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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4일 오후 6시38분]

▲ 오마이뉴스 주최 '평양-남포 통일 마라톤대회'가 24일 오전 평양 서산경기장에서 남북 선수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 배형진씨(오른쪽)가 하프코스를 완주하자, 어머니 박미경씨가 땀을 닦아주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평양 시내를 달리다니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24일 <오마이뉴스> 평양-남포 통일마라톤 대회(평양마라톤대회)에 참석한 남쪽 참가자 144명은 평양 심장부를 내달렸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평양 달리니 "좋아요!"

특별취재팀

취재 : 박상규 김시연 박수원
사진 : 이종호 남소연
동영상 : 김윤상 김진희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 배형진씨의 '100만불 짜리 다리'는 평양에서도 빛을 발했다. 그는 평양의 심장부인 청춘거리와 광복거리를 거침없이 달렸다.

검은색 선글라스를 쓰고 평양을 달린 배씨는 이날 21km 하프 코스를 1시간55분에 달렸다. 배씨는 대회 시작 전 "오늘 몇 등 할 수 있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1등이요!"라고 크게 외쳤다.

결승점을 통과한 배씨는 "평양을 달려보니 어땠느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좋아요!"를 반복해서 외쳤다.

배씨의 어머니 박미경씨는 "형진이에게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달리라고 했는데, 스스로 잘 조절했던 것 같다"며 "아들과 함께 평양을 달릴 수 있게 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밝혔다.

시민기자 장씨의 배번에 쓰여진 이름들

▲ 오마이뉴스 주최 '평양-남포 통일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남북의 선수들이 평양시내를 달리며 손을 흔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 장성환(44)씨. 그는 손수건에 '반갑습니다'를 커다랗게 써서 두 손을 치켜올리고 21km 거리를 달렸다. 장씨의 '반갑습니다' 손수건을 본 평양 시민들은 두 손을 들어 "기운내십시오"를 외치며 응원을 보냈다.

장씨는 번호표가 쓰여진 배번에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문구와 함께 자신에게 평양 가는 노잣돈을 보탠 친구들의 명단을 적었다.

"조재영, 이찬희, 전상복, 아무개…"

"충북 단양 가산 초등학교 동창들 카페가 있어요. 평양 마라톤 참석을 결정한 후 동문들에게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1000원도 좋고, 1만원도 좋고, 스폰서가 되라고 글을 올렸어요. 평양 마라톤 배번에 이름을 적겠다고 말하면서요. 여기에 이름이 적힌 사람들은 바로 저에게 돈을 보탠 사람들이에요."

장씨는 "길이 너무 좋아서 눈 감고도 뛸 수 있을 정도였다"면서 "이 도로를 남과 북의 동포 5천명, 아니 1만여명이 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21km를 1시간28분에 달려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면서 "옆에 북쪽 여성 마라톤너가 있어 더 기록이 좋았던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장씨는 "고 문익환 목사님의 '통일 이제 다 됐어'라는 말이 실감나는 하루였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북이 고향인 장인 어른을 꼭 모시고 싶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지난 주말 마라톤 풀코스를 뛴 탓에 왼쪽 발목에 부상을 입은 이용희(38. 아시아나항공 영업팀 과장)씨. 그는 평양 마라톤 출전을 위해 한약 치료까지 받았고, 결국 1시간21분에 완주했다.

"부상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끝까지 달려서 너무 기쁩니다. 공기도 좋고, 차도 없어서 달리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특히나 시민들이 나와서 환호해 주니까 힘이 더 나더라고요."

이씨는 지난 11월 아시아나항공 노사화합 마라톤대회에서 1등한 포상으로 평양 마라톤에 참석하게 됐다. 그는 신선한 평양의 공기를 함경북도 명천이 고향인 장인 어른과 함께 마시고 싶단다.

"장인어른이 올해 84세인데 평양 제일중학교에서 교사를 하셨어요. 사실 저보다 장인어른이 먼저 오셔야 하는데…. 이산가족상봉을 몇차례 신청하셨는데 안 됐어요. 내년 대회에는 장인 어른을 꼭 모시고 오고 싶네요."

"평양의 10차선 달렸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경험"

배영규(57)인제군청 부군수는 "매연이 없는 곳에서 달리게 돼 기록이 평소보다 단축됐다"면서 "언제 우리가 10차선 도로를 달려볼 수 있겠느냐"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윤민호(57) 한국서부발전 기획처장은 하프 코스를 처음으로 완주하는 기쁨을 맛봤다. 그는 "평양 시민들, 특히 어린 학생들까지 나와서 반갑게 인사하는 것이 달리는데 큰 힘이 됐다"면서 "코스가 좀 단조로운 느낌도 있었지만, 날씨를 비롯한 여러가지 조건이 기대 이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회사 동료 2명과 평양 마라톤 대회에 참석한 권종국(40. 우리은행 차장)씨. "뜻 깊은 행사에 함께 하게 되서 기쁘다"면서 "내년에도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면 꼭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근(44. 경기도 정책기획관)씨는 "기록에 구애 받지 않고 즐겁게 즐기면서 달렸다"면서 "평양의 10차선 달렸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경험 아니냐"고 설명했다.

백홍기(37. 진로 석수사업부 과장)씨는 완주 소감을 묻는 질문에 "너무 감격스러웠다"면서 "기회가 되면 또 오고싶다"고 강조했다.

이날 평양마라톤대회에는 우리은행, 서울사이버대, 팬택, 가로수닷컴, 한국전력, GS칼텍스, 산업은행 등 기업과 은행 마라톤 동우회가 다수 참석했다.

▲ 오마이뉴스 주최 '평양-남포 통일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남측의 권종국 차장(우리은행)과 북측의 선수가 함께 손을 잡고 결승점에 들어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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