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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박노황 특파원) 15년간 식물 인간으로 영양공급 튜브에 의존에 연명해오던 테리 시아보(41.여)가 지난 18일 법원의 판결로 튜브가 제거된지 13일만인 31일 오전 숨졌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시아보는 이날 숨지기 수시간전 목숨이 경각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이에 시아보의 부모는 딸의 임종을 지켜보길 원했으나 법적 보호권자인 남편 마이클에 의해 거부됐다.

부모인 밥과 메리 쉰들러는 딸의 사망후 시신을 지키며 기도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수백만 미국인들이 시아보의 죽음에 슬픔에 차 있다"고 애도를 표하고, 시아보의 부모에게 "영예와 존엄을 보여주었다"며 위로했다.

그는 또 "문명의 본질은 약자 보호"라면서 "(죽었는지 여부)에 대한 심각한 의심이 있을 경우에는 살아있는 쪽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 자신이 시아보의 생명 연장을 위해 특별법안 제정을 지지한 것을 변호했다.

교황청은 "영양 튜브 제거는 생명에 대한 공격이자, 생명의 창조자인 하느님에 대한 공격"이라며 시아보의 사망을 규탄했다.

시아보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그녀가 입원해 있는 플로리다 파이넬러스 파크의 요양원 주변에는 그녀의 생명 연장을 호소해왔던 지지자들이 '어메이징 그레이스' 등 찬송가를 부르며 가톨릭 교도인 그녀가 천국에서 평안히 휴식하기를 염원했다.

남편 마이클과 부모가 합의한 대로 곧 시아보에 대한 부검이 이뤄질 예정이다.

시아보가 숨지기 전날 연방 대법원은 테리의 영양공급 튜브를 다시 연결하게 해달라는 부모의 청원을 재차 기각했다.

CNN은 연방 대법원의 청원 기각은 지난 2001년 이후 6번째이며 1주일 사이 두번째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과체중이었던 시아보는 지난 1990년 무리한 다이어트로 제대로 식사 조절을 못하는 상태에 빠지고, 그로 인한 '화학적 불균형'으로 심장 박동이 잠지 정지돼 뇌에 치명적인 손상이 가해져 식물인간이 됐다.

그후 아내가 식물 인간인채로 연명하길 바라지 않았다는 남편 마이클과 이에 대해 딸이 회복될 가능성이 있는데도 다른 여자와 딴 살림을 차린 채 그녀의 재산을 노려 '죽이려' 한다는 부모간에 '불신과 증오에 찬' 법정 싸움이 빚어졌다.

지난 1998년 마이클은 보조장치 제거명령 청구 소송을 낸지 6년만인 지난해 "테리가 의식불명 상태이며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판정한 법원으로 부터 허가를 받아냈다.

이에 그녀의 부모는 물론,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 등이 한시법을 제정해 가며 이를 저지하려다 실패하자 부시 대통령, 연방의회까지 나서 '테리 특별법안'을 통과시키는 희귀한 사태가 벌어지면서 법적 다툼이 재점화됐으나 부모측은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시아보 사건은 의식이 살아있는 환자가 고통을 덜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죽음을 맞게 하려는 안락사와는 달리 뇌사 판정을 받은 식물인간의 생명 연장 문제로 흔히 가정사로 그칠 사안이었으나, 미국내 보수단체와 부시 형제, 플로리다 주의회, 연방의회가 개입하고 교황청까지 가세하면서 세계적인 이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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