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기 물류센터인데요? 2시나 3시 사이에 방문할 것 같습니다."

김치냉장고가 온다는 전화였다. 22일이었다. 이어 두 명의 남자가 들고 온 김치냉장고가 보였다. 생각한 것보다는 꽤 컸다. 박스채로는 집으로 들어오지 못해 현관 밖에서 박스를 열고 냉장고를 꺼낸 뒤에야 들어올 수가 있었다.

"박스 가져가지 마세요. 다른 곳으로 보내려고 하거든요."

김치냉장고를 들인 뒤 박스까지 가져가는 것이 그 분들이 하는 일의 끝인 것 같았다.

▲ 김치냉장고
ⓒ 위창남
<오마이뉴스>의 '부모님 자서전 대필' 기사 공모에서 상품으로 탄 김치냉장고. 이 김치냉장고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어머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계신 곳은 섬, 도서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이어서 그곳까지는 배달이 안 된다는 것이 문제였다.

관련
기사
[부모님 자서전] 엄마의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

우체국에 문의해보니 중량이 30kg, 크기가 160cm(한변의 길이 1m)를 초과하는 물품은 배송할 수 없다는 거였다. 김치냉장고의 무게는 72kg이었다.

고민하다 인터넷으로 이걸 보내는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었더니 무슨 화물이란 회사에 문의하면 된다는 답들이 보였다. 그러나 전화를 건 곳마다 곤란하다는 대답뿐이었다.

한 곳에서는 운임비를 17만원을 요구했지만 그것도 섬까지는 못 들어가고 배에다 실어주기까지만 한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항구까지 가서 찾아와야 한다는 말에 그만 포기하고 말았다. 그렇게 여기저기 알아보다 하루가 지났다.

"서울로 이사하는 차가 있을 거 아냐. 그 차가 서울 와서 다시 내려가야 하는데 어차피 빈 차로 가는 김에 이걸 싣고 내려가면 돈도 버니 좋아할 것 같은데?"

후배와 의논하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러 희망을 갖고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 섬까지는 갈 수 없다는 답만 들었다.

"야, 안되겠다. 그냥 네가 트럭 옆 자리에 타고 갔다 와라. 그리고 어머니께 전해주고 올라와."

그러나 이번에는 사람을 태울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니, 이사할 때는 사람이 타잖아요."
"그럼 17만원 가지고는 어림도 없습니다."

정말 김치냉장고 하나가 이렇게 짐이 되어 보기는 또 처음이었다. 여기저기 알아보다 또 하루가 지났다.

"우체국은 여러 곳에 배달하잖아요."
"며칠 전에 물어봤잖아."
"아니, 고향에 있는 우체국, 거긴 혹시 알지 않을까요? 그곳에 여러 가지 물건들이 들어오니까요."
"……."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천0화물로 한번 걸어보세요. 이쪽으로 화물이 많이 오니까요."
"고맙습니다."

몇 군데를 거쳐 내가 있는 근방 천0화물 지점하고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얼마를 드려야 하죠?"
"도선료도 있고… 좀 추가 되어서 한 6만원은 주셔야 하는데요…."
"네?"

처음에 귀를 의심했다. 아무리 못 잡아도 15만원은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6만원이라니…. 16만원을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물었지만 확실히 6만원이라고 했다. 꽉 막혀 있던 뭔가가 뻥하고 뚫린 기분이었다. 그렇게 찾으려고 전화를 수십 군데 할 때는 안 되더니 고향에 있는 우체국에 문의했더니 참으로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25일 오후 3시에 접수를 마쳤다. 늦어도 27일까지는 들어간다고 했다. 부쳤다고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그렇게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26일 어머니께 전화가 왔다. 오후 2시 배에다 실을 테니 와서 찾아가라고 했다고….

황당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지만 어머니께서 옆집 마늘 캐는 일을 하루 도와주기로 하고 옆집 아저씨는 경운기로 김치냉장고를 가져다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결은 했지만,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회사에 전화를 하니 원래 섬까지는 안 들어간다며 다들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처음엔 집까지 배달한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주소까지 다 물어 보시곤…."
"원래 섬에는 잘 안 들어갑니다."
"아니 청산도에 그 지점이 있다면서요."
"…청산도는 아니고 완도인데요."
"무슨 소립니까? 알아보고 전화한 건데 분명 청산도에 있다고 했어요."
"잠시 후에 다시 전화 드릴게요."

다시 전화 와서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1만원을 돌려준다는 말만 들었다. 어찌됐건 김치냉장고 수송작전은 옆집 아저씨의 경운기까지 동원한 끝에 완료할 수 있었다. 받고 기뻐하셨을 엄마 얼굴이 떠오르니 괜스레 나도 기분이 좋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느낀 건 도서지역에는 작은 물건은 모르겠지만, 약간 무게가 나가는 것은 배달하기가 수월치 않다는 것이다. 도서지역에도 배달의 혜택이 넓어지기를 바라며 친절하게 설명해 준 청산우체국의 이름 모를 남자직원에게 감사를 전한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