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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봉길 의사가 의거 직전에 마지막으로 찍은 모습.
"충의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현판을 철거한 행동보다 박 전 대통령의 친필이 현판으로 있는 게 할아버지는 더 괴로웠을 것입니다…(생략)

파평 윤씨 대종회 600명이 박정희 대통령이 쓴 현판을 파손한 것에 대해 규탄대회를 한다는 말에 한탄스러웠습니다. 더구나 부순 이를 그 뜻과 상관없이 구속 수사하라고 요구한 일에 더더욱 한탄스러웠습니다."


매헌 윤봉길 의사의 친손녀 윤주영(43)씨의 말이다. 그는 충의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을 철거한 양수철 전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부장 행동에 대해 실정법 위배의 안타까움을 전제로 "옳다고 생각해 했을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 휘호가 충의사 사당에 걸리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서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윤주영씨는 <오마이뉴스>가 9일 보도한 '양수철씨 구속영장 발부...민족문제연 등 비난 성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독자 의견을 달아 '파평 윤씨 대종회'의 양씨 규탄시위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이날 밤 전화인터뷰를 통해서도 양씨 행동에 대해 "오죽하면 그렇게 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그분이 그렇게 하기 전에 그런(적합한 절차) 노력을 기울였어야 하는데… 부득이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충의사 현판을 박 전 대통령 친필로 재복원하려는 움직임과 관련, "할아버지도 원치 않을 것이고, 할아버지를 더 욕되게 하는 것이며 고통스럽게 할 것"이라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그 이유로 "박정희 대통령이 당당히 현판에 글씨를 쓴 심사는 알 길이 없지만 마땅히 그 현판은 국민에 의해 내려졌어야 한다"면서 "할아버지는 국가와 국민의 공인으로서 마땅히 자랑스러운 곳에, 어떠한 오점도 없이 모셔져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최근 논란을 일으킨 한승조, 지만원씨에 대한 충고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그분들 글을 읽고 참을 수 없었다"면서 "만약 자신의 딸이나 애인이 정신대로 끌려가고 부모가 마루타로 생체실험 대상이 되는 일을 겪었으면 그렇게 했겠는가, 조심했어야 하는데 너무나 무지하고 교만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양수철 전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부장은 9일 공용물 손상과 건조물 침입 혐의로 구속됐다.

다음은 윤씨와의 일문일답.

- <오마이뉴스>에 독자 의견을 쓰게 된 계기는?
"파평 윤씨 일가가 이렇게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 썼다. 할아버지와 가장 가까운 사람은 바로 우리 가족 아니겠는가. 박 전 대통령의 친필을 받았다는 저희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바르게 되길 원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 휘호가 사당에 걸리는 걸 원하지 않는다. 파평 윤씨 종친회가 뭐하는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의견을 쓰게 됐다."

- 가족들도 같은 생각인가.
"저는 결혼한 사람이고 바빠서 가족과 따로 얘기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손녀로서 의견을 낸 것이다.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연세도 많으시다."

- 현판을 철거한 양수철씨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분으로서는 옳은 생각이라고 판단해서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분 행동보다 박 전 대통령 친필이 현판으로 있는 게 할아버지는 더 괴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실정법이 있는 것이니 모든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관철하기 위해 그렇게 행동하면 법 체계가 무너질 것이므로 적합한 절차에 의해 이뤄지면 좋겠다. 하지만 오죽하면 그렇게 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분이 그렇게 하기 전에 그런 노력을 기울였어야 하는데… 부득이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자체에 대해 가타부타 하고 싶지 않다."

- 예산군이 친필 현판으로 재복원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있을 수 없다. 할아버지는 파평 윤씨 종친회 일부가 아니다. 이미 국가의 공인으로서 자랑스럽게 모셔져야 할 분이다. 애국자는 개인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모셔져야 할 분이다. 개인 차원이나 파평 윤씨 일가로 보는 것은 소아적 생각이다. 할아버지가 명예와 타협하려는 분이었다면 일제 시대 무엇하러 만주까지 가서 그 고생을 하고 모진 고문을 당하셨겠는가.

할아버지는 돌아가실 때까지 '죄가 없으니 내 눈을 가리지 말라'고 하시면서 끝까지 꿋꿋했다. 만약 박 전 대통령 친필 현판으로 재복원한다면 그것은 할아버지를 욕되게 하는 것이다. 할아버지도 원치 않을 것이고, 할아버지를 더 고통스럽게 할 것이다. 무슨 이유 때문에 복원하려고 하는가. 설령 박정희씨 공이 있다고 하더라도 들끓는 여론이 있는 분의 친필을 굳이…."

- 최근 심경은?
"한승조, 지만원씨 글 읽고 참을 수 없었다. 물론 언론이 왜곡시켜 표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모든 보도를 신뢰할 수 없지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가. 일본은 우리 역사를 조직적으로 왜곡하고, 침략 이전부터 계획적으로 왜곡했다. 지식인으로 그런 사실을 알면 어떻게 '일제 지배는 축복'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지. 만약 자신의 딸이나 애인이 정신대로 끌려가고 부모가 마루타로 생체실험 대상이 되는 일을 겪었으면 그렇게 했겠는가. 오해 소지가 있거나 혹시 국민의 정서에 상처 입힐 수 있는 발언이면 조심했어야 하는데 너무나 무지하고 교만하다."

"할아버지도 그것을 바랄 것입니다"
[전문] 윤봉길 의사가 남긴 독자의견

다음은 윤씨가 9일 <오마이뉴스> 기사에 남긴 '독자의견' 전문이다.... 편집자 주

저는 윤봉길 의사의 친손녀입니다.

평생을 할아버지 이름을 함부로 입에 담아본 적이 없지만, 할아버지의 손녀로서 이번 일만은 분명한 의견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3월 8일자 파평 윤씨 대종회가 충의사 현판 파손을 규탄한다는 기사를 읽고 이 글을 씁니다.

현판을 부순 양수철씨의 행동이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기는 하나, 박정희 대통령이 쓴 글씨가 충의사 현판으로 쓰이는 것은 더더욱 견디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강제에 의해서였다 해도 떳떳할 수만은 없을텐데, 박정희 대통령은 자의에 의해 충성의 혈서까지 써가며 일본군에 입대하고 장교를 지낸 사람으로 알고 있습니다.

역사에 있어서도 공과 과가 있겠지만 어쨌든 한때 장기집권을 위해 무고한 사람들에게 상상하기 어려운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도 알고 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당당히 현판에 글씨를 쓴 심사는 알 길이 없지만 마땅히 그 현판은 국민에 의해 내려졌어야 한다고 봅니다. 설사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모든 것이 소문이요 오해라고 해도 그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왜냐하면 할아버지는 국가와 국민의 공인으로서 마땅히 자랑스러운 곳에, 어떠한 오점도 없이 모셔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은 할아버지에 대한 예우 이전에 이 국가와 국민에 대한 예우이기 때문입니다.

파평 윤씨 대종회 600명이 박정희 대통령이 쓴 현판을 파손한 것에 대해 규탄대회를 한다는 말에 한탄스러웠습니다. 더구나 부순 이를 그 뜻과 상관없이 구속 수사하라고 요구한 일에 더더욱 한탄스러웠습니다.

할아버지는 이미 문중의 일원만이 아닙니다. 할아버지 일은 문중의 뜻으로 움직이려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뜻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할아버지가 몸과 마음을 바쳐 고통과 죽음을 불사하며 추구했던 대한민국 국민의 자유와 행복의 뜻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할아버지도 그것을 바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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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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