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어디를 여행하든 먹을거리는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먹을거리를 접해 행복한 시간이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들로 김치와 밥을 떠올리며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저같이 비위가 강하고 주는 대로 잘 먹는 건 복이라면 복인 것 같습니다.

저와 함께 여행하신 분은 제 어머니입니다. 한국 음식을 제일로 생각하고 그것만 드시는 분입니다. 스파게티조차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고 하시는 분입니다. 예전에 태국에 동행했을 때 “태국에는 먹을 것도 많고 맛있다”는 제 말만 듣고 비상용 한국 반찬을 준비하지 않고 간 적이 있었습니다.

“풀풀 날리는 안남미는 배가 너무 빨리 꺼지고 맛도 없어.”
“여기는 설탕을 퍼붓나 봐. 너무 달아.”
“이상한 풀만 넣으면 못 먹겠어.”

어머니에게는 어려운 시절 공수해서 먹었던 안남미는 그 시절이 생각나서 싫었고 너무 단 음식도 입맛에 맞지 않았고, 고수, 바질 잎 등 향신재료를 넣으면 그 맛이 생소해서 싫으셨던 것 같습니다.

인도네시아를 갈 때만 해도 깻잎을 사가야 한다며 부산을 떨었지만 결국 들고 간 한국 음식은 비행기에서 주는 조그만 튜브 고추장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오직 한 번만 고추장을 사용하셨습니다. 족자카르타로 가는 기차 안에서 나온 도시락인데 반찬이 최악이라 며칠 된 듯한 밥에 고추장을 비벼 먹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배낭여행이라 값싼 음식만 먹고 접한 음식도 제한적이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인도네시아 음식을 소개하려 합니다.

저희가 처음 접한 인도네시아 음식은 바로 길거리 음식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길을 걸어가다 보니 길거리 음식점을 만났습니다. 인도네시아에는 이런 길거리 음식점이 참 많습니다. 대부분 저녁 시간 전에 포장마차를 열지만 아침부터 여는 곳도 꽤 있습니다.

조그만 천막으로 들어가면 여섯 가지 정도의 반찬이 담겨 있습니다. 밥 한 접시에 먹고 싶은 반찬을 담아달라고 하면 한 끼 식사가 됩니다. 반찬 하나당 1000루피(한화 약 110원)를 받으니 밥 한끼를 해결하는 데 4000루피밖에 들지 않습니다. 카레, 감자볶음, 무채를 노란 카레에 익힌 것, 달걀을 시켰는데 그 맛이 너무나 한국적이어서 놀랐습니다.

특히 감자볶음은 그 맛이 거의 우리가 먹던 것과 유사했습니다. 이것이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나시 참푸르(Nasi Campur)’입니다.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가게에는 반찬을 고르지 않아도 몇 개의 반찬을 밥에 얹어 내오기도 합니다.

▲ 길거리에서 먹은 나시 참푸르. 감자볶음 맛이 한국과 같았다.
ⓒ 김동희
아무나 쉽게 먹을 수 있는 나시 고랭(Nasi Goreng)은 인도네시아 볶음밥입니다. 세계 어디서나 입맛을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그나마 이만한 것이 없습니다. 인도네시아 볶음밥의 맛은 약간 독특합니다. 색도 약간 빨갛습니다. 케첩 맛은 아니고 약간 매운 듯한 것이 느끼한 볶음밥의 맛을 없애줍니다.

‘나시’는 인도네시아 말로 ‘밥’이고 ‘고랭’은 ‘볶다’는 뜻입니다. 미 고랭은 볶음국수입니다. 볶음국수는 쌀국수 면을 사용하거나 라면 면, 또는 달걀과 밀가루를 넣어 만든 중국식 면을 쓰기도 합니다. 부드럽고 맛있기는 쌀국수 면이 제일인 것 같습니다.

▲ 볶음 국수 미고랭. 이것은 중국식 면으로 만든 미고랭이다.
ⓒ 김동희
인도네시아에서 빠질 수 없는 음식 중 하나인 사떼(Sate)입니다. 사떼는 꼬치구이입니다. 우리나라 닭꼬치처럼 크지는 않습니다. 대부분 거리 어느 곳이나 사떼를 굽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조그만 화덕에 가지런히 꼬치를 놓고 하나하나 뒤집으며 굽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또 그 주변은 대부분 뿌연 연기와 맛있는 냄새로 가득합니다. 사떼의 종류는 여러 가지입니다. 가장 흔한 것이 닭고기, 소고기인 것 같습니다. 이슬람을 믿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돼지고기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대부분 사떼는 땅콩소스에 찍어 먹습니다. 담백한 맛을 원한다면 그냥 먹어도 맛있습니다. 달콤한 맛을 원한다면 땅콩소스를 듬뿍 찍어 드시면 됩니다.

▲ 맛있게 구워지고 있는 사떼
ⓒ 김동희
고기를 먹었으니 샐러드도 먹으면 좋을 듯합니다. 인도네시아 식 샐러드 가도가도(Gado-Gado)는 우리가 먹는 일반 샐러드와는 다릅니다. 대부분 샐러드는 싱싱한 야채에 소스를 뿌려먹지만 가도가도는 익힌 채소 샐러드입니다. 감자, 콩깍지, 배추, 숙주나물, 달걀들을 삶아서 접시에 담고 땅콩 소스를 뿌려줍니다.

이 샐러드에는 대부분 기름에 튀겨서 만든 새우 칩 같은 것이 따라 나옵니다. 여기에 야채들을 얹고 땅콩소스를 얹어 먹으면 색다른 맛이 납니다. 저에게는 밥이나 한 끼 식사 반찬이라기보다는 간식거리로 딱 좋은 음식이었습니다.

▲ 인도네시아식 샐러드 가도가도. 여러 야채들을 삶아 땅콩소스를 뿌려 먹는다.
ⓒ 김동희
그러고 보니 국물이 있는 음식이 아직 안 나왔네요. 길거리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국물이 있는 먹을거리 박소(Bakso)입니다. 시원한 국물에 동그란 어묵을 넣어줍니다.

어떤 곳은 그곳에 국수를 넣어주는데 그 모습은 동남아시아의 쌀 국수 모습과 비슷합니다. 가끔 너무 짜고 느끼한 어묵이 걸릴 때도 있지만 국물이 시원해서 출출한 밤에 간식으로도, 아침에 해장 식사로도 그만입니다. 사실 한 끼 식사로 먹기에는 너무 양이 적습니다.

▲ 미트볼, 어묵을 넣어주는 박소.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 김동희
마지막으로 어머니께서 가장 좋아하셔서 하루에 한 번은 꼭 드셨던 짭짜이(Cap Cay)입니다. 중국식 야채 요리인데 배추, 당근, 콩깍지, 버섯, 새우 등을 넣고 간장 소스로 센 불에 볶아준 요리입니다.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고 느끼한 고기를 싫어하는 분들에게 아주 좋은 요리입니다. 밥에 비벼 먹으면 그 맛도 일품입니다. 어머니는 다른 건 다 못 외우셔도 이 요리 이름만큼은 기억해서 주문하시더라고요.

▲ 여러 야채를 간장소스에 볶아 나오는 중국식 요리 짭짜이.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음식이다.
ⓒ 김동희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많은 음식들이 있었지만 기본적인 것만 소개해드렸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 하나가 빠졌네요. 그건 바로 홍차입니다. 인도네시아 어느 곳을 가나 홍차를 많이 먹을 수 있습니다. 거리에서 버스터미널에서 홍차를 파는 사람도 많습니다. 홍차를 마실 때 다른 곳과 약간 다른 것은 설탕을 어마어마하게 넣는다는 것입니다. 쓴맛이 사라지고 달짝지근한 홍차는 더위에 지쳐 있을 때 기운을 내게 합니다.

▲ 인도네시아에서는 항상 따뜻하고 단 홍차를 마실 수 있다.
ⓒ 김동희
짧은 여행 중이라 더 많은 것을 먹어보고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음식은 그 나라의 문화와 생활을 나타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관광객들의 입맛에 맞춰진 음식점에서 무난한 음식을 먹는 것보다 시끌벅적한 그들의 길거리에서 그들과 함께 음료수를 고르고, 음식 먹는 법을 배우고, 그들이 즐겨 찾는 음식을 시도하면 그들과 더욱 쉽게 접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새로운 음식을 먹어 볼 수 있다는 그 기회를 최대한 이용하는 것은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일 테니까요.

덧붙이는 글 | 대부분 일반 식당에서는 1만~2만5000루피(한화 약 1100원~2750원) 정도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길거리 음식이면 이것보다 더 쌉니다. 2005년 4월 현재 환율은 1달러에 9400루피입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