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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 네거리에서 청와대 행진을 시도하는 농민들을 향해 경찰이 물대포를 쏘며 저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농민들의 데모가 이제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어젯밤(12월 1일) 전경들의 진압과정 뉴스를 보고 밤새 뒤척였습니다.

바깥 온도가 영하를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데모 진압용으로 꼭 물대포를 쏴야 했는지,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 참담했습니다.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된 농부들 모습이 아른거려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며칠 전 순수 농사만 짓고있는 언니 집에 다녀왔습니다. 요즘 쌀 시세를 물어보니 언니와 형부는 구들장이 꺼져라 한숨만 짓더군요. 작년까지만 해도 40kg 한 가마에 8만 원씩 받았는데 그 날은 40kg을 육만오천 원씩에 열 가마 팔았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쌀을 가져간 사람은 아랫동서의 친정 부모님이라 오만 원을 더 얹어주고 갔다고 하더라구요. 그 사람들도 농사꾼이 얼마나 짠했으면 돈을 더 얹어주고 갔을까요.

대기업 근로자들도 매년 연례행사처럼 보수를 많이 올려달라고 데모를 합니다. 공무원들 봉급도 제자리에 머문 경우는 IMF 때 말고는 거의 없을 겁니다. 그런데 쌀값은 뭡니까? 몇 년째 그 자리에 맴돌던 쌀값이 일 년에 거의 20%가 내려가 버렸습니다. 공무원 월급을 이 정도 삭감하면 지금 농부들의 데모가 문제가 아니라 온 나라가 들썩거리며 마비가 됐을 겁니다.

기업은 한 명 이상만 고용해도 산재보험 등 기본 4대 보험에 들어 있기에 직원이 사고로 다칠 경우 다 보험으로 치료를 합니다. 요즘 농사가 다 기계화 되어 편하게 짓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농민들이 농기계로 안 다치는 줄 아시지만, 농촌에 가면 손가락 한 두 개씩 잘려나간 사람들이 한 마을에도 여러 명씩 있습니다.

언니는 지금 1급 장애인입니다. 뭐 언니의 잘못도 있지만 벼를 수확하면서 콤바인으로 미끄러지면서 오른손은 아예 팔꿈치까지 잘려나가고 왼손도 90%가 죽었습니다. 하지만 산재보험도 없어 혼자 치료 다하고 하루하루 자식들 때문에 죽지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쌀 비준 안이 통과되면서 농민들의 시위가 더 과격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정부도 나름대로 고민이 있겠지만 이 일은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줘야 합니다.

쉽게 말하면 다른 나라에 자동차나 반도체 등을 수출하면서 대신 쌀 수입하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 그쪽에서 생긴 세금과 이익금으로 농민들의 손해를 보상해 주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 농민들 생각입니다. 왜 농민들만 희생시키면서 수출을 하느냐 이거 아닌가요?

지방에서 옷 여 벌도 없이 단 벌로 올라온 농사꾼들에게 물대포 말고 다른 방법으로 제지했으면 합니다. 아니 그 분들이 하루빨리 내려가 맘 편히 논과 밭에서 흙을 만지며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그 분들 중에 한가해서 올라온 사람들은 한 분도 없을 겁니다. 다들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정부가 농민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기에 그런 것 아닐까요?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립니다. 대부분 농사꾼들은 우리 땅을 지킨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언젠가 식량이 부족해서 제발 농사 좀 지어달라고 사정할 시기가 올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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