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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만의 부활 10일 오후 전태일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 주최로 서울 을지로6가 청계천 버들다리에서 전태일 거리·다리 준공식이 열렸다.
ⓒ 연합뉴스 배재만

▲ 청계천 오간수교에서 나래교 사이 1.4km에 조성된 전태일 거리의 동판 수는 4천여 개에 달한다.
ⓒ 연합뉴스 배재만
"전태일군이 죽은 다음 저는 주일에 경동교회에서 '밀알 한 알이 되자'는 주제로 설교를 했습니다. 밀알 한 알이 땅에서 썩음으로써 수많은 밀알을 낳습니다. 전태일의 죽음은 수많은 밀알을 맺는 하나의 밀알이라는 의미였는데, 그날의 설교가 마치 예언처럼 오늘 이 자리에서 이뤄졌습니다." (강원룡 목사. 전태일거리 기념식 추모사)

1970년 11월 13일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자신의 몸을 불사른 청계천 평화시장 재단사 전태일이 떠나간 지 벌써 35년의 세월이 흘렀다.

해마다 이 날이 돌아오면 그의 죽음과 노동자들의 현주소를 되짚어보는 다양한 행사들이 열렸지만, 올해는 전태일이 숨진 청계천 거리에 그를 기념하는 반신상과 추모동판이 만들어져 어느 때보다 뜻깊은 해로 기억될 듯하다.

12일 오후 서울 청계천 전태일 다리(일명 버들다리) 위에서는 '시민의 힘으로 만든' 전태일 거리·다리의 조성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전태일 기념상이 있는 전태일 다리를 중심으로 청계천 오간수교에서 나래교 사이 1.4km 보도에 펼쳐져 있는 동판의 수는 4천여 개. <오마이뉴스> 독자를 중심으로 1만5000여명의 네티즌, 시민들의 참여가 빚어낸 값진 성과물이다.

이날 행사에서 '시민대표'로 축사를 한 조강희 교사도 그들 중 한 명이다. 부천시 계남고에서 사회과목을 가르치는 그는 "화려하고 풍요로움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나눔의 삶은 있을 수 없다, 다행히도 80년대 전태일님을 알게 되면서 알량하게나마 양심을 지키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조 교사는 전태일의 의미를 함께 새기고자 같은 학교 제자 20여명을 기념식 행사에 직접 데려왔다.

"요즘 학생들은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에게 전태일에 대해 물어보면 '사회 시간에 얼핏 들어본 사람', '영화배우 홍경인(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주연배우)을 말해야 알 수 있는 사람', '자기 몸에 불을 지른, 자극적인 사건으로 기억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중략)… 전태일을 기념하는 거리가 있는 한 우리 학생들이 세상의 모든 일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마음으로 살지 않을 것입니다. 땀흘린 노동으로 성취한 돈만이 부끄럽지 않다는 걸 잊지 않고 살 것입니다."

▲ 12일 전태일 거리·다리의 조성 기념행사에 아이를 데리고 참석한 조영순·박성준 부부
ⓒ 오마이뉴스 손병관
이날 행사에는 민주노동당 노회찬·심상정 의원,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 전재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 장기표 새정치연대 대표 등이 참석했다.

노회찬 의원은 "전태일을 태운 불꽃이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됐다"며 "그러나 오늘의 노동현실은 35년 전에 비해 크게 나아진 게 없다, 전태일 앞에서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되자"고 외쳤다.

전태일 거리 조성을 적극 후원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는 "사업을 처음 제안 받았을 때 젊은 네티즌들이 참여하겠는가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네티즌의 폭발적인 반응에 놀랐다"며 "70·80세대와 신세대가 전태일의 중매로 굳은 악수를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참석자들은 연단 앞에 놓인 시루떡을 나눠 먹으며 교통비를 털어 어린 여공들에게 풀빵을 사준 전태일의 인간애를 기렸다. 올해 77세가 된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는 "각계각층의 많은 분들이 전태일을 기억해줘서 감사하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전태일 거리와 다리'는 지난 7월 20일부터 전태일기념관추진위원회와 <오마이뉴스>가 공동 주관한 '전태일 거리, 시민의 힘으로 만들자' 캠페인을 통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들의 힘으로 건립됐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1만 5천여명의 시민들과 네티즌들이 참여해 약 3억7천여만원의 기금과 전태일 거리에 깔릴 동판 글귀를 보내왔다. 또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등 각계 인사들도 이번 행사에 동참해 전태일 열사의 뜻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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