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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 좀 귀찮게 하지 마라"는 뜻의 BugMeNot.com 로고
ⓒ bugmenot
인터넷에서 영어로 작성된 뉴스를 읽는 일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한국인에게 뿐만 아니라 영어권 국가의 독자들에게도 그렇다.

미국의 경우, 비록 무료이긴 하지만 적지 않은 뉴스 사이트들이 독자들에게 온라인 등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생산한 상품인 기사를 온라인에서 무료로 즐기기 위해서는 등록을 하고 읽으라는 것이다.

각 사이트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온라인 등록을 위해 대개의 경우 이름, 성별, 나이, 이메일, 직업, 연간수입 등을 적게 되어 있다. 이러한 온라인 등록은 기사를 읽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라는 점에서는 강제적이지만, 한국처럼 실명을 확인하는 절차가 없기 때문에 등록의 진실성을 확인할 방법은 없다.

네티즌, 온라인 등록 거부감 커

미국의 뉴스사이트들이 온라인 독자들의 등록을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인터넷 광고시장 때문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즉, 광고목표에 따라 광고메시지를 집중적으로 전달하는 '타깃 광고'를 위한 기초 자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온라인 등록은 사적인 정보를 요구하기 때문에 온라인 독자들로서는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불만과 불신은 온라인 허위등록으로 이어지고 있다. 필라델피아에 뉴스를 제공하는 필리닷컴(Philly.com)의 책임자인 프레드 만(Fred Mann)은 "30만명의 등록자 가운데 대략 10%에서 15%는 가짜 이메일을 사용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등록자가 제공한 주소로 이메일을 발송하고 그 메일을 확인해야만 사용을 할 수 있는 방식 이외에는, 사실상 이메일 주소의 진위여부를 판명할 방법이 없다는 현실에 비추어 보면 허위 등록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필리닷컴을 포함한 대부분의 무료 뉴스 사이트들은 이러한 방식마저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진짜' 온라인 등록자를 가려내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아프가니스탄에 살면서 한해 수입이 몇 백 만 달러 되는 90세 할머니가 있다"는 유머가 온라인을 떠돌고 있는 것이다.

비록 유명무실한 절차로 간주될 수도 있는 온라인 등록이지만, 뉴스를 읽기 위한 한 절차로서 존재하는 한 누구도 피해갈 수는 없다. 허위로 작성한다고 해도 시간이 소모되는 것은 물론이고, 마음속의 불편함까지 사라지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자유로운 공간으로

▲ 뉴욕타임즈(NYTimes.com)의 기사를 온라인으로 읽기 위해서는 등록을 해야한다.
ⓒ NYTimes
이러한 "강제적인 인터넷 등록의 우회로"로 등장한 것이 바로 '버그미낫닷컴(BugMeNot.com)'이다. 익명의 호주인이 만든 이 사이트의 검색창에 등록을 요구하는 웹사이트의 주소를 입력하면 '사용자명'과 '암호'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이 사이트의 운영자는 "웹사이트에 등록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있고, 스팸 메일의 문제가 있으며, 인터넷의 기본정신에 반하는 일"이라는 등의 이유를 들면서 "모든 웹사이트들이 등록을 요구하는 경우를 상상해 보라"고 반문한다.

그렇다고 해서 버그미낫닷컴에서 모든 사이트의 사용자명과 암호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서비스는 무료사이트에만 해당되며 유료사이트의 정보를 올리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또한 이 웹사이트는 이용자 참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필요한 웹사이트를 검색해보고 아직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이용자가 직접 등록한 후 그 사용자명과 암호를 이 사이트에 올려 공유하는 것이다.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고 많은 이들의 참여가 있었던 탓인지, 2004년 1월에는 130여개였던 등록 사이트의 숫자가 11월에는 3만5000개로 불어나더니 지금은 6만2000개를 넘어섰다.

이용자들이 제일 많이 찾는 웹 사이트는 1위가 뉴욕타임스(www.nytimes.com), 2위가 워싱턴포스트(www.washingtonpost.com), 3위가 LA타임스(www.latimes.com), 4위가 애틀란타 저널 컨스티튜션(www.ajc.com), 5위가 시카고트리뷴(www.chicagotribune.com) 등 뉴스사이트인 것만 보아도 이 사이트가 만들어진 취지는 어느 정도 달성된 셈이다.

호스트 중단되고 접속 차단 당하기도

▲ 인터넷 보안업체인 웹센스(Websense.com)에서는 필터링을 통해 BugMeNot.com을 '인종차별과 증오'의 범주로 구분하고 차단했다
ⓒ Websense
온라인상에서 익명성을 지키기를 원하며 스팸메일을 싫어하는 이들에게는 반가운 사이트임에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모든 이들에게 환영을 받는 것은 아니다. 작년 8월 이 사이트는 서버를 제공해주던 호스트가 중단되는 사태를 경험했고, 일부 회사의 필터링에서는 이 사이트가 차단되기도 했다.

이러한 극단적인 방법이 아니라 할지라도, 저널리스트들이 모이는 사이트인 포인터 온라인(www.poynter.org)에서는 이 사이트의 서비스에 관한 논쟁이 진행 중이다.

이 웹사이트를 반대하는 이들은 "뉴스를 읽기 원한다면 정보제공자가 원하는 등록을 해야 한다. 웹사이트 유지에는 돈이 필요하고 이용자들의 등록은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인데 남의 사용자명을 이용하는 것은 비윤리적인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누군가가 자발적으로 올려놓은 사용자명을 이용하는 것은 공유하는 것이지 훔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윤리적이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수동적으로 해왔던 일을 버그미낫닷컴이 자동적인 시스템을 구축한 것뿐이다"라는 의견이다.

또한 한 사용자는 "뉴스 웹사이트들이 등록을 요구하면서 개인의 정보를 팔거나 공유하지도 않고 이메일을 보내지 않겠다는 항목이 있는데 그렇다면 개인정보가 필요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정말로 실제적인 정보를 원한다면 정직하게 스팸메일을 보내지 말아야 하며 등록 필수 항목을 대폭 줄이고 이메일 정보를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는 충고를 덧붙였다.

또 다른 사용자는 "온라인 뉴스사이트들이 자신의 무덤을 파고 있다"면서 "결국 정보는 무료로 이용하게 될 것인데 그것은 단지 시간의 문제"라는 견해를 밝혔다.

▲ BugMeNot.com의 '사이트 추가' 화면. "이 계정은 모든 이들과 공유될 것입니다"
ⓒ bugmenot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웹사이트는 온라인 등록에 짜증이 난 어느 개인이 만든 작은 실험실일 뿐이다. 이 사이트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 혹은 취소를 위한 어떤 정교한 규정도 없고 이것을 논의하는 조직도 없다. 단지 개개인의 인터넷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올리면 등록이 되고 지워달라는 메일을 띄우면 삭제가 되는 아주 원시적인 형태를 띠고 있을 따름이다.

또한 이 웹사이트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에게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웹사이트명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 이용자들은 자신이 필요한 웹사이트 주소를 검색 창에 넣어 확인해야 한다.

버그미낫닷컴에서는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사이트들을 "(등록에서) 해방되었다(liberated)"고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이 "해방된" 사이트들은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누군가가 '포인터 온라인'에 예언해 놓았듯, "이 사이트는 포르노 사이트의 암호를 나누는 또 하나의 수단으로 전락"할지도 모를 일이다.

과도한 개인정보의 요구와 스팸의 범람, 그리고 그 전초기지가 된 온라인 강제등록에 맞서 인터넷을 자유로운 공간으로 만들려는 이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그 결과는 이용자들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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