에 손을 담그면 민물고기들이 몰려든다. 빵 조각이라도 손에 들고 있으면 더 많은 물고기가 몰려든다. 이들은 사람들의 잔학함을 경험해 본적이 없어 인간을 적으로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원래 인간과 야생은 친숙한 존재였다. 인간 위주로 생활하다 보니 자연을 파괴하고 이에 따라 피해의식이 생기는 것은 당연히 야생생물이 되는 것이다.

인간에게 남아도는 혹은 인간이 먹지 못하는 먹이를 불에 태워버리거나 땅에 묻어 버리지 않고 야생동물들의 먹이로 제공해 준다면 200백만 년 동안의 전쟁을 종식하고 공존의 시간이 지속될 것이다.

또한 독수리들이 겨울동안 너무 잘 먹고 살이 쪄서 몽골까지 날아가지 못할 것이라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야생동물은 절대로 과식을 하지 않는다. 수 천 만년 동안 몽골과 우리나라를 오가던 독수리에게 잘 먹여 준다 하여 한국에 남아 있을 거란 생각은 너무나 인위적인 발상이다.

지구상의 3000여 마리 밖에 살아남아 있지 않은 독수리 중 1500마리는 매년 겨울 우리나라를 찾아온다. 그러나 봄이 되면 단 한 마리도 남지 않고 모두 고향을 찾아간다. 물론 고향을 찾아가는 동안 30% 정도가 죽는다 하지만 겨울동안 너무 먹어 뚱뚱해져서 숨이 차서 죽는 것이 아니고 약한 놈은 죽고 강인한 놈들만 살아남아 건강한 혈통을 이어가기 위한 자연의 순리인 것이다.

독수리는 까치에게도 당한다 ?

까치는 독수리 발바닥 크기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독수리를 관찰하고 있으면 까치와 까마귀가 독수리를 괴롭히는 모습을 볼 수 가 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어떤 신문에서는 독수리를 바보로 취급하는 글을 썼다. 독수리는 바보여서 까치에게 당하고만 있는 것일까? 등치 작은 까치와 싸움을 안 한다고 바보로 볼 수 있을까? 독수리는 사냥을 하지 않고 죽은 동물만 먹고 산다. 사냥을 하지 않기 때문에 공격성이 없다. 그러나 동료들과 먹이 다툼을 하기도 한다.

까치와 까마귀와의 싸움은 독수리에게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다. 같은 먹이를 먹더라도 먹는 양에서 차이가 나는데 조금 양보하더라도 독수리에겐 별 피해가 없다. 다만 성질이 고약한 까치나 까마귀가 자신의 먹이에 미리 신경 쓰는 것이다.

엄청난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에게는 힘은 세면서 싸움을 좀처럼 하지 않는 독수리가 바보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 세상에는 싸움이라도 해서 자신의 밥그릇을 챙기려는 사람들 보다 자신의 밥그릇을 내주면서 싸움을 피하려는 사람이 더 많다고 믿고 싶다.

독수리는 용맹하다?

'하늘의 제왕'이라 불리는 독수리는 죽은 동물만 먹고 싸움을 피하며 살고 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독수리의 이미지와는 영 딴 판이다.

그러나 이런 용맹스런 독수리의 이미지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선 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한다. 생물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용맹스런 독수리는 정확히 말하면 '독수리'가 아니고 '수리'이다. 우리나라에서 관찰되는 '수리'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흰꼬리수리, 참수리 등은 사냥을 하여 먹이를 잡기 때문에 매우 민첩하고 공격성이 강하다. 매, 솔개, 황조롱이 등도 마찬가지다. 다만 독수리라 불리는 놈만 사냥을 하지 않는다.

오랜 진화의 정을 통하여 서로 다른 방식을 삶을 사는 것뿐인데, 사람들의 무지함 때문에 요즘 독수리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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