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자위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시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사보강 : 7일 저녁 7시 30분]

서울시 국감은 청계천을 비껴갔다. 서울시와 각을 세워온 여당 의원들조차 '역풍'을 우려해 청계천에 관해서는 비판을 삼가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의원들은 너나 없이 질의에 앞서 이 시장을 향해 청계천 복원 사업의 노고를 치하했다. 유인태 의원은 "청계천이 떠서 뿌듯하겠다,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얘기도 있다"며 약간 비틀기도 했다.

청계천 관련 질의 중 가장 많았던 것은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청계천의 좁은 노폭과 낮은 보도교 난간 등에 대해 장애인 이동권 차원에서 서울시에 개선을 권고한 것에 관한 지적이었다. 청계천의 본질적인 문제인 반환경적 설계 방식과 의견수렴 없는 독단적인 사업추진 등은 이미 물건너간 듯했다.

청계천의 본질적 문제 지적... 전혀 없어

그러나 이날 국감 중 눈에 띌만한 질의도 있었다. 우선 강창일 의원의 '96억 편법 기부금' 질의가 주목을 받았다.

강 의원은 "서울시가 시중은행 4곳으로부터 제공받은 청계천 다리 복원 기부금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접수됐다는 얘기가 있다"며 "자발적인 기부금품은 기부심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도 은행들의 청계천 다리 복원 기부금 접수과정에서 심사위원회 회의가 열리지 않고 서면으로 대신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기부금품 모집 규제법 시행령을 위반했다는 것.

이에 대해 서울시는 해명자료를 통해 "'시간이 촉박하거나 금액이 소액인 경우에는 심의위원장이 서면심의로 대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번 경우는 공익활동을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절차가 적법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강 의원은 "어떻게 96억이 소액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관련 책임자가 답을 하려 했으나 강 의원은 "이러한 해명은 치졸했다"고 답변을 막았다. 강 의원은 이어 "은행 입장에서 보면 서울시에서 기부금을 내라고 하면 심리적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 시장은 "오해받을 소지가 있으면 난 안 한다. 은행들의 순수한 뜻을 알았기 때문에 기부금을 받았다"고 위법성을 부인했다.

유인태 "개발주의 시대 주역이 전태일 거리 도와주면 어떨까"

유인태 열린우리당 의원의 질의시간 역시 관심의 대상이었다. 유 의원은 청계천에 대해 전태일 거리만들기, 장애인 배려 부족, 노점상 문제 등을 가지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특히 전태일 거리만들기에 대해 "내가 전태일기념관추진위원회 국회의원 대표"라고 밝힌 뒤 "'전태일 거리' 조성하는데 재정이 어려운 모양이다. 개발주의 시대 주역이었던 이 시장이 도와주는 건 어떨까"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유 의원은 이어 "특히 다리이름(현재 버들다리)을 '전태일 다리'로 하는 것에 대해 서울시가 100년이 안돼서 사용할 수 없다고 하던데 박지성길이나 소월길 등 100년 안된 사람의 이름을 딴 길도 있으니 전향적으로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이 시장에게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청계천에서의 장애인 이동권과 노점상 문제에 대한 지적엔 김정권 한나라당 의원도 동참했다. 김 의원은 "장애인들이 '청계천은 차별천'이라고 주장하던데 이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어 김 의원은 "천 명에 가까운 청계천 노점상들이 이 시장의 말만 믿고 동대문 풍물시장으로 옮겨갔다"며 "약속했던 공간배정이나 천막 설치가 이뤄지지 않아서 불만이 높다고 하는데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 화장실, 청계천 예산 1/100만 써도..."

이어 나온 양형일 열린우리당 의원이 지난 1일 열린 '청계천 새물맞이' 행사 지출비용 문제를 지적했다.

양형일 의원은 "서울시가 이번 행사의 홍보비만 12억원을 지출하는 등 전체행사 비용으로 33억원을 지출했다"며 과다 비용지출을 주장했다. 특히 양 의원은 "서울시에서 지방신문 15개, 지역신문 25개 등에까지 1억8천여만원의 광고를 해야 했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행사비용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니 대답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일축했다.

한편 마지막 질의에 나선 심재덕 열린우리당 의원은 서울시 공중화장실 예산이 10억7천만원이었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청계천 4천억원 예산의 1/100만 써도 세계 사람이 깜짝 놀랄 텐데 내가 만난 외국인들은 '화장실에 대해' 빙긋이 웃고 대답을 안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좋은 말씀을 했다"며 "청계천 주변을 위시해서 외국인이 자주 가는 곳에 많이 보충하겠다. 적극적으로 해보겠다"고 답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