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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두환 전 대통령이 1월 28일 2005대교눈높이 코리아오픈 배드민턴선수권대회가 열린 인천도원체육관을 방문,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강종구
전두환 전 대통령이 최근 인천에 배드민턴 경기를 관람하러 갔다가 현지 경찰서장으로부터 깍듯한 대접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전 재산이 29만원'이라고 발뺌해온 전씨는 경기가 끝난 뒤 한국과 일본 대표팀을 만찬에 초대해 네티즌들의 구설에 오르고 있다.

전씨는 지난달 28일 2005 코리아오픈국제배드민턴대회가 열린 인천 도원실내체육관을 찾아 경기를 관전한 뒤 선수들을 격려했다. 배드민턴 애호가로 널리 알려진 전씨는 2000년 제주대회 이후 5년만에 코리아오픈 경기를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씨의 코리아오픈 대회 방문 중 일들이 <인천일보> 1월 29일자를 통해 보도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인천일보에 따르면, 박성호 인천중부경찰서장은 경기장 밖에서부터 전씨 방문을 기다렸다가 "각하 오셨습니까"라고 극존칭을 쓰며 전씨를 환영했다. 박 서장은 이날 사복 경찰관 10여명과 의경 1개 소대를 경기장 주변에 배치, 전씨를 경호했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에 대해서도 '각하'라는 존칭을 쓰지 않는 상황에서 박 서장이 재임 전후 잇따라 추문에 휩싸인 전직 대통령을 영접한 게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경기장 밖에서 30여분간 전씨 일행을 기다리던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은 업무를 이유로 인사만 한 채 서둘러 경기장을 빠져나가 박 서장과 대조를 이뤘다.

한상철 인천시체육회 사무처장은 이날 전씨 방문을 맞아 간단한 브리핑을 하기도 했다. 한 사무처장이 "올 9월에는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가 개최되며, 내년에는 삼산체육관이 건립돼 세계배드민턴선수권도 유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하자 전씨는 뜬금 없이 "금메달 많이 따는 쇼트트랙 대회를 해야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씨 주변에는 그와 함께 12·12사태에 가담했던 이학봉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5공인사 10여명이 동석했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부인 이순자씨는 경기장을 찾지 못했다. 이씨의 고교동창 김경자(전 인천여고 교장)씨가 이씨 대신 전씨를 동행했는데, 그는 "대통령을 지내지 않았으면 코미디언을 했어도 괜찮았을 것"이라며 전씨의 입담을 칭찬했다.

전씨는 이날 저녁 만찬에 박주봉 감독이 이끄는 일본 대표팀과 한국 대표팀을 초대했는데,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네티즌들은 "체육관 대통령에게 아부하는 경찰서장은 누구냐" "29만원 밖에 없다는 사람이 무슨 저녁 대접이냐"며 비난을 퍼부었다.

이번 기사를 쓴 지건태 기자는 1월 31일 인천일보 블로그에 별도의 취재후기를 올렸다. 지 기자는 "워낙 보수 성향이 강한 체육계 인사들이지만, 그날 기사를 갖고 '지역을 방문한 귀한 손님인데 괜히 과거사를 들출 필요가 있었냐'며 모두 한소리를 하더라"고 전했다.

이들은 기자에게 기사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지는 못한 대신 "노무현 정부가 지금 국민 사이에 일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향수를 지우려 괜히 광화문 현판을 교체하려 하고 있다"며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을 털어 놓기도 했다.

지 기자는 "내가 정말 아쉬운 것은 이들이 지역여론을 만들고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글을 마무리했다.

"분명 기자가 여론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여론을 주도하는 세력가들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써대며 쉽게 주류에 편승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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