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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지난 해 10월 21일 “관습헌법으로 볼 때 서울이 수도라는 점이 인정되는데,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사실상의 수도를 옮기면서 이 관습헌법을 폐지하기 위한 헌법개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법률을 제정해 국민투표권을 침해했다”는 논리에 근거하여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위헌으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헌재의 이러한 주장은 그야말로 궁색하고 황당무계한 억지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헌재의 위헌결정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로서의 지위를 갖는 근거는 '서울특별시행정특례에관한법률(법률 제5000호, 1995년 12월 6일 개정)'이다. 이 법은 제2조에서 '서울특별시는 정부의 직할 하에 두되, 이 법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수도로서의 특수한 지위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신행정수도의 건설은 개헌을 요하는 사항이 아니라 법률개정으로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이것을 모르고 그랬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일부러 모른 척 했는지 알 수 없지만 결정문에서 상기 법률을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으면서 경국대전과 600년 운운하면서 관습헌법이라는 궁색한 논리를 내세워 수도이전이 위헌이라는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리는 엄청난 과오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들은 현재 대한민국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사실'로부터 대한민국의 수도는 앞으로도 영원히 서울이어야 한다라는 '규범'을 도출하는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지만 대한민국의 수도가 앞으로도 천년만년 서울이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지 않은가?

도대체 헌법에 규정되지 않은 사항을 헌재가 ‘관습헌법’으로 판정하면 그것이 헌법으로서의 효력을 가지게 된다는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이는 주권자인 대한민국 국민만이 가지는 헌법 개정권을 헌재도 함께 가진다는 말이 되는 것이 아닌가? 이는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 될 것이다.

따라서 지난 해 헌재의 신행정수도 위헌결정은 헌정질서의 수호 여부에 관한 문제로 파악하여야 할 것이며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파괴한 행위로 보아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수호라는 중책을 맡은 헌법재판관들이 오히려 헌법을 훼손하는 엄청난 과오를 저지르고서도 여전히 그 직위를 유지하면서 국고를 축내고 있는 데 대해서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헌재가 향후 여자대통령이 관습헌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판정한다면 “여자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라는 규정을 새로이 헌법에 포함시키는 헌법개정을 하기 전에는 여자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수 없는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음을 삼척동자라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여자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경국대전이나 “관습헌법”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해당 조항을 대한민국 헌법에 포함시키는 헌법개정을 해야만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수도이전이 위헌이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실체가 없는 “관습헌법”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로 한다”라는 명문의 규정을 헌법에 포함시키는 헌법개정을 해야만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신행정수도를 건설하기 위해서 개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신행정수도 건설을 가로막아 서울을 대한민국의 수도로 유지하기 위해서 개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자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라는 규정을 새로이 헌법에 포함시키는 개헌이 가능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로 한다”라는 규정을 새로이 포함시키는 개헌 또한 가능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온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관습헌법’을 들고 나온 것이다.

신행정수도의 건설이 ‘관습헌법’에 위반된다는 지난 해 헌재의 결정을 수용한다면 이는 대한민국의 주권을 헌재가 가짐을 인정하는 것이 되는 것이며 이는 과거 유신독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국민의 주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 국민들이 참다운 민주주의 국가의 건설을 위해 유신헌법의 철폐를 주장했던 것처럼 그리고 지난 1987년 당시 대통령이었던 전두환씨의 소위 ‘호헌선언’의 철회를 주장했던 것처럼 헌재의 신행정수도 위헌결정을 폐기시키기 위한 국민들의 노력 내지는 투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통해서만 주권재민의 원칙이 지켜질 수 있으며 또한 대한민국이 진정한 민주국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신행정수도 위헌결정 폐기를 위한 국민연합’의 결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덧붙이는 글 | 충청투데이에 어제 송고한 내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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