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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푸른 낙엽(落葉)

▲ 오월의 비바람에 떨어져 누운 푸른 낙엽...


어젯밤

때 아닌 비바람을 맞고

떨어져 누운 꽃망울


아침이 되었지만

세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바쁘게 물방아를 찧고 있다


푸른 낙엽 위의 구슬이 우는 듯 웃는 듯

함초롬히 나를 바라본다

타다 남은 촛농인가

감지 못한 눈동자인가

아니면, 그리스도를 잃은 마리아의 눈물인가


여기

젊은 가슴이

神의 사랑으로 여울져

싸늘한 피부를 감싸고 있다

죽어서 오히려 영롱한 빛을 토해내는

파노라마 속에서

홍수 후 노아에게 보여준 창조주의 약속을 읽는다


이제,

파란 얼굴로 땅에 입맞추는

골고다의 비애는

저 바다밑 어두운 세계에로

영원히 잠들지어다

술집 위로 높이 솟은 십자가가 필요없는 그 날

진정 너의 심장은 분수처럼 날아올라

하늘을 맘껏 노래하며 춤출 수 있으리


안녕, 친구여!

진실로 새 날이 오면

아름다운 재회를......



* 이 작품을 민주화를 위해 싸우다 장렬히 산화한 고귀한 영혼들에게 바칩니다 *

/ -----리 울 김 형 태



▲ 5.18 하루 전(1)
ⓒ 광주민중항쟁의 시각언어공장

▲ 5.18 하루 전(2)
ⓒ 광주민중항쟁의 시각언어공장

저는 소위 386세대입니다. 저희가 대학물을 먹던 80년대도 유신독재 못지않게 캄캄하고 숨이 막혔습니다. 늘 최루탄가스 덕분에 울고 다녀야했지요. 오죽하면 어느 영국 기자가 '대한민국에서 민주화가 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보다 어려울 것'이라는 말을 했을까요?

당시 우리 세대에게는 소위 '자주! 민주! 통일!'이라는 세 가지 당면과제가 있다고 서로를 의식화(?)했습니다. 한치 앞을 알 수 없었던 80년대의 암울한 현실에 비하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참으로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한자성어를 떠올릴 정도로 자주화, 민주화 되어 가고 있습니다. 내친 김에 통일의 물꼬도 활짝 열리기를 간절히 소원해 봅니다.

물론 선진국에 비해 아직도 여러 가지로 미흡하고 부족한 것이 많은 우리나라입니다. 그럼에도 단기간에, 세계인이 놀랄 정도로, 그것도 민주주의가 멀게만 느껴지는 아시아에서 이 정도의 자유와 이만큼의 민주화가 이루어지기까지는 참으로 많은 분들의 희생이 있었습니다.

특히 꽃다운 젊은이들의 산화를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누가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산다'고 했나요? 그 '고귀한 푸른 낙엽', '썩어지는 밀알'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는 줄로 믿습니다.

▲ 도청으로 (1)
ⓒ 광주민중항쟁의 시각언어공장

▲ 도청으로 (2)
ⓒ 광주민중항쟁의 시각언어공장

▲ 도청으로 (3)
ⓒ 광주민중항쟁의 시각언어공장


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
두부처럼 잘리워진 어여쁜 너의 젖가슴
오월 그날이 다시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왜 쏘았지 왜 찔렀지 트럭에 싣고 어디 갔지
망월동에 부릅뜬 눈 수천의 핏발 서려 있네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산 자들아 동지들아 모여서 함께 나가자
욕된 역사 투쟁없이 어떻게 헤쳐 나가리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대머리야 쪽바리야 양키놈 솟은 콧대야
물러가라 우리 역사 우리가 보듬고 나간다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붉은 피피피!


아, 5.18 민주항쟁... 아직도 그 아우성이 들려오는 듯합니다.

한때는 폭도로까지 매도되었으나, 이제는 누가 뭐래도 갑오농민혁명, 3.1운동, 광주학생운동, 4.19학생혁명 정신을 잇는 자발적인 민중운동의 소산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5.18 민주항쟁은 우리의 역사에 면면이 이어져 내려온, 밑으로부터의 항쟁으로, 민중이 민주사회의 원동력임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민주화와 통일 운동, 그리고 사회진보 운동의 일대 전환점으로 작용하였습니다.

5.18 민주항쟁은 당시에는 유혈 진압으로 패배하는 듯 보였으나, 그러나 이후 전개된 민주화를 향한 뜨거운 열정으로, 유신독재를 계승한 제 5공화국의 부도덕성을 만천하에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불법적인 무력으로 정권을 찬탈한 신군부 세력을 심판하였으며, 마침내는 부당한 권력의 횡포에 맞선 민중의 자위적 무장 항쟁이 국민저항권의 적극적 행사로 인정받기에 이르렀습니다.

▲ 해방 광주 (1)
ⓒ 광주민중항쟁의 시각언어공장

▲ 해방 광주 (2)
ⓒ 광주민중항쟁의 시각언어공장

▲ 해방 광주 (3)
ⓒ 광주민중항쟁의 시각언어공장


어젯밤 내내 비가 내리고 천둥 번개가 쳤습니다. 마치 25년 전 오월의 그날 밤처럼...

오늘 아침, 그 오월의 피바람에 떨어져 누운 푸른 낙엽을 보며, 생각에 잠깁니다. 새들이 푸른 하늘을 날아다니듯, 이렇게 자유롭게 호흡하는 것도 모두 그들의 덕분인 것만 같습니다. 살아남은 자들은 먼저 간 이들이 못다한 과제를 성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이 5월 정신을 이어받은 길이 아닐까요?

사랑도 명에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 그러나, 새벽 (1)
ⓒ 광주민중항쟁의 시각언어공장

▲ 그러나, 새벽 (2)
ⓒ 광주민중항쟁의 시각언어공장

덧붙이는 글 | 관련 사진은 광주민중항쟁의 시각언어공장(http://iam518.com)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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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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