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올바른 과거사청산과 동북아 평화를 위한 연세인모임 추진위원회'가 백낙준 좌상 앞에 붙인 '친일파' 표식
ⓒ 정옥재
민주노동당 연세대 학생위원회(이하 연대 학위)를 중심으로 한 연세대학교 40여명의 학생들이 초대총장 백낙준 박사의 동상철거를 요구하며 13일 오후 12시 40분부터 집회를 가졌다. 이날 집회에서 연세대학교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올바른 과거사청산과 동북아 평화를 위한 연세인모임 추진위원회'가 정식 발족됐다.

연세대 학생들은 지난 6일 백낙준을 포함한 7명의 친일인사 명단을 발표 후, 학교본부를 방문하여 중앙도서관 앞 '민주광장'에 건립된 백낙준 박사의 동상 철거를 학교 본부에 요구한 상태다.

연세대학교 홈페이지(www.yonsei.ac.kr)는 '자랑스런 연세인' 면에서 "백 박사님은 선천의 신성중학교와 중국 천진의 신학서원에서 수학하신 후 미국에 건너가 파아크 대학, 프린스턴신학교 등에서 신학과 역사학 등을 공부하시고, 1972년 예일대학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으신 당대의 석학"이라고 밝히고 있다. 용재 백낙준 연세대학교 초대총장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한국개신교회사'를 집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집회에서 신과대 학생회장 하동기씨는 "백낙준 박사는 독립운동가들이 민족해방을 위해 싸울 때 일제에 충성했던 사람"이라며 "이 사람의 동상이 연세 안에 만들어져 민족운동가인 양 포장되는 것에 우려와 분노를 표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하씨는 "친일잔재 청산은 대학에서부터 출발하여 사회 전체로 퍼져나가야 한다"며 "이것이 대학인, 연세인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신과대 학생회장은 발언 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신과대 학생회 운영위원회 위원들 모두 백낙준 박사의 동상철거를 찬성하고 있다"며 "백낙준 박사의 학내외의 공적만으로 민족적 과오까지 덮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백낙준 박사의 동상은 연세대학교 총동문회(당시 회장 방우영) 주도로 1987년 5월에 도서관 앞 '민주광장'에 건립된 좌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동문은 "창립자 언더우드의 동상과 비교하여 좌상과 위치가 문제되어 당시에도 환영받지 못한 상태에서 건립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대신 "용재관 (교육과학대) 앞에 흉상 정도로 건립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집회에 참여한 이형숙씨(정외3년)는 "교내 친일잔재 청산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관심이 있다"며 "백낙준 박사와 같은 공인일 경우, 아니 누구든지 공이 많다고 해서 윤리적 민족적 과오가 덮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당수 학생들이 이 문제에 관심이 없고 이 행사가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 연세대 내에서 친일의혹을 받고 있는 초대 총장 용재 백낙준 박사의 좌상. 뒤편에 보이는 건물이 백낙준의 호를 딴 '용재관'
ⓒ 정옥재
연세대 당국은 전날인 12일 오후 연대 학위에 전화를 걸어, 집회시간인 13일 12시 경 학교신문인 '연세춘추', 학생자치신문 '연세통'과 연대학위 위원장 박이정엽군을 배석시킨 후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 후 박이정엽 씨는 "학생복지처장 홍복기 교수가 초대 총장인 백낙준 박사는 공과 과가 모두 존재하는 인물"이라며 "동상철거는 2차적 문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홍복기 학생복지처장은 "먼저 백낙준 초대 총장의 행적을 연구하고, 그 다음 교내 기관을 통해 심포지엄을 늦어도 5월 중으로 개최하겠다"고 말했다. 홍 처장은 사실상 '선 연구 후 동상철거논의'를 주장한 셈이다.

홍 처장은 "국학연구원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학생복지처에서 심포지엄을 논의할 문제는 아니고 국학연구원 등에서 심포지엄 방식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학연구원 박경순 과장은 "아직 정식으로 학생복지처에서 공문이 온 것은 없다"고 말했고, 국학연구원 부원장 김도형 교수(사학)도 "정식으로 연락받은 바는 없고, 원장님은 외국 출타 중"이라고 말했다.

집회에 참여한 이춘수씨(신학 4년)는 "국학연구소 같은 교내 연구기관에서 교내의 교수들이 연구를 진행할 경우 학연, 인맥이 촘촘한 대학사회에서 과연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연구와 청산이 가능하겠는가"라며 홍 처장의 발언에 의문을 표했다.

이 집회는 백낙준 동상에 '친일파'라는 표식을 붙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올바른 과거사청산과 동북아 평화를 위한 연세인모임 추진위원회'가 정식 발족된 상황에서 연세대학교 부설 국학연구원이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지난달 28일 총학생회(회장 윤한울)가 제안한 '이슈시사토론회'가 개최되면 연세대학교 백낙준 박사 동상철거논의를 포함한 학내친일청산논의는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