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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에 앞서 먼저 일화 한 토막을 보자.

"5·16 군사정부가 민정이양을 한다고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이 서울에서 첫 번째 선거유세를 시작하던 그 때, 첫날이었다. 대통령 선거유세로 첫 대중 연설을 마치고 나서 그 기분으로 그 날 저녁에 흑석동(黑石洞)에 있는 나의 집으로 왔었다. 박 의장은 놀러 왔다고 하면서 혼자만 온 것이 아니라 민기식 참모총장과 한때 MBC 사장을 했던 황용주씨를 대동했었다.

'처음 해본 연설이어서….' 박 의장은 기분이 좋은 편이었다. 저녁 7시쯤 도착하였기에 냉면을 말아서 대접하고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다가, 나중에는 기녀(妓女)를 몇 명 불러 왔다. 기녀들이 따라 주는 술을 마시며 한 서너 시간 유쾌하게 잘 놀았다. 놀다보니 아주 늦어지고 말았다."


▲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당시만 해도 야간 통금이 있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대체 누구였길래 그 늦은 시각까지 기생들을 불러 권력자와 함께 질펀하게 놀았을까. 장본인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선친인 고 방일영(2003년 작고) 전 <조선일보> 회장이다. 이 이야기는 그가 지난 1983년 회갑을 맞아 기념문집으로 발간한 <태평로 1가>에 실려 있다.

방 전 회장은 1963년 대통령선거 당시 박정희 당시 최고회의 의장이 자신의 흑석동 저택을 방문한 사실을 은근히 자랑삼아 과시하고 있다. 두 사람은 술친구였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일국의 국가원수가 특정언론사 사주의 개인저택을 방문한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흑석동 방씨 일가의 사저를 방문한 권력자는 비단 박정희만이 아니었다. 지난 92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김영삼 당선자 부부는 당선 바로 다음날 방우영 조선일보사 회장 부부의 초청으로 이 곳 흑석동 사저를 방문해 만찬을 즐겼다. 김 당선자의 경우 자택이 흑석동 인근인 상도동이니 이웃집 마실 가는 식으로 초대에 응했다고 할 수도 있다.

2명의 국가원수급 인사가 찾은 흑석동 방씨 일가 대저택

그러나 당시 조선일보는 김대중, 정주영 두 후보보다는 김영삼 후보에 호의적인 보도를 했다는 것이 중평이다. 그러고보면 이날의 만찬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입장에선 선거에서 도와준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참석했을 것이고, 방 회장의 입장에선 지원한 후보가 당선됐으니 일종의 '자축연'이 아니었을까 싶다.

흑석동 사저가 유력 언론사 사주의 저택이기는 하지만 대체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되길래 국가원수급 인사가 찾아갈 정도일까. 또 그런 정도 대저택이라면 대체 집값이 얼마나 나갈까. 그 궁금증을 9일자 <중앙일보> 기사가 속 시원히 풀어주고 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흑석동의 방씨 일가 대저택은 공시지가로 61억6800만원이라고 한다.(참고로 <중앙>의 기사에선 이 저택이 방씨 일가의 것이라고 실명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이 집이 바로 그 집이란 걸 바로 알 수 있다) 공시지가로 이 정도이니 실제 거래가격은 그보다 훨씬 많으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흑석동 방씨 일가의 대저택 얘기로 다시 돌아가보자.

▲ 개인저택으로는 서울시내에서 가장 큰 흑석동 소재 방상훈 <조선> 사장의 대저택. 대지 1539평, 임야 2209평, 전체면적은 3748평으로 마치 거대한 성과 같은 모습이다.
ⓒ 한겨레
한강 남단 반포에서 흑석동쪽으로 제법 가다 보면 동작동 국립묘지가 나온다. 그를 지나면 왼쪽에 우거진 숲과 함께 거대한 철문이 나타나는데 이곳이 바로 방씨 일가의 대저택이 있는 곳이다. 지난 2001년 <한겨레> 기자가 흑석동 저택 일대를 답사한 후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높은 벽과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거대한 성과 같은 모습을 이루고 있었고, 밖에서 보면 울창한 숲에 둘러싸여 있어 개인 집이라기 보다는 공원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고 적었다.

실로 이 저택은 개인의 주거용 집이라고 보기에는 그 규모가 상상을 뛰어넘는다. 대지 1539평, 임야 2209평으로 전체 면적은 3748평(1만2390㎡)이나 된다. 건평만도 221평이나 된다. 서울시청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내 개인주택 중 최대규모일 것"이라고 했다는데 서울서 최대라면 이는 곧 한국내에서 최대라는 얘기가 된다.

총면적 3748평... "서울시내 개인주택 중 최대규모일 것"

전체 규모로는 청와대 대통령 관저와 재벌 총수들의 집을 능가한다. 한겨레는 "청와대 관저의 건평이 444평 앞마당이 477.6평이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서울 한남동 집이 대지 400평 건평 350평(지상 3층),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서울 가회동 집이 대지 716평, 건평이 5개동 합쳐 207평인 데 비하면 그 크기를 짐작할 만하다"고 보도했다. 현장을 답사한 한겨레 기자는 "(대저택의) 한 바퀴를 다 도는 데 걸린 시간만 12분이었다"고 했다.

2001년 당시 이 집 건물의 소유주는 고 방일영 고문으로 돼 있지만 임야와 대지는 아들과 손자의 이름으로 돼 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대지 1067평(3522㎡), 방 사장의 아들인 방준오(31)씨가 임야 2212평(7301㎡)과 대지 475평(1567㎡)을 각각 소유하고 있다. 준오씨는 14살 때인 지난 88년 9월에 소유권을 이전받았다고 한다.

한 인터넷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조선일보 방 사장 일가가 전국에 갖고 있는 토지 가운데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30여만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토지들 중 상당수는 이른바 노른자위 땅으로 개발이익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지난 2003년 2월 대주주 지분정보 제공업체 '에퀴터블'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방일영 일가의 추정재산은 183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 액수라면 언론계 인사 중 수위에 속한다.

▲ 김원웅, 최순영 의원의 땅투기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 4월 1일자 1면 머릿기사.
ⓒ 조선일보 PDF
지난 4월 1일자에서 <조선일보>는 1면 머릿기사와 5면 한 면을 털어 김원웅 열린우리당 의원과 최순영 민노당 의원의 땅투기 의혹을 집중 보도한 바 있다. 얼핏 보면 이번 보도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문제 연장선 상에서 나온 듯하다.

그러나 이 기사는 <조선일보>의 '표적취재'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잘 알려진대로 김원웅 의원은 평소 조선일보의 반민족적 보도행태를 비판하면서 '안티조선운동'에 동참해 왔고, 최순영 의원은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 소속 개혁성향의 의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언론의 검증대상이 아니라는 건 아니다.

문제는 조선일보의 '이중잣대'다. <조선>은 3월 29일자 사설 <"장관하기 겁난다"는 세상에서 인재 구하려면>에서 "부동산 투자가 보편적인 재산 증식수단으로 간주됐었다는 시대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전제하고는 "당시엔 사회적으로 큰 흠결로 여겨지지 않았던 행위에 새 잣대를 들이대고 그 기준으로 공직자를 고르면, 세상과 담 쌓고 살았던 사람들만 국가경영을 맡게 되는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고 썼다. 즉 '시대상황론'을 펴며 선처를 호소하는 투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로부터 3일 뒤인 4월 1일자 및 2일자 기사와 사설에서 전연 다른 잣대를 들이댔다. <조선> 앞서 언급한 김, 최 두 의원의 부동산 투기의혹을 제기하면서 이들의 도덕성을 문제삼고 나섰다. 모르긴해도 평소 자사에 비판적이고 개혁적인 의원들에 대한 흠집내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두 의원의 연배로 보면 이들 역시 '시대상황론'으로 선처를 받을만한 세대에 속한다. 그러나 <조선>은 이들에게는 예외조항을 들이대고 있는 셈이다. <조선>이 몇몇 의원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혐의는 지난 3월 1일자 '국회의원.고위법관 재산증감 살펴보니;민노당 10명중 7명 재산늘어'라는 기사에서 민노당 의원을 집중타겟으로 삼은 데서도 감지된다.

언론사 사주도 공인, 재산공개 문제 검토해야

굳이 선후를 따지자면 <조선>은 17대국회에 처음 들어간 민노당 의원들보다는 훨씬 더 오래 국회의원 생활을 했고, 지금은 야당이 됐지만 공화당·민정당에 뿌리를 둔 한나라당 의원들의 부동산 보유실태부터 먼저 검증하는 것이 순서가 아니었을까. 평소 '1등신문'이라고 자처하는 신문이라면 그게 상식이고 양식있는 보도자세가 아닐까 싶다.

엄밀히 따지면 국회의원들은 공천이나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나름의 '거름장치'를 거친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 즉 부모 잘만나 대물림으로 언론사를 물려받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세하는 거대 언론사의 사주들이다.

신문이 공기라면 신문사 사주 역시 공인(公人)이다. 언론사 사주들이 공인인만큼 이들의 재산보유 실태 및 변동상황도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즉 현행 재산공개 대상자를 고위공직자로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이에 준하는 공인의 범주로 확대하는 방안을 참여정부와 17대 국회는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

남편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남편의 반대를 무릅쓰고 양주 소재 땅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차액을 남긴 최순영 의원을 마치 부동산 투기꾼처럼 보도한 조선일보 기자는 자사 사주의 흑석동 대저택이 대지 1539평, 임야 2209평, 전체면적은 3748평으로 마치 거대한 성과 같다는 것을 알고나 있었을까? 두 의원을 향해 겨눴던 <조선>의 칼끝이 과연 국회의원 전원을 고루 겨냥할 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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