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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의 노림수?

지난 9월 7일 제주도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라토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한국의 경제정책에 대해 조언했다. 금리, 부동산, 경제성장 전망, 재정지출정책, 유가대응, 통화정책, 노동정책, 사회안전망 등 광범위하게 입장을 밝혔다.

특히 "투자를 촉진하고 고급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면서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보호 장벽을 낮출 것을 주문했다. 지난 8년 전 한국경제가 IMF 외환위기를 맞이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숱한 노동자들의 고통이 있었다. 그 가운데서도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그리고 실업이라는 고용불안과 생존권 문제는 우리사회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동안 전 지구적으로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을 시행했으나 오히려 빈부격차를 확대시켰고 기구 자체의 존립이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국제통화기금(IMF) 프로그램이 경제위기를 극복한 모범사례로 각광(?)을 받으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은 화려하게 부활하였다.

2차대전 직후에 국제통화기구가 추구했던 회원국 통화는 달러에 대한 고정 환율을 유지하고 대규모 무역적자가 있는 국제수지국에 단기적으로 신용대출해줌으로써 후진국 경제를 안정시키겠다던 목표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1970년대 통화주의와 함께 종말을 고했다. 이것은 오늘날 신자유주의를 예비한 자본의 프로그램이자 국제통화기금(IMF)의 실질적인 변신을 의미했다. 다시 말해서 미국 재무부의 부속기관에 불과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국제통화기금(IMF)와 함께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전도사 역할을 하는 세계은행(WB)은 최근 155개국을 대상으로 각 국의 사업 환경을 조사한 결과 노동시장 자유화와 관련하여 고용과 해고 부문에서 105위라고 발표하였다. 그러자 친기업적인 언론들은 강성노동조합 탓에 고용과 해고를 자유롭게 할 수 없는 탓이라며 노동시장유연성을 또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그런데 지난 9월 12일자 <한겨레>는 독일의 가전업체 '밀레'는 전 직원 1만5000명 가운데 8000명이 25년 이상 장기 근속한 노동자며 고용안정과 숙련노동이 품질 1위의 원천이라는 보도를 한 바 있다. 고용과 해고를 자유롭게 하겠다는 것은 장기투자보다는 단기투기환경에 익숙한 외국자본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저개발국가의 경제개발과 성장을 지원해 준다는 세계은행이 해당국가의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해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그들이 초국적 자본의 대행기관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다.

이 시점에서 1998년 외환위기 상황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당시는 한국이 경제신탁통치라 할 만큼 자주성을 상실하고 초국적 자본과 국제기구의 통제 하에 놓여 있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깡드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나이스 아시아 담당 국장, 울펀슨 세계은행 총재, 루빈 미국 재무부장관이 한국을 방문하였고 그들은 노동계 대표들을 만났다.

필자도 당시 민주노총 부위원장으로서 이들을 만난 바 있는데 하나 같이 국제통화기금(IMF)와 세계은행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받아들이는 것이 한국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말하자면 달러가 고갈된 한국경제에 달러유입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금융시장의 완전자유화를 통한 자본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는 것과 동시에 노동시장 유연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그런데 지금도 국제통화기금(IMF)와 세계은행은 한국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외국자본의 한국 내 투자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노동시장 유연화가 절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60%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에다가 고용의 질이 점점 악화되어 가는 한국적 현실에서 그들이 주장하는 더 높은 노동시장 유연화는 자본의 초과이윤을 목적으로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와 세계은행은 그들의 존립근거를 그들이 추진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프로그램의 성공사례에서 찾으려 한다. 그 성공사례가 바로 한국이고 구조조정의 핵심내용이 바로 노동시장 유연화다. 극히 일부의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와 노동운동을 공격함으로써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한 자본의 이윤추구를 지원하는 국제기구의 속내와 그들의 노림수를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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