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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비영리 단체인 미국진보센터(CAP)가 12월 보고서에서, 미국 정부가 내년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지하저장시설을 겨냥한 벙커 버스터를 배치할 계획이라고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와 같은 사실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미국은 수 년 전부터 북한의 지하시설을 겨냥한 새로운 무기 개발 및 배치에 박차를 가해왔기 때문이다.

1999년 4월 존 틸러리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은 빌 클린턴 대통령과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 등이 참여한 주요 지휘관회의에서 북한의 미사일에 대응한 미사일방어체제(MD)의 조기 구축을 강조하는 것과 함께, "북한이 무차별로 쏘아대는 야포 등 위협적인 무기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광범위한 체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가 말한 새로운 무기 체계는 주로 대포병 레이더와 지표관통형 무기(일명 벙커 버스터)를 의미한다.

이와 같은 미국의 계획이 구체화된 시점은 2001년 말부터이다. 미국 국방부와 에너지부는 2001년 10월 미 의회에 <지하목표물 파괴 보고서>(Report to Congress on the Defeat of Hard and Deeply Buried Targets, 이하 HDBT 보고서)를 제출해 지하목표물 파괴 전력 확보를 향후 미국의 군사력 건설의 중점으로 삼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에서는 "우리(미국)의 잠재적인 적이 대량살상무기, 미사일, 현대적 방공망, 정교한 지휘통제시설, 정부 지도자 등을 강하고 깊은 지하 요새에 은폐 보호하는 것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며, "미국이 이러한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수단을 갖지 못할 경우, 적들은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을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위협으로 협박하고 공격할 수 있는 '은신처'를 갖고 있다고 믿게 될 것이다"고 강조하면서, 지하요새를 파괴할 수 있는 신무기 개발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이 보고서에서 주목할 부분은 재래식 탄두로는 북한, 이라크 등의 지하시설을 파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핵탄두의 장착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점이다. 그리고 이 계획은 2002년 초 핵태세검토보고서(NPR)의 '비밀' 부분이 유출되면서 재차 확인되었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 이라크 등의 지하시설을 재래식 무기로 '완전히' 파괴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벙커 버스터에 소형 핵탄두를 장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국제사회는 물론 미국 내부에서도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고, 이에 따라 미국 의회는 지난 11월 22일 부시 행정부가 요청한 새로운 핵무기 개발 예산을 삭감했다.

상상을 초월한 '비핵' 무기들

지하시설 파괴용 '핵무기' 못지 않게 주목해야할 부분은 '비핵' 지하시설 파괴무기이다. 지하시설 파괴 '핵무기'는 도덕적, 법적인 반발을 일으켜 추진이 쉽지 않은 반면에, '비핵' 무기는 이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막강한 지하시설 파괴용 '비핵' 무기 개발 및 보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은 개전 초기에 '승기'를 잡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적성 국가의 지도부를 파괴 살상하는 것을 비롯해 전쟁을 종결시키는데는 적지 않은 난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하에 숨겨진 무기 및 정권 지도자까지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미국은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은 지하시설 파괴용 무기 개발에 대폭적인 예산 편성을 하고 있고, 국방부와 에너지부를 주부서로 삼아 신무기 및 공격 개념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 두 부서가 주도하는 지하시설 파괴 전략에는 공격 작전을 담당하는 육·해·공군은 물론 핵무기 운용 주부서인 전략사령부, 국방정보국(DIA)을 비롯한 정보기관, 국가영상지도국 등 군, 정보 관련 기관들이 대대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미국은 강력한 공격 무기와 정보 제공 및 공유, 그리고 신속한 지휘통제 체계가 갖춰질 때, 비로소 효과적인 지하시설 파괴전략이 세워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계획 아래 미국의 지하시설 파괴 전략은 선제공격의 성격으로 나타나고 있다. HDBT 보고서에서는 "위기에 훨씬 앞서 다양한 선택을 제공할 수 있는 사전 공격 계획이 잡혀 있을 때 대단히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사전에 경고 없이 지하시설에 대한 공격이 필요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적성 국가들의 지하시설에 대량살상무기에 있다고 판단될 경우, 선제공격 계획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핵과 미사일에 이어 생화학무기까지 미국의 최대 위협 국가로 거론되고 있는 북한에게는 대단히 우려할 만한 계획인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지하시설 파괴무기 개발을 주한미군이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강력히 뒷받침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주한미군은 북한을 초기에 제압하기 위해서는 MD와 함께 지하시설 파괴무기가 대거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이러한 미국의 지하시설 파괴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최첨단 신형 열화기화탄두인 'BLU-118B'이다. BLU-118B는 지하시설 파괴 무기의 일종으로 지표를 뚫고 들어가 엄청난 압력을 내뿜어 지하요새에 있는 인명과 무기를 완전히 파괴하는 무기이다. 이 최신 지하시설 파괴무기는 F-15, F-16, F/A-18 등 미군이 운용 중인 전투기와 폭격기 대부분에 탑재가 가능하다.

주한미군 측은 "북한은 수많은 견고한 군사용 지하시설을 갖고 있기 때문에, 주한미군은 어떠한 적도 은신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정밀 무기의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이 무기를 주한미군에 배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주한미군은 2001년 12월 14일 미국 네바다주에서 실시된 BLU-118B의 최초 실험을 후원한 바 있다.

주한미군이 이 무기를 한국에 배치했는지는 확인되고 있지 않지만, 미국이 지난해 이라크에서 이 무기의 '변종'을 사용한 바 있어, 이미 실전배치되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주한미군은 이 무기가 개발되면 바로 실전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BLU-118 이외에도, 흔히 벙커 버스터로 불리는 GBU-28, 지하에 숨어 있는 대량살상무기 파괴용 AGM-86D 공대지 미사일, 딥 디거(Deep Digger)를 탄두로 장착한 CALCMs 순항 미사일, 원거리에서 발사가 가능한 JASSM 미사일, GBU-24 폭탄, JSOW 미사일 등 전례 없이 지하시설 파괴무기 개발 및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신무기들은 2004년부터 집중적으로 실전배치되고 있다.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면

북한을 겨냥한 위와 같은 미국의 지하시설 파괴 전략은 전례가 없는 것으로 MD 구축 및 주한미군 변형과 함께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미국이 MD와 함께 막강한 지하시설 파괴 군사력까지 갖출 경우, 한반도의 군사력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고 이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는 이를 '억제력의 강화'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상대방인 북한은 미국의 의도가 다른 곳에 있다는 의혹을 강하게 가질 수밖에 없다. 이는 북한으로 하여금 대미 억제력 확보 차원에서 '핵 억제력'에 더욱 매달리게 하는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부시 행정부 관리들은 최근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최근 유화적인 '정치적 수사'와는 달리, 까다롭고 일방적인 대북접근을 고수하고 있고,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과 북한인권법 등을 앞세워 대북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특히 미국이 최근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함께 한반도 안팎에 대대적인 군사력 증강에 나서고 있는 것은 북한의 의구심을 더욱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이미 과도한 수준의 억제력을 배치한 상황에서, 억제력과는 거리가 먼 선제공격무기와 정밀 타격 무기 배치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말과 행동이 모순된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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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는 정욱식입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