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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굉장히 멍청한 사람이에요. 예민한 사회 현안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도 별로 없고요. 하지만 알면 행동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보다 사회에 대해 더 많이 알고 계시는 분들이 아는 만큼 행동해 줬으면 합니다."

▲ 서울대 법대에 수시합격한 강의석군.
ⓒ 오마이뉴스 김태형
서울대 법대에 수시 합격한 강의석(18·대광고)군을 17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만났다.

강군이 합격 소식을 들은 16일은 그가 교내 방송을 통해 '예배선택권' 보장을 요구한 지 정확히 반년이 지난 시점이다. 강군은 지난 6개월을 일종의 '성장통'으로 받아들인다. 학교로부터 퇴학조치를 받았지만, 자신은 "아는 만큼 행동했을 뿐"이라고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강군은 자신이 제기하는 문제가 '양심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학교 당국이나 개신교와의 마찰이 사태의 본질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종교란 인간의 삶에 지침을 마련해 주고 가치관의 밑바탕을 형성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강요받는다면 물리적인 폭력보다 더한 고통을 받는다"고 강조한다.

합격 소식은 들었지만 강군은 현재 '임시학생'이라는 애매한 위치에 있다. 오는 24일과 31일 열리는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학생 신분을 잃고 합격이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강군은 재판 결과보다 지금껏 진행해 왔던 종교재단 산하 사립학교의 예배선택권 문제를 이슈화시키는데 관심이 많다. 내년 1월 9일부터는 보름 일정으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도보행진을 통해 이 문제를 계속 풀어갈 예정이다.

"예배선택권 논란, 대광고·개신교만의 문제 아니다"

- 합격 소식을 들은 후 심경은.
"16일 오전에 처음 소식을 접했다. 담담한 기분이 들었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그제야 실감이 났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에 대해 '응원'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보다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합격 소식에 부정적인 반응도 있는데.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 그랬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인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예배선택권'을 요구한 이후 진학에 더 어려움을 겪었다. 법원의 최종 결정이 남았지만 힘든 길로 멀리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 지난 6개월을 돌이켜 보면.
"힘든 과정이었지만 문제 제기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했으면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자주 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예배선택권 문제가 대광고에서 해결되면 여타 학교에도 파급효과가 미칠 줄 알았는데 그렇게 안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강의석과 대광고 혹은 개신교와의 싸움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다. 이 사안의 본질을 회복하는데 보다 노력해야 될 것 같다."

"내년 1월, 부산→서울 도보행진 통해 문제제기 지속"

▲ 인터뷰 현장에 강의석군이 가지고 나온 플래카드.
ⓒ 오마이뉴스 김태형
- 현재 대광고 상황은 어떤가.
"예배선택권이 한정적으로 주어지고 있다. 3학년 경우는 합의서 내용대로 진행되고 있지만 1, 2학년 경우에는 복잡한 절차가 요구된다. 대부분의 1, 2학년 학생들이 예전처럼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고 들었다."

- 향후 어떤 활동 계획을 갖고 있는가.
"졸업을 하게 되면 고등학생 입장 자체를 이해하고, 그들의 요구를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예배선택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종교재단 산하 사립학교의 종교교육 실태를 수집할 계획이다. 내년 1월 9일부터 23일까지 보름동안 부산에서 서울까지 도보행진을 통해 이 사안을 널리 알리고 토론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그 후에는 1인 시위 등을 통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들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것이다. 다른 종교재단 산하 사립학교에 다니는 친구들과 소송을 진행한다든지, 입법 청원을 벌이는 방법이 될 것이다."

- 채플(chapel) 수업을 진행하는 사립대학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학생이 대학을 선택해 왔으므로 채플 수업을 받아야 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신앙의 자유만을 내세우는 것이다. 선교의 방식이 변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성적에 맞춰 대학에 가지 종교를 보고 대학을 선택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채플 수업을 강요하는 것은 해당 종교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만을 키울 뿐이다. 채플 수업을 강요해야 한다는 가치관을 갖고 있는 선생님께는 배우고 싶지 않다."

"대학 채플수업 강제 규정 안티만 양성할 뿐"

- 왜 학내 예배선택권 문제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종교의 가치를 높게 본다. 종교는 인간의 삶에 있어 지침을 제공해 준다. 그 사람의 가치관의 밑바탕을 형성해 준다. 삶의 이유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다. 믿음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타인에게 종교를 강요한다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따르게 한다. 물리적인 폭력보다 더한 폭력이다. 그 사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다."

- 입학 이후에 다양한 사회 문제를 접하게 될 터인데, 예비 법학도로서 어떤 공부를 하고 싶나.
"동료들과 많은 토론을 나누고 싶다. 한꺼번에 많은 문제를 생각할 수는 없겠지만 하나 둘 관심을 갖고 생각을 정리해 나가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번 일을 겪는 동안 <해변의 카프카>(무라카미 하루키)를 인상 깊게 읽었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 나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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