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수년 전 부터 국내외 언론에는 북한 서해안 지역에 막대한 양의 석유가 매장되어있다는 보도가 나왔었다. 지난 1월에는 600억배럴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 중국 발해만 지역의 유정이 북한 지역까지 뻗어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북한 석유 매장설에 대해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 "외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북한 특유의 과장"이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의 석유개발 회사인 아미넥스가 현재 북한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탐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이달 초 런던에 본사가 있는 아미넥스사의 브라이언 홀 CEO를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아미넥스는 북한에 앞으로 2년반 동안 1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하고 북한 정부와 육해상 석유탐사 독점 계약을 맺었다.

▲ 아미넥스사 브라이언 홀 사장
ⓒ 김성수
홀 사장은 "현재 지질 탐사와 사전 조사 단계"라며 "북한의 석유 매장 가능성과 석유 사업에 대해 상당히 낙관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석유가 매장됐다면 국제적 수준으로 상당량이 될 것"이라며 "서해안, 동해안, 평양 내륙지역 가운데 지형상으로는 서해안이 가장 유망하다"고 말했다.

'석유 매장설이 외자 유치를 위한 북한의 과장'이라는 비판에 대해 홀 사장은 "아미넥스는 탄자니아에서 석유 발굴에 성공했다"며 "국제 석유회사들은 모두 탐사 이전에 자체 조사를 하고 가능성이 있을 때 투자를 한다"고 일축했다.

다음은 홀 사장과의 일문일답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관련
기사
[인터뷰 원문 보기] 'North Korea Has Rare Potential in Oil, Gas'


▲ 아미넥스사 런던 주식시장 상장 기념 현판
ⓒ 김성수
- 석유사업 경험이 많다고 들었다. 아미넥스는 어떤 회사인가?
"1991년 3개사가 합병하면서 설립됐고 1995년 런던 주식 시장에 상장됐다. 초기에는 미국, 북아프리카 유전 사업을 했고 러시아에서도 10년간 석유 사업을 벌였다. 2004년에는 아프리카와 미국에서 유전 개발에 성공했고 원유를 채취했다. 우리는 큰 규모의 회사가 아니지만 미국, 러시아, 인도, 탄자니아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업을 해왔다."

- 북한 유전 개발 사업을 시작한 동기는 무엇인가.
"동기는 간단하다. 북한이 원유와 천연가스 매장 가능성이 높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예비 산유국으로 거론되어 왔지만, 제대로 탐사된 적은 없다."

- 북한의 원유개발 산업에 대해 소개해 준 사람이 있는가?
"6년 전 영국에서 국제 석유 산업을 배우러 왔던 한 북한 남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 때 우리 회사가 우연히 소개 받게 됐는데, 이후 북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난 2001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하고, 영국 대사관이 개소될 때 평양을 처음 방문했다. 이후 북한 측이 우리를 초대했고 석유 사업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그리고 2004년에 북한과 만족할 만한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 아미넥스사 사무실 소재 빌딩 외부
ⓒ 김성수
- 매장 지역은 찾았나?
"아직은 아니다. 하지만 곧 유전을 찾아낼 것으로 기대한다."

- 북한에 석유가 있다면 매장량이 얼마나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가.
"매장량을 구체적인 숫자로까지 추정하는 건 아직 이르다. 북한에 석유가 매장됐다면 분명히 국제적 수준으로, 상당량이 될 것이다."

- 중국의 한 언론에 따르면, 석유 600억 배럴이 발해만에 매장돼 있고 유정이 북한까지 뻗어있다고 하는데...
"600억 배럴이라는 숫자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북한의 매장 가능 지역이 발해만의 일부일 수 있다는 건 매우 신빙성 있다. 발해만은 상당량의 석유가 매장된 지역이며 북한은 지도상으로 보아도 근접한 지역이 아닌가? 서해 지역은 바로 인접 지역이다. 석유 사업자들 가운데 북한의 석유 매장 가능성을 의심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서해는 매우 가능성 높은 지역이다."

▲ 탄자니아 사례를 설명중인 홀 사장. 탄자니아 국기 옆에는 북한 인공기가 걸려 있다.
ⓒ 박성진
- 북한에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호주 메리디언 등 몇몇 개발사들이 탐사작업에 나섰다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철수했다.
"몇몇 회사들이 실패했다는 걸 알고 있는데,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대부분의 개발사들은 정해진 구역을 시추한 다음에 결과가 좋지 못해서 떠났을 거라고 생각된다. 우리 경우는 북한 전 지역에 걸쳐 탐사할 권리를 갖고 있어서 이전의 다른 회사들과는 상황이 다르다."

- 북한 측과의 구체적인 계약내용은 무엇인가.
"구체적으로 많은 걸 말할 수는 없다. 우선 우리는 지금까지 석유 사업 관련된 모든 자료 접근권을 갖고 있고 이에 따라 몇 가지 일을 하게 된다. 기존 데이터를 컴퓨터로 분석하고 정리해서 북한 측에 유용하도록 돕는다. 아울러 국제 석유 회사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적절한 법적 기준을 만들어내는 일도 하게 된다. 세계 여러 업체가 북한에 와서 탐사 작업을 펼치도록 사업 유치도 한다.

반면에 우리는 북한의 모든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고, 우리가 원하는 지역을 선정해서 탐사할 권한을 갖게 된다. 일종의 특권이 될 수 있다. 강조할 점은 기본적으로 협력 계약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 측과 협력 관계를 가지려 한다. 북한에 경영 자문 역할도 하게 된다. 북한은 고립된 나라가 아닌가? 북한과 국제 시장 사이의 작은 다리 역할을 한다는 측면이 있다."

- 이전에 공개적으로 밝힌 바에 따르면, 아미넥스가 코브릴(북한 국영 천연자원 개발 회사)의 10% 지분을 공유하고 코브릴 측은 5% 순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이 계약 내용을 좀 자세히 설명해 달라.
"아미넥스가 작업해 놓은 기반 위에서 다른 회사들이 개발사업에 참여할 경우, 아미넥스가 10%의 무상이득(로열티)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아미넥스 주식 지분 10% 공유에도 동의했다. 5% 순이익 부분은 우리가 석유개발에 성공할 경우 코브릴은 순이득의 5%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 조건들은 순환적이고 복잡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 내용은 부차적이다. 중요한 건 전반적인 주요 계약 틀이다."

- 북한이 ‘불확실한’ 석유 매장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외자유치를 유도하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견해도 있다. 북한 스스로 과장한 것이라는 이 같은 관측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왜 그렇게 봐야 하는가? 국제 석유 회사들은 모두 탐사 이전에 자체 조사를 하고 가능성이 있을 때 투자하게 된다. 우리는 탄자니아에서 석유 발굴에 성공했다. 당시 탄자니아는 아직 국제적인 사업을 위한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북한도 마찬가지로 이런 문제를 갖고 있다. 아까 말했듯, 우리는 북한과 국제 시장 사이의 작은 다리 역할을 한다는 면을 고려해야 한다."

- 아직 석유를 채취하고 있는 건 아니라고 했는데.
"그렇다. 아직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단계다. 시추 작업 이전에 광대한 분량의 데이터 수집이 필요하다."

- 예상되는 매장 지역이 있다면.
"북한은 내륙과 해안을 모두 포함해 기본적으로 세 군데로 나눠볼 수 있다. 서해안, 동해안, 평양 내륙지역이다. 모두 관심 가는 지역이다. 지형상으로는 서해안이 가장 유망하다."

- 북한이 서구 자본주의 사회와는 많이 달라 북한 안에서 이런 사업을 벌이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을 거라 예상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많이 다르다. 그러나 우리가 만난 북한 외교관들의 발언을 고려하면, 북한 측은 국제 환경에 걸맞은 조건을 만들어 내려는 데 적극적이다. 우리로서는 긍정적으로 내다보려 한다. 부정적인 관점을 갖게 되면 우리나 북한 측이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거다. 북한은 중앙통제가 강력해서 사업을 하기엔 안전한 나라라고 생각된다."

- 북핵 문제로 사업에 어려움은 없는가. 영국 블레어 내각은 친 부시정책을 취하고 있다. 부시는 북한을 ‘악의 축’ 국가들 중 하나로 규정하기도 했다.
"영국 정부나 외교 당국도 북핵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어 북한을 적극적인 사업 대상국으로 삼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북한에서의 사업을 금지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유럽 국가의 한 회사로서 사업과 관련된 법령들을 잘 준수하면서 일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잘 풀리고 있으며, 우리는 모든 걸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우리는 상황이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

- 평양에 갔다 왔을 텐데,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서너번 정도 갔다 왔다. 평양은 현대적이고 거대한 느낌의 도시다. 큰 빌딩, 커다란 도로를 보면 그렇다. 당연히 서구 도시들과는 여러 모로 많이 다르다. 겨울에는 무척 춥다. 아직까지 불쾌한 경험을 한 적은 없으며, 사업을 하기에 나쁘지 않은 곳이다."

- 영국에서 북한 대사를 만난 적 있는가.
"그렇다. 종종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다. 북한 대사는 꽤 열린 자세를 보인다. 얼마 전 임기를 마치고 떠난 한국 대사와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양쪽 외교 사절 모두 알고 있다."

▲ 아미넥스사 사무실
ⓒ 김성수
- 향후 계획을 말해준다면.
"우리 계획은 유전 발굴에 성공하는 것이다. 아마도 서해안 지역이 될 텐데, 후보지를 확정하는 즉시 시추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