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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회라는 중고생교내폭력서클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가운데 학생폭력이 만연하게 된 원인이 무엇이냐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학생개별지도가 불가능한 학교교육, 무분별한 또래문화, 가정불화, 경제적 빈곤 등의 다양한 원인과 함께 폭력을 미화하고 조장하는 대중문화 역시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번 보도를 접하며 저는 몇 년 전 청소년 유해매체에 대한 강의에서 논의되었던 청소년폭력만화의 유해성에 논란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당시 전문가들은 다매체시대를 사는 우리 청소년들이 감수성 예민한 시기에 지속적으로 폭력물을 접하게 되면 폭력에 무감각해지거나 은연중 폭력행동을 모방하게 되는 등 음란물을 접하는 것보다 더 위험 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 일진회 문제로 절판까지 되었던 캠퍼스 블루스
ⓒ 김혜원
청소년들이 인터넷이나 영화, 텔레비전, 출판물 등을 통해 그들에게 위해한 폭력물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폭력이 난무하는 만화가 아이들에게 인터넷 못지않게 해를 끼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했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또 주변의 많은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만화 역시 인터넷처럼 중독성과 문제행동을 유발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청소년보호법이 발효된 지난 1997년엔 강력하게 시행되던 청소년유해물에 대한 단속도 언제부턴가 느슨해져 초등학생조차 이런 만화를 대여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학원폭력을 주제로 하는 많은 만화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폭행을 하거나 일탈행동을 하는 주인공을 미화하고 있어 영웅심리가 강한 청소년들의 폭력이나 일탈행동을 조장하거나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청소년들이 폭력을 행사하는 원인을 이들이 접하는 폭력만화에서만 찾을 수는 없겠지만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 오토바이폭주와 폭력이 주내용인 상남2인조
ⓒ 김혜원
‘일진회’라는 청소년폭력조직의 이름이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한 일본 폭력만화 속에서 따온 명칭이라는 것과 이번 사건에서 주로 문제가 되었던 ‘일진회의 서울연합’ 역시 형태는 다소 다르지만 한 학원폭력만화 속에 그대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이런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밝혀진 대로 ‘일진회’란 명칭은 한때 중고생들 사이에 유행했던 일본만화에서 따온 말입니다. 문제가 되었던 일본만화는 모리타 마사노리의 <캠퍼스블루스>로 1997년 당시 일진회 문제로 절판까지 되었지만 2004년부터 <비바블루스>로 제목을 바꾸고 19禁 등급을 받아 재 출판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 밖에 학원폭력을 다룬 만화로 폭주와 폭력을 소재로 한 <상남2인조>와 후속편인 <반항하지마>, 하드코어적인 폭력장면은 물론 조직폭력배와 마약밀수까지 등장하는 <커프스>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에 못지않게 인기를 누리고 있는 국산만화 <니나잘해>와 <짱> 역시 주인공으로 등장한 청소년들의 이유 없는 폭력과 세력싸움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폭력물의 문제점은 폭력만화에 빠진 일부 청소년들이 술과 담배, 오토바이폭주, 패싸움, 교사폭행, 이성 관계 등 일탈행동을 하는 주인공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들의 옷차림이나 머리모양은 물론 폭력과 폭주 등의 일탈행동까지 모방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 국산 만화 <니나잘해>
ⓒ 김혜원
특히 <니나잘해>에서는 마치 지금의 현실을 예상이라도 하듯 고교1짱들이 서울에 모여 친목을 다지는 ‘서울정기연합’을 갖는 장면이 등장하고 있어 일진회 문제를 일으킨 청소년들이 폭력만화의 내용을 그대로 모방했던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이번 사건을 학원폭력만화와 연결지어 이야기하는 것이 다소 엉뚱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학교폭력이나 일탈행동에 물들어가는 청소년들의 옷차림과 머리스타일, 사용하는 말들이 만화 속 주인공을 모방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어떤 형태로든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부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제가 이 기사를 쓰는 이유는 1997년 한바탕 소란을 일으켰던 ‘표현의 자유’와 ‘청소년보호’라는 미묘한 논쟁을 재연하자는 의도는 아닙니다. 다만 당시 청소년보호법이 발효되면서 강력하게 적용되던 등급기준과 일선만화방에 대한 단속이 어느새 흐지부지해진 것이 아닌지 우려됩니다.

만화의 경우 매체특성상 영상물에 비해 관대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때문인지 청소년 이용가를 받은 만화에서도 심심치 않게 과도한 성 표현이나 폭력이 발견되는 등 허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더구나 교복차림의 중고생들에게도 등급과 관계없이 원하는 만화를 대여해주는 만화방 역시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이에 접근하기 위한 인터넷 성인인증 절차 역시 너무나 간단해 청소년보호법의 효력이 제대로 발휘되고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 국산만화 <짱>
ⓒ 김혜원
폭력만화를 탐독했다고 해서 모두 폭력성을 갖거나 문제행동을 하는 것은 물론 아니며 폭력성이 있는 청소년이라고 해서 모두 폭력만화를 탐독한 결과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많은 경우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어른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소수의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청소년에게 위해한 폭력물에 대해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유해폭력물을 접하는 청소년의 나이가 점차 초등학생 이하로 어려지고 있는 것은 더욱 우려할 만한 일입니다. 청소년폭력문제가 사회문제로 드러난 지금 다양한 청소년폭력방지대책이 논의 되고 있습니다. 물론 새로운 프로그램의 개발과 도입도 논의되어야 할 것이지만 기왕에 실시되고 있는 청소년보호법의 철저한 적용 역시 시행초기와 같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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