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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전화 무선인터넷의 일반적인 서비스. 무선인터넷을 애용하는 소비자들 가운데에는 '패킷요금제'로 인해 천문학적인 요금을 물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회사원인 한 아무개씨는 9월분 휴대전화 요금 청구서를 받고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 많이 나와도 5만원을 넘지 않던 요금이 이번에는 휴대전화 요금 치고는 천문학적(?) 수준인 92만2280원이나 됐던 것이다.

주범은 무선인터넷 이용 요금이었다. 한씨의 요금 고지서에는 데이터 통화료라는 명목으로 83만2641원, 이에 따른 부가세가 8만3844원가량 부과돼 있었다. 한씨가 출퇴근 시간 PDA폰을 사용하면서 무선인터넷으로 TV를 2시간 정도 시청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아무개씨도 휴대전화 무선인터넷 요금 때문에 속앓이를 했다. 휴대전화 액정 바탕화면으로 쓸 그림 2개와 전화벨로 쓸 노래 1곡을 무선인터넷을 통해 내려받았을 뿐인데 콘텐츠 사용료와 데이터 통화료를 합쳐 10여만원이 다음달 요금 고지서에 청구됐다.

한씨와 이씨 모두 자신이 무선인터넷을 사용한 것은 맞지만 부과된 요금에 대해서는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단순히 요금이 많아서가 아니라 이동통신사들이 사전에 요금정보를 정확히 알려주지 않아 과도한 요금을 물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무선인터넷에 접속했을 때 벨소리나 그림, 동영상 등 콘텐츠 가격은 명시돼 있지만 이것들을 내려받을 때 별도로 부과되는 데이터 통화료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씨는 "데이터 통화료가 이렇게 비싸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누가 무선인터넷을 사용했겠느냐"며 "사업자들이 자신들이 판매하는 물품에 대해서 정확한 가격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것은 기본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제품의 가격을 정확히 알리는 것은 기본 아닌가"

이들 뿐만이 아니다. 통신위원회와 소비자보호원에는 이같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이동통신사들의 횡포를 지적하는 민원이 줄을 잇고 있다. 7월말 현재 통신위에 접수된 이동전화 부당요금 관련 민원은 2967건으로 작년의 2340건을 이미 넘어섰고, 이 중 무선인터넷 요금 불만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올 상반기 이동전화 부당요금 청구 민원 259건 중 무선인터넷 이용요금과 관련 된 것이 117건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전화 무선인터넷 요금 체계가 가장 큰 불만사항으로 떠오른 것은 일반 소비자들에겐 생소한 '패킷요금제' 때문이다.

현재 이통사들은 무선인터넷 요금으로 1패킷(0.5Kb)당 문자 중심의 콘텐츠는 6.5원, 사진이나 게임 등 그래픽 중심의 콘텐츠는 2.5원, 영화 등 대용량 동영상 콘텐츠는 1.3원을 부과하고 있다. 만약 콘텐츠 사용료가 800원인 2Mb 크기의 음악파일을 무선인터넷에 접속해 내려받는다면 데이터통화료는 1만원이 별도로 부과된다. 용량이 큰 동영상을 볼 경우에는 수십만원의 요금이 부과되는 경우도 생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경우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이런 정보를 사전에 알려주지 않는다. 무선인터넷에 접속했을 때 알 수 있는 것은 단지 콘텐츠의 크기가 1Mb라는 식의 정보뿐이어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를 내려받을 때 물어야할 데이터통화료를 예측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나마 콘텐츠 구입 요금 외에 별도로 데이터통화료가 부과된다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들도 많지 않다.

때문에 별다른 부담을 느끼지 않고 무선인터넷을 썼다가 나중에 부과되는 요금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무선 인터넷 요금에 우는 소비자들

▲ 회사원 이 아무개씨는 휴대전화 무선인터넷으로 2시간동안 TV시청을 했다가 83만원에 달하는 요금이 부과됐다.
ⓒ 오마이뉴스 이승훈
이 문제는 지난 10일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유승희 열린우리당 의원은 "휴대전화로 영화나 노래를 다운받을 때 수만원에서 수십만원의 요금이 부과돼 소비자가 이를 부당요금으로 인식, 민원을 제기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이통사들이 해당 서비스의 예상요금을 이용자에게 미리 알려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무선인터넷 요금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소보원은 정통부와 이통사들에게 데이터 통화료 표기방식을 원단위로 환산한 금액을 함께 제공하는 방안을 도입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뒷짐만 지고 있다. 정통부도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통사들은 단말기 종류, 패킷교환 방식 등에 따라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정확한 요금 산출이 어렵다는 핑계로 사전에 데이터 통화료를 알려주는 것을 외면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데도 이통사들이 날로 비중이 커지고 있는 무선인터넷 매출 감소를 우려해 정확한 요금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라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이통사들이 고작 내놓은 대책은 정액제를 뿐이다. 월 3500원에서 2만5000원을 내고 데이터통화료 걱정하지 말고 무선인터넷을 사용하라는 것이다. 또 사용요금이 4만원과 8만원이 넘게되면 문자메시지로 알려준다고는 하나 이마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통부도 문제의식은 가지고 있다. 현재 통신위원회는 무선인터넷 요금이 적정한지, 현재의 요금 표시 방법이 적정한지 여부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결과 이통사들의 이용자 이익 저해 행위가 발견되거나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적정한 시정조치를 내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일정표는 제시되지 않아 후일을 기약할 수 없는 상태다.

때문에 현재로선 소비자들이 현명하게 대처하는 수밖에 없다. 웬만하면 휴대전화로 무선인터넷에 접속하지 않는 것이다. 정액제가 있다고는 하나 기본 음성통화료 외에 추가로 부담해야하고 한달에 몇 번 벨소리 등을 구입하기 위해 몇만원을 부담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웬만하면 휴대전화로 무선인터넷 쓰지 말자

벨소리나 기타 콘텐츠 구입은 휴대전화로 하지 말고 유선인터넷으로 각 이통사 사이트에 접속해 내려받으면 비싼 데이터 통화료를 물지 않아도 된다.

또 현재 무선인터넷 요금의 적정성도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라 이용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인터넷 포털 등에는 데이터통화료가 1억6000만원이 부가된 요금고지서가 올라왔다. 이 가입자는 정액제에 가입돼 있어 실제로 내야할 요금은 3만4000원에 불과했다. 무려 1억5996만여원을 할인받은 것이다.

이 사례는 이통사들의 무선인터넷 요금 원가가 얼마인지, 과연 현재의 데이터 통화료가 폭리를 취하는 수준은 아닌지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기에 충분했다.

유승희 의원은 "예측불허의 비싼 무선인터넷 요금은 서비스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정통부 차원에서 무선데이터 요금체계에 대한 기술적 검토를 통해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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