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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를 사용합니다' 텍사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패니시 문구로 히스패닉의 성장과 함께 스패니시의 사용이 광범위해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조명신
히스패닉, 라티노, 멕시칸… 미국에서 '스패니시(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지칭할 때 흔히 쓰이는 다양한 표현들이다. 그렇다면 이 호칭들 가운데 어떤 것이 가장 정확한 표현일까?

'히스패닉(Hispanic)'은 일반적으로 스패니시를 사용하는 사람이나 문화를 가리키는 말이다. '라티노(Latino)' 역시 같은 의미로 사용되지만,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라틴 아메리카 출신의 사람을 일컫는다.

따라서 '라티노'보다는 '히스패닉'이 스패니시 사용자를 지칭하는데 더 많이 사용된다. '히스패닉'이라는 단어는 스패니시를 사용하는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을 모두 포함하는 의미기 때문이다.

반면에 '멕시칸(Mexican)'은 멕시코 출신의 사람들만을 가리킨다. 히스패닉 인구의 2/3가량이 멕시코에서 왔기 때문에 히스패닉을 가리켜 멕시칸으로 통칭하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텍사스, 히스패닉 인구가 미국에서 셋째로 많은 주

▲ 텍사스 주기(州旗)
ⓒ Texas
미 인구통계국(U.S. Census Bureau)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히스패닉 인구는 3990만 명으로 소수계 중 가장 많다. 전문가들은 히스패닉 인구가 2020년까지는 6000만 명, 2080년까지는 1억6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내 히스패닉의 출신국을 살펴보면 멕시코를 제외하고도 18개 이상의 국가가 있다. 푸에르토리코, 쿠바, 도미니카 공화국을 비롯해서 중앙 아메리카의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온두라스, 니카라과, 파나마, 엘살바도르 그리고 남아메리카의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칠레, 콜롬비아, 에콰도르, 파라과이, 페루,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등이 스페인어가 국어이거나 공영어 중 하나인 국가들이다.

텍사스 지역의 중고 자동차 시장을 비롯해 히스패닉 상점에서는 멕시코를 포함하는 중남미 국가의 국기들이 걸려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히스패닉 고객의 눈길을 끌기 위한 마케팅 차원인 것이다.

미국내에서 히스패닉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주는 뉴멕시코(42.1%), 캘리포니아(32.4%), 텍사스(32%), 아리조나(25.3%) 네바다(19.7%) 순으로 텍사스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텍사스 인구의 소수계화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지난 8월 11일에는 미 인구통계국에서 보도자료를 내고 텍사스를 하와이, 뉴멕시코, 캘리포니아, 워싱턴 D.C.에 이어 소수계가 다수가 된 주라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04년 11월의 인구추정치를 보면 2250만 명의 텍사스 인구 가운데 50.2퍼센트에 해당하는 1130만명이 소수계라는 것이다. 이러한 텍사스 내 소수계 인구의 성장은 히스패닉 이민자의 지속적인 증가와 높은 출산율과 관련이 있다.

이에 따라 2030년 전에 히스패닉들이 텍사스 주요 도시의 다수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달라스에 있는 파크랜드 메모리얼 병원의 경우 신생아의 80%가 히스패닉이며 달라스 지역에서 청취율이 제일 높은 라디오 방송 역시 스패니시 방송이라는 것 등이 그러한 전망을 뒷받침한다.

달라스 교육구, 스페인어 의무화 도입

▲ 달라스 교육구 로고
ⓒ DISD
텍사스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아이들의 교육에 있어서도 히스패닉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전체 텍사스 학생의 40%가 히스패닉이라는 통계가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달라스 교육구(Dallas Independent School District)의 경우는 좀 더 높은 편이어서 전체학생의 63%가 히스패닉 학생이다.

달라스 교육구에 속한 89개 학교 가운데 스패니시를 구사하는 이중언어 교사가 있는 학교는 52개교이며 그렇지 않은 학교는 37개교에 이른다.

특히 지난 8월 25일에는 달라스 교육구 이사회에 교장의 스패니시 사용을 의무화하는 안건이 상정되어 논란을 일으키며 전국적인 관심을 끌기도 했다. 흑인과 히스패닉의 대결 양상을 보이던 이 안건은 찬반 논란끝에 결국 5대 4로 통과되었다.

이로써 달라스 교육구에 속한 학교 가운데, 지난 3년간 히스패닉 학생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 학교들은 이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될 예정이다.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교장이 스패니시를 해야 하며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학교 수뇌부 3인 가운데 한명이 스패니시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텍사스에 사는 멕시칸들 사이에는 "우리는 국경을 넘은 적이 없다. 국경이 우리를 넘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멕시코와 텍사스 사이에 있었던 전쟁의 역사를 빗댄 것이다.

이 한마디의 말 속에서 발상 자체의 재치를 넘어 배짱 두둑함마저 느낄 수 있다. 멕시칸을 필두로 해서 스패니시라는 언어로 단결한 히스패닉 연합군의 텍사스 점령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덧붙이는 글 | 텍사스주 달라스의 동포신문인 '뉴스코리아'에도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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