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마루치 아라치> <전자인간 337>을 연출한 우리나라 대표적 애니메이션 감독 임정규. 1966년 <황금박쥐>의 원화와 동화를 그리며 데뷔한 그의 애니메이션 인생은 40년을 헤아린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자란 어린이들은 이미 훌쩍 자란 성인이 돼 있다.

▲ '마루치 아라치'의 마루치가 설인과 대결하는 장면. 1977년작.
ⓒ 애니메이션박물관
그 시절 추억을 만끽하고픈 성인들과 어린이들을 위해 '임정규 감독 특별전'이 춘천 애니메이션박물관에서 지난 달 29일 시작돼 10월 30일까지 펼쳐질 계획. 특별전에선 그의 애니메이션 데뷔작인 <황금박쥐>에서부터 감독 데뷔작인 <마루치 아라치> 등 그의 40년 애니메이션 인생을 총 정리한다. 그가 원화와 레이아웃 작업에 참여한 <황금철인> <번개아텀> <보물섬> <괴수대전쟁> <로버트 태권V> 1 2탄도 작품목록에 포함됐다.

구체적인 캐릭터 분석을 통해 임 감독 작품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한 게 특징. 이번 행사를 기획한 한승태 애니메이션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그의 등장인물은 선한 주인공과 적대적인 악당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구도는 캐릭터 그림에 그대로 나타난다고. 선한 주인공은 둥글고 부드러운 선으로 표현된 반면, 악역 주인공은 날카로운 선이나 뾰족한 선으로 표현되는 박쥐와 해골모양으로 형상화된다. 선악 대립 구조가 강한 게 그의 작품의 특징이라고.

5월 둘째 주엔 한승태 학예연구사와 임정규 감독의 공개대담이 펼쳐진다. <태권V>에서 주인공 훈이와 깡통로봇 철이의 친척 관계 여부, <태권V> 김 박사가 며느릿감으로 인정한 영희, 그의 작품에 가장 많이 등장하며 <홍길동장군>에도 찬조 출연한 '꾀돌이' 등 재미있는 소재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 1976년 첫 선을 보인 태권V. 임정규 감독이 원화와 레이아웃 작업에 참여했다.
ⓒ 애니메이션박물관
특히 한 연구사가 개인적으로 정리한 임 감독 작품 분석이 웃음을 유발할 전망. '훈이와는 바늘과 실 같은 관계로 김 박사가 인정한 며느릿감. 아버지가 납치당한 후 훈이 앞에서는 우는 척하지만 훈이가 없을 땐 즐겁게 놀기도 하는 등 타고난 내숭녀' (태권V 영희), '올리브 여왕의 알에서 태어난 딸로 나중에 올리브 성을 되찾아 여왕이 된다, 오빠 찬드라가 살던 농장에서 닭을 훔치기도 하는 등 지구의 소유개념을 모르는 듯하다'(소년 007 은하특공대 실비아), '박쥐성에 본거지를 둔 우주 최대의 악당, 악당이기는 하지만 친근해 보이기도 한다' (전자인간 337 티탄장군) 등 재치 넘치는 분석들이 가득하다.

대담과 함께 임 감독이 디자인한 주인공들이 총출동하는 영상 슬라이드 쇼도 마련된다.

이번 특별전은 애니메이션박물관이 네 번째로 마련한 기획전 '한국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의 일환. 1936년 11월 25일 조선일보 기록에 나타난 애니메이션 '개꿈', 1956년 문달부의 '럭키치약' CF, 1960년대 신동헌 감독의 '진로소주' CF에서부터 '태권V', '아기공룡 둘리', '우비소년', '마시마로', '마린블루스' 등 수많은 작품 속 캐릭터가 소개된다.

▲ 5월 5일 애니메이션박물관에선 어린이날 특별 행사가 펼쳐진다. 어린이는 무료 입장.
ⓒ 애니메이션박물관
한국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연대별 전시와 함께 프라타고니스트(영웅)와 안티고니스트(악인) 비교 전시, 임정규 감독 캐릭터 성장과정, 둘리 뿌까 뽀롱뽀롱뽀로로 마린블루스 마시마로 특별 부스 전시, 캐릭터 상품 전시, 캐릭터 영상전, 캐릭터 스케치 원화 전시 등이 마련된다.

한편 애니메이션박물관은 5월 5일 어린이날엔 어린이들을 위한 특별행사를 마련한다. '누구나 즐거운 만화가게'를 일일 오픈하고 애니메이션 캐릭터 그리기 잔치를 연다. 전국 어린이 창작만화공모전 입상작이 전시되고 도자기와 유리공예 현장 제작시연, 무료 페이스페인팅 행사가 곁들여진다. 어린이들은 입장료가 무료. 033-243-3266.

"작품 속 여주인공은 대부분 새침데기"
한승태가 정리한 임정규 감독 캐릭터 변천사

▲ 1976년작 태권V에 등장하는 악당 카프 박사
애니메이션박물관 한승태 학예연구사는 임정규 감독 특별전을 맞아 그의 캐릭터 변천사를 정리했다. 그의 일대기를 날짜별로 정리한 게 아니라 캐릭터 별로 구분해 독특한 재미가 있다. 그 내용 중 일부를 여기에 요약정리한다.

조연으로 출연하는 박사들

올리브성 과학자(소년 007), 한 박사(황금철인), 양 박사(번개아텀), 김 박사(태권V), 윤 박사(태권V), 장 박사(마루치아라치)등이 임 감독의 작품에 등장한 박사들이다. 광학을 전공한 <황금철인>의 한 박사를 제외하곤 대부분 로봇 메커니즘 연구 제작이 전문. 이들은 인류 평화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거대 로봇 제작에 박차를 가한다. 한 박사는 독특하게도 빛에 권위 있는 광학박사. 사탄의 인질이 된 딸 지영이를 구하기 위해 양심의 빛을 분석해 황금철인의 비밀을 밝히는 독특한 학자다.

감칠맛 나는 조연

사건을 만들거나 의외의 상황으로 몰고 가는 역할을 한다.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 등장하는데, 왈가닥에 지독한 장난꾸러기이지만 평화를 사랑하고 정의를 사랑하는 꼬마들이다. 꾀돌이(황금철인, 번개아텀), 철이(태권V), 또순이(소년007), 장돌이(마루치아라치), 맹물이(별나라삼총사)가 대표적. 사교성과 붙임성이 좋고 항상 밝고 명랑한 어린이의 표본으로 그려진다.

꾀돌이는 <황금철인>에서 착하고 용감하고 과학을 좋아하는 당시 본받아야 할 어린이의 모범으로 나온다. 그러나 작품 속에서 과학적인 내용은 별로 나오지 않는다. 맹물이는 오메가성 정보분석 로봇으로 맹물을 에너지로 움직이는 기발한 캐릭터. 마지막 위기에서 자신을 희생하여 카이젤 일당을 죽이고 장렬히 산화한다.

공주이거나 공주 같은 여주인공

<번개아텀>의 영희를 제외하곤 새침데기로 약간의 질투심도 있지만 직접 감정을 드러내진 않는다. <태권V> 영희의 질투는 수준급. 아동물에 등장하는 모범생, 착한 어린이 콤플렉스의 전형. 낙랑공주를 제외한 이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기보다 남자주인공을 돕는 조연으로 등장한다. 루루(별나라삼총사), 아라치(마루치아라치), 윤영희(태권V), 낙랑공주(낙랑공주와 호동왕자), 영희(번개아텀), 실비아(소년007)가 대표적.

이중 루루공주는 임 감독의 여성 캐릭터 중 가장 매력적이다. 어린이왕국 공주인 그는 얼굴은 계란형에 긴 속눈썹, 두툼한 입술, 흩날리는 머리카락, 볼륨 있는 외모를 자랑한다. 마음씨도 외모만큼 아름답다. 실비아는 다소 코믹한 캐릭터. 닭을 날아다니는 새라고 우기는가 하면 닭을 훔치기도 한다. 그러나 평화를 사랑하고 다정다감한 성격이다.

액션 히어로 남자주인공

황금철인(황금철인), 훈(태권V), 소년007(소년007), 챤드라(소년007), 마루치(마루치아라치), 꺽다리(별나라삼총사), 땅딸이(별나라삼총사), 호세(별나라삼총사), 호동왕자(호동왕자와 낙랑공주) 등이 대표적 액션 히어로 남자주인공으로 태권도 고수이거나 초능력을 소유한 미남자다.

황금철인은 정의의 상징이며 우주의 왕으로 착한 어린이는 다 돌본다. 황금으로 만들어져 태양의 빛을 받아 가슴에서 양심의 빛을 발사한다. 빨간 머플러를 목에 맨 핸섬한 신사. 태권도에선 대부분 초절정 고수의 실력을 보인다. 태권V의 훈은 맨손으로 바위를 깨고 호세는 방패 다섯 장을 공중에서 격파한다.

영원한 맞수, 영원한 악당

악당은 주인공 이상으로 개성이 강하다. 원래 반공애니메이션 구도로 만들어진 <태권V>의 말콤X는 붉은 제국 북한을 상징하는 인물. <마루치아라치>의 파란해골13호는 가장 카리스마가 강한 인물이다. 자신의 신체에 불필요함을 느껴 두뇌(해골)만 남는 형태로 스스로 진화한다.

임정규 감독에게 악당은 주로 박쥐와 해골 이미지로 나타난다. <황금철인>의 사탄, <태권V>의 말콤X, <별나라삼총사>의 카이젤은 박쥐형, <번개아텀>의 게르만황제, <마루치아라치>의 파란해골13호, <소년007 은하특공대>의 칼스 총통이 해골형이다. <별나라삼총사>의 카이젤은 예외적인 인물로 귀여운 바이킹 모습이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