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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8일 저녁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신년연설에서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증세를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 연합뉴스 백승렬
설왕설래하던 증세(增稅) 논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 18일 진행된 신년특별연설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양극화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재원마련 등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이다.

비록 노 대통령이 그 '근본적 해결책'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은 아니지만, 증세를 포함한 조세개혁이 그 '근본적 해결책'임을 짐작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 재정규모는 GDP 대비 27% 수준으로 미국(36%)·일본(37%)·영국(44%)·스웨덴(57%)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규모", "앞의 나라들이 중앙정부 재정의 절반 이상을 복지에 쓰고 있는데 우리는 1/4 밖에 되지 않고 정부정책에 의한 소득격차 개선효과도 매우 낮다"고 지적한 노 대통령의 발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은 일자리"라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뒤를 잇고 있는 걸 보면, 결국 노 대통령은 한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최대 현안인 양극화 해소의 해법으로 증세를 통한 정부 재정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사회가 해결해야 할 최대 현안을 사회적 양극화의 해소로 설정한 대통령의 문제의식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리고 이를 실현할 해법으로 제시한 증세를 통한 재정확대와 일자리 창출도 평가할 부분이 많다.

그러나 증세를 통해 재정을 확대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회적 안전망을 튼실하게 해 양극화 해소를 이루겠다는 대통령의 구상을 실천하기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몇 가지 과제들이 있다.

증세를 통해 재정확대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불로소득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 그 중에서도 토지 소유에 따른 소득임은 새삼 긴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단적인 예로 1963년 3조원에 불과하던 전국의 지가는 고작 40여 년 만에 700배 이상 증가했고, 천문학적이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개발 이익이 극소수 토지소유자들에게로 흘러들어갔다.

2004년 국내 총생산(GDP)이 780조 규모였음을 감안할 때 토지소유자들이 수취한 불로소득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정이 한결 고약한 것은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이 한 줌도 되지 않는 토지소유자들에게 집중되었다는 점이다.

작년 행자부가 발표한 토지 보유 현황에 의하면 2004년 말 현재 전국의 지가총액은 1771조원이고 그 중 사유지의 가치는 1145조원인데, 상위 1%·5%·10%가 보유하고 있는 사유지의 가액은 각각 433조원(37.8%), 777조원(67.9%), 945조원(82.5%)에 달한다. 우리나라 총인구 4871만명 중 토지보유자는 고작 28.7%인 1397만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생각해보면 지가와 건물의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것은 도로나 지하철, 공원, 병원, 쇼핑몰, 학교 등의 각종 사회적 인프라와 편의시설이 구축되는 데서 기인하는 것이므로, 전적으로 사회공동체의 공로임에도 불구하고 개발로 인해서 상승한 가치는 모두 토지소유자들이 독식하고 있는 것이다.

비유컨대 한국사회 구성원들이 피땀 흘려 형성한 사회적 부를 대토지 소유자들이 끊임없이 펌프질해서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우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정부가 증세에 우선해서 추진해야 하는 것은 토지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이다.

토지 등에 대한 불로소득 환수의 효과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방법으로는 보유세 실효세율을 높이는 것이 특히 효과적인데, 보유세 실효세율을 높이면 장래 발생할 기대이익이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에 부동산 투기도 사라지게 된다. 한 마디로 보유세율 인상을 통해 불로소득 환수와 투기 억제라는 양수겸장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2004년 현재 대한민국의 부동산 관련 세금은 약 22조원이고, 이중 부동산 보유세는(재산세, 종토세, 도시계획세, 공동시설세 등)는 4조7천억 원 정도인데 이는 151조원에 달하는 세금 가운데 일부에 불과하다.

위의 수치에서 잘 알 수 있는 것처럼 조세 가운데 토지 등의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율이 너무 낮다. 아쉬운 점은 정부의 8·31대책이 여러 장점들을 내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유세 실효세율 부분에 있어서는 여전히 불만스럽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현재 고작 0.15%에 머무르고 있는 보유세 실효세율을 대폭 상향하겠다고 천명하였으나 그 대상과 과세율이 턱없이 기대에 못 미친다. 따라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보유세 실효세율을 획기적으로 상향하는 방안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강력한 보유세의 도입은 세수 확보에 기여할 뿐 아니라 부동산 투기를 근절시킬 것이고 부동산 가격의 하락, 안정을 가져올 것이다. 또한 높은 수익을 노리고 시중에 떠돌고 있는 수백조에 달하는 부동자금을 생산부분에 대한 투자로 돌리게 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자연스럽게 고용창출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임대료가 낮아지고 부동산을 담보로 요구하는 관행들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창업이 지금보다 훨씬 용이해질 것이다. 따라서 실업률이 줄어드는 것은 정한 이치다. 뿐만 아니라 강력한 보유세 도입은 주택가격을 낮추어 실질임금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며 이는 자연스럽게 구매력을 신장시켜 소비를 진작시킬 것이다. 보유세 실효세율 상향에 따라 위와 같은 경제적 효과가 발생하면 사회적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정부가 재정을 확대할 필요성도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또한가지, 탈루세원의 포착

정부가 증세에 앞서 시행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탈루세원의 포착 및 이에 대한 과세이다. 특히 고소득 자영업자들이나 전문직 종사자들 중 상당수가 자행하는 탈세 행태는 고약하기 이를 데 없다. 세원이 투명하게 노출되는 근로자들과 달리 고소득 자영업자들이나 전문직 종사자들 중 상당수는 세원 노출을 회피하며 사업소득을 축소하기 일쑤다.

보통 근로자들 입장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소득을 얻으면서도 탈세를 일삼는 일부 고소득 자영업자들이나 전문직 종사자들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한 범죄행위이다. 이들에 대한 세원 포착과 과세는 증세에 앞서 반드시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다.

단언하건대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와 탈루소득에 대한 세원 포착 및 이에 대한 과세가 선행된다면 증세의 필요는 없어지거나 한결 덜하게 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를 명심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에서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대자보와 뉴스앤조이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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