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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 '전쟁없는세상', '평화네트워크',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평화인권연대' 등의 단체와 'WRI'(War Resisters' International)이 주최하는 동북아시아 평화 국제회의가 6월 26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우이동 봉도수련원에서 열렸다.

일본, 중국, 노르웨이, 영국, 호주, 터키, 이스라엘, 미국 등 각 국에서 참가한 이번 국제회의는 학술적인 성격보다는 비폭력 활동을 하는 활동가들이 여러 의견과 정보를 교류하는 자리였다.

'평화네트워크'의 오정록씨는 환영사에서 "지난 한 세기 동안 일본의 침략전쟁, 태평양전쟁,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국가의 이름아래 희생되어온 동북아시아에서 개인이 주체가 되는 평화 만들기는 너무나 절실한 과제"라며 이번 회의의 성격을 밝혔다.

'국가안보' 뒤집어 보기

첫날에는 한국, 일본, 중국의 각국 참가자들이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쟁점들을 자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발제하였다. 각국의 발제자들은 특히 동북아시아의 각 국가들이 국가중심의 안보관과 군사력위주의 대응으로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공통적으로 이야기했다.

이어진 발제에서는 WRI(전쟁저항자인터내셔널)활동가인 '안드레아스 슈펙'이 군사주의에 저항하는 비폭력의 사례를 발표하고 역시 WRI 활동가인 '엘렌 엘스터'가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본 국가안보'라는 제목으로 여성, 평화, 환경의 가치가 어떻게 새로운 안보의 영역을 넓혀갈 수 있는지 이야기하였다.

▲ 참가자들이 안보를 위협하는 쟁점과 자신들이 바라는 세상에 대해 정리하고 있다.
ⓒ 전쟁없는세상

둘째 날에는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실행위원장 이대훈씨의 사회로 국가안보가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한 발제가 이어졌다. 이스라엘에서 온 '세르게이 센들러'는 이스라엘사회의 국가안보이데올로기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고 작동하고 있는 지 발제했다.

한국여성평화네트워크의 김엘리씨는 젠더관점에서 국가안보를 분석하며, 절대화 된 국가안보가 어떻게 여성과 남성의 정체성을 차별적으로 재생산하는지 이야기하였다. 이후 참가자들은 '국가안보'가 아닌 보다 '더 넓은 차원에서의 안보'를 이야기하며, 우리들의 삶을 위협하는 요소가 무엇이고 그것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토론했다.

▲ 소그룹토론을 통해 정리한 내용을 발표하는 모습
ⓒ 전쟁없는세상

'군대'없는 방어는 가능하다

셋째 날에는 호주 울런공 대학의 '브라이언 마틴'교수의 발제로 군대 없는 방어, 즉 '사회적 방어'에 대한 발제가 있었다. '브라이언 마틴'은 군사적 방어와는 전혀 다른 개념의 사회적 방어를 소개하였다.

'사회적 방어'는 '군사적 방어'와는 다르게 '영토'가 아닌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것이고 비폭력적인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참가자들이 사회적 방어의 유용성등에 대한 질문을 하자, "그 동안 대부분의 국가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군사적 방어를 발전시켜왔지만, 군사적 방어 또한 항상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며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비폭력저항들을 예를 봤을 때, 사회적 방어가 미리 준비되어 실행된다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지는 발제에서는 비폭력 사회적 방어에 대한 각국의 사례발표와 어떻게 비폭력 저항을 조직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아울러 시애틀의 반세계화 시위에서 비폭력 직접행동을 주도했던 미국의 '비비안'으로부터 비폭력트레이닝을 받는 시간도 진행되었다.

▲ 비폭력트레이닝을 받고있는 참가자들
ⓒ 전쟁없는세상

마지막 날에는 '아시아 평화운동의 한계와 성과'라는 이름으로 오키나와의 미군기지 반대운동, 일본의 WMD 반대운동, 한국의 병역거부운동, 여성평화운동으로서의 기지촌 운동 등이 소개되었다.

각각의 사례들을 바탕으로 참가자들은 4가지의 도전 과제, ▲여성평화운동의 나아갈 방향 ▲한국과 일본의 지역연대 강화를 위한 과제 ▲지역적/개별적인 문제들이 어떻게 다른 지역과의 연대를 통해 세계로 뻗어갈 수 있을지 ▲동북아시아 지역 외의 활동가들의 역할 등에 대한 토론을 했다. 이 토론을 끝으로 국제회의는 막을 내렸다.

평화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가능하다

이번 국제회의는 그동안 '국가안보'의 최면에 걸려있던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안보'의 개념이 어떻게 재형성될 수 있는지, 그리고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들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해서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생소한 '비폭력 저항'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평화는 그 자체가 목표이자 수단'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군대와 무력을 통한 전쟁의 승리 또는 전쟁억제가 아니라 전쟁 그 자체의 성립을 불가능하게 하기 위한 평화운동의 현재와 나아갈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 국제회의 참가 외국인들이 국제회의기간에 열린 평택미군기지이전반대 광화문촛불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 전쟁없는세상

덧붙이는 글 | 국제회의의 자료집은 http://seminar.gg.gg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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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거부를 하면서 평화를 알게 되고, 평화주의자로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출판노동자를 거쳐 다시 평화운동 단체 활동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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