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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폐쇄 21일째를 맞고 있는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 노조원들이 13일 회사 정문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 장재완
정규직화 및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단체교섭에 나섰던 하이닉스·매그나칩 하청노조와 사측 갈등이 전면파업과 직장폐쇄로 이어지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하이닉스매그나칩 분규사태 일지

10/22 5개 협력업체 직원 240여명, 민주노총 금속노조 하이닉스매그나칩사내하청지회 설립. 정규직화·임금인상 등 요구하며 협력업체 사장단과 단체교섭 시작.
11/23 1개 업체 노조원 탈퇴
11/24 노조, 불법파견근로 관련 청주지방노동사무소에 진정서 제출
11/25 쟁의조정 신청 제출
12/ 6 쟁의조정 결렬
12/ 7 파업찬반투표
12/15 전면파업 돌입
12/25 3개 협력업체 직장폐쇄
12/31 원청과의 도급계약 해지
1 / 1(2005년) 180여명의 노조원 집단정리해고
민주노총 금속노조 하이닉스매그나칩사내하청지회(이하 노조) 조합원 240여명은 지난해 12월 15일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3개월 전부터 벌여온 협력업체 사장단과의 단체교섭이 결렬됐기 때문.

하이닉스 반도체가 IMF 외환위기 이후 매각을 통해 분사한 하이닉스 반도체 청주공장과 매그나칩 반도체에는 11개의 협력업체, 즉 도급계약을 맺은 사내하청업체가 있다. 협력업체 노동자수는 전체 5700여명 중 8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각 협력업체가 원청(하이닉스·매그나칩)과 맺은 도급계약에 따라 설비, 영선, 설비운전·관리, 자재운반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중 5개 협력업체 노동자 280여명은 지난해 10월 22일 산별노조를 결성하고 협력업체 사장단에게 임금인상과 정규직화 등을 골자로 하는 교섭을 요구했으나 양측 입장이 커 중단됐다. 이에 노조는 찬반투표를 실시, 조합원 94.4%의 찬성으로 15일부터 전면파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자 협력업체 3곳이 지난해 12월 25일 직장폐쇄를 단행했고, 같은달 31일로 원청과의 도급계약이 해지됨으로써 노조원 180여명은 자연히 집단 정리해고를 당하게 됐다.

노사 양측의 갈등은 법정다툼으로도 비화되고 있다. 사측은 노조원 54명에 대해 출입금지 및 업무방해금지가처분을 청주지방법원에 제출해 결정을 받아냈고, 지난 4일에는 노조원 60명에 대해 4억원(정문 북문 파손 1720만원과 경비용역에 대한 용역비 등)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노조 측은 청주지방노동사무소에 불법파견근로에 대한 진정을 제기, 오는 21일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따라서 그 결과에 따라 이번 분규사태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노조원들은 매일 회사 정문 앞에서 노조인정과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집회와 홍보활동 등을 벌이고 있다. 또한 지역시민단체 및 노동단체 등과 연계하여 원청의 불법파견행위 근절과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지난 12일에는 민주노총 조합원 등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회사 정문에서 규탄집회를 여는 등 갈수록 투쟁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에 원청측은 파업근로자들의 업무를 대신할 대체근로자를 투입, 비상운영을 하고 있으며 파업근로자들의 업무방해 등을 염려해 용역업체 직원 400여명을 동원해 경비를 세우고 있다. 또한 직장폐쇄를 단행한 업체를 대신할 다른 업체를 선정, 도급계약을 맺고 파업근로자들의 우선채용을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원청측은 파업노동자들과 직접 고용관계를 맺지 않아 교섭에 응할 자격이 없다며 나서지 않고 있다.

▲ 사측이 동원한 용역에 의해 회사 정문이 봉쇄되어 있다. 사측은 노조원들에 대해 출입금지 및 업무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 결정을 받아냈다.
ⓒ 장재완
분규의 원인은 노조설립?

이 과정에서 노조와 사측은 홍보물과 언론 등을 통해 상대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특히 노조 홍보물에 대해 사측이 반박자료를 내자 노조가 다시 재반박하고 나서면서 양측 공방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 분규원인은 노조설립? : 노초측은 이번 분규 원인을 노조설립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원청 노동자의 40% 수준인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인상과 정규직화를 관철하기 위해 노조를 설립했으나 사측은 노조를 탄압하기 위해 온갖 회유책에 이어 직장폐쇄라는 극단을 선택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사측은 원청노동자와 하청노동자의 임금차이는 업무가 다르기 때문이라 비교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원청과 협력업체별로 노조가 결성돼 있다는 사실을 들면서 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노조측 주장을 부인했다. 직장폐쇄 조치 역시 노조의 무리한 쟁위행위에 대한 협력업체의 최후방어 수단이었다고 맞서고 있다.

▲ 불법파견근로인가, 합법적 도급관계인가 : 노조는 원청이 허수아비 사장을 내세운 협력업체와의 도급계약을 통해 불법 파견근로를 자행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청 근로자들은 원청회사 설비기술팀에 일일업무, 이상발생내용 등을 보고하고 작업지시, 회의 등 모든 업무를 일일이 지시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청업체 사장은 근태기록만으로 월급을 주는 실정이었다는 것. 따라서 명백한 불법파견근로라는 게 노조측 판단이다.

그러나 원청은 합법적인 도급관계라고 반박했다. 현재 원청 임직원들은 연구원, 엔지니어, 사무직, 생산오퍼레이터 등으로 하청 직원들과 업무 영역이나 근무장소가 명확히 분리돼 있기 때문에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 원청의 도덕적 책임 있나, 없나 : 노조는 원청이 지난해 2조 200억원의 흑자를 내고도 회사가 어려울 때 고통분담에 동참했던 하청 근로자들의 복지문제를 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일당 수십만원에 달하는 용역업체 직원 400여명을 동원해 경비에 나서는 등 비도덕적 행위까지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원청은 노조와 교섭권한이 없다는 핑계를 대면서 직장폐쇄로 사라진 하청업체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러나 사측은 지난 4년간 원청 직원들의 임금을 올린 적이 없고, 원청은 지난해 10%, 협력업체는 올해 15% 수준의 임금 인상을 시행했다며 노조의 주장을 일축했다. 또 반도체 생산업체의 특성상 노조원들의 사내 출입제한, 대체인력 투입, 용역업체 동원 등은 합법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특히 원청이 직접 교섭에 나서는 것은 제3자개입을 금지한 노동쟁의조정법에 위반하는 행위며 다만 신규 도급업체에게 노조원 고용승계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노조결성 직후 협력업체 폐업으로 교섭대상마저 잃어버린 채 거리로 내몰렸다는 180여명의 노조원 주장과 불법파견근로를 시킨 일도 없을 뿐 아니라 교섭대상도 아닌 노조원들의 잇따른 단체행동 및 집회 등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하이닉스매그나칩 분규사태는 골만 깊어가고 있다.

"하루 12시간 일해도 최저임금 수준...원청 협상 나서야"
[인터뷰] 하이닉스 매그나칩 사내하청노조 신재교 지회장

▲ 민주노총 금속노조 하이닉스 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신재교 지회장
ⓒ장재완
13일 오후 회사 정문에서 고용승계와 노조인정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던 하이닉스 매그나칩 사내하청노조 신재교 지회장을 만났다.

신 지회장은 “원청직원의 40% 수준인 하청직원의 임금문제를 바로잡고, 위장도급을 통한 불법파견근로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 노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원청이 나서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우리 요구가 이뤄질 때까지 민주노총,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다음은 신 지회장과의 일문일답.

-왜 노조를 결성하게 됐나?
"입사한 지 10년이 되었다. 들어올 때는 정규직 사원인 줄 알았다. 일도 원청 직원들과 함께 했고 임금도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원청직원과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원청직원 임금의 40% 수준을 받고 있다. 12시간 주야 맞교대로 일을 해도 최저임금 수준으로는 생계를 이어나갈 수 없었다.

그래도 우리 노동자들은 IMF 외환위기 때 임금삭감과 상여금반납에 동의하며 고통분담에 참여했다. 하지만 회사는 형편이 나아진 뒤에도 원청직원 임금만 정상화시켰다. 이제는 더 이상 참아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고, 정규직화와 임금인상을 요구하기 위해 노조를 만들게 됐다."

- 회사가 불법파견근로를 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대부분 조합원들이 입사 당시 원청직원한테 면접을 받았다. 또 아침에 출근하면 컴퓨터로 원청관리자의 작업지시를 보는 게 첫 업무다. 일을 할 때도 원청 엔지니어와 함께 일하고, 작업이 끝나면 원청관리자에게 보고한다. 뿐만 아니라 일할 때 사용하는 모든 작업도구 역시 원청 소유다. 협력업체는 어떤 독립적 경영도 하지 않고 있다. 말 그대로 위장도급 업체이다. 고용만 도급일 뿐, 실제 모든 일은 원청과 함께 하는 명백한 불법파견근로인 것이다."

- 노조가 현재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 주장은 고용승계와 노조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노조를 인정하게 되면 교섭을 통해 임금문제도 자연스럽게 협상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사측은 교섭권한이 없다며 위장도급업체를 내세워 결국 직장폐쇄를 했다. 그리고 신규업체와 도급계약을 맺고 노조원들을 회유하고 있다."

- 이번 사태의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원청이 나서야 한다. 협력업체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원청이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지금처럼 교섭대상이 아니라며 발뺌하는 식의 태도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앞으로 계획은?
"매일 출근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시민단체 등과 함께 연대해 투쟁수위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대시민홍보 강화로 대기업의 부당한 횡포를 알려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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