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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윤기 동국대 교수
ⓒ 오마이뉴스
최근 파문이 일었던 한승조 고려대 전 명예교수의 '일제 축복론'과 지만원씨 등이 주장한 친일담론은 자생적으로 생긴 '친일지상주의'의 결과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동국대 홍윤기(철학) 교수는 "한승조 개인은 제국주의 시대의 은혜를 직접 입은 일제잔재가 아니라 사후에 본격적, 자발적으로 친일 의식을 갖게 된 자생적 친일파에 속한다"며 "이것이 우리의 문제를 더욱 치명적으로 만든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14일 <오마이뉴스>에 보내온 「자생적 친일멘털리티와 세계화 시대의 친일? - '친일·반공·국가주의'에 기반한 '권력숭배·물질만능·국민윤리'의 재생산 구조」란 제목의 A4용지 26쪽짜리 장문의 기고문을 통해 "한승조 현상을 과거의 일로 간주하여 일제잔재청산 문제로만 접근하면 '후속 친일파'를 계속 온존시키고 양산시킬 잠재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그는 '우리 안의 친일' 부분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뒤 다음과 같은 대응방안을 내놓았다.

▲ 과거사법을 조속히 처리하되 조사시기의 범위를 개항까지 넓힐 것 ▲ 친일파재산 환수법을 조속히 처리할 것 ▲ 친일진상규명법의 조속한 실행으로 국내외 친일파에 대한 국가의 단호한 의지를 천명할 것 ▲ 친일멘털리티 재생산의 교육적, 정신적 매체로 작용해온 현행 중·고교 도덕·윤리 교과를 전면 폐지해야 할 것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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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기교수 기고문]자생적 친일멘털리티와 세계화 시대의 친일?


"자생적 친일담론 더욱 치명적... '우리 안의 친일' 아는 것 중요"

홍 교수는 최근 제기되는 친일담론에 대해 "'친일·반공·국가주의'에 기반한 '권력숭배·물질만능·국민윤리'의 재생산 구조로 인해 확대·강화됐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한 명예교수가 지난 1980년부터 5년 동안 '한국국민윤리학과'의 5·6대 회장이었고, 5공 출범 당시 '국민윤리학회' 회장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국민윤리'는 박정희 시대에 제정된 '국민교육헌장'을 모태로 했다, 이어 전두환 시대에 대학에 독자적인 교과교육학으로 제도화시켜 양성된 인력들을 통해 국가지상주의를 국민정신으로 국민 개개인에게 내면화시키는 이데올로기였다"면서 "중·고등학교의 도덕 및 윤리 교과의 핵심은 '국민정신'이었고 이 국민정신의 핵심은 '반공·민주 정신에 투철한 애국애족'이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정신으로 도달할 가장 큰 목표는 '민족중흥'이라는 비전으로 미화된 '국가건설'이었다"는 것.

홍 교수는 "이러한 '국민정신'으로 묶어내는 일관된 의식이 다름 아닌 '권력숭배 코드'였다"며 "비록 권력체가 우리 민족에게 엄청난 고난을 안긴 외부세력이라고 할지라도 이미 권력에의 순응과 권력 숭배가 내면화된 의식을 갖고는 우리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진 강자에 맞서 끝까지 우리 존재의 요구를 제기하기란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이런 권력숭배 코드를 내장한 국민정신이 나보다 우월한 강자에의 복종을 축복으로 여기는 친일지상주의의 권력코드와 일치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결국 기존의 도덕·국민윤리교육의 재고와 새로운 교육틀이 필요하다는 것이 홍 교수의 주장이다.

"친일담론, '국민윤리' 교육으로 확대 재생산"

홍 교수는 더나아가 최근 한승조 망언에 이어 이를 지지하는 친일담론이 기존보다 강화 돼 '친일지상주의'까지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이렇게 강화된 '우리 안의 친일 논리' 가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사회에 더욱 심각하게 작용한다는 것.

홍 교수는 한 명예교수의 발언에 대해 "'친일이야말로 식민지 당시의 현실이나 탈식민지 국면에서의 한국 현실을 감안할 때, 정당한 국가적 선택이었고 그렇지 않은 어떤 민족지향적 입장이나 행위도 잘못된 것'이었다는 주장은 친일지상주의다"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이어 "한 교수는 이런 친일지상주의의 시간적 타당성을 미래로까지 무한 연장시켰다"며 "어처구니없게도 그는 세계화 또는 탈산업주의 국면에서 친일의 진정한 정당성이 높이 평가받겠다는 세계화 시대의 친일론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친일행위는 산업화 단계 내지 민족주의 시대에는 죄악시되며 반민족행위로 지목되어 비판 규탄한 표적이었다, 그러나 탈산업사회 또는 세계화 시대에 와서는 친일행위가 도리어 애국애족행위로 인식되고 환영받는 날이 올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홍 교수는 "지금까지 친일을 정당화한 논법은 주로 가족이나 조직을 지키는 등 일제 강압 아래서 살아남기 위한 것이었다"며 "그러나 그 어떤 논의도 친일이나 친일행위가 가장 옳은 일이었으며 반일파가 부당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된 적은 없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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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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