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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겨울연가>를 비롯한 한류 열풍으로 일본·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권에서 한국어 교육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소식에 한국어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이곳 미국에 있는 일본어 방송이나 중국어 방송에서도 그 나라 말로 녹음된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는 것을 볼 때 한류 열풍이 미국에 거주하는 아시아인들까지 매료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어는 1995년 미국 수능시험인 SAT 과목에 채택됨으로써 미국에서도 한국어 교육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SATⅡ 시험에 한국어를 포함시킬 당시, 한국·미국의 기업과 단체들의 지원을 받은 기금이 출제기관인 ETS에 전달됨으로써 한국어는 일본어와 중국어에 이어 9번째로 외국어 과목으로 채택됐다.

그 이후 미국의 주말 한국학교를 비롯해 정규 중·고교, 나아가서는 대학에서 한국어 교육에 더 큰 관심이 생겨났음은 물론이다. 또 매년 2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SATII 한국어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어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있으며, 미국의 정규 중·고교에서도 한국어를 외국어로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면이 없지 않다. 학업성적이 우수한 한인 학생들은 AP(Advanced Placement) 프로그램이 없는 한국어를 택하기보다는 AP 프로그램이 있는 다른 외국어를 택하는 경향이 있어 우수한 한인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외국어 과목으로 택하도록 설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AP 프로그램이란 고등학교에서 대학 수준의 공부를 하고 대학 학점을 미리 취득하는 제도를 말하는 것이다. 또 고등학교에서 성적을 산출할 때에도 AP 과목이 아닌 과목의 A학점은 4점이지만 AP 과목의 경우 5점을 받게 돼 평균성적(GPA)을 올리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한다. 대학 입학 때 AP 과목 선택이 많을수록 그 학생의 학업이 우수하다고 판단하기도 하므로, 학업성적이 높은 학생일수록 AP 과목을 선택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본어와 중국어는 올해 들어 모국의 도움으로 AP 과목으로 채택됐다. 따라서 한국어도 AP 과목으로 채택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갖춰지고 있다. 한국어가 SATII 과목으로 채택된 것도 일본어나 중국어가 채택됐기에 가능했던 일임을 생각할 때 지금이 AP 한국어를 만들기 위한 가장 좋은 시기임을 알 수 있다.

만약 한국어가 AP 과목으로 채택된다면 성적이 우수한 재미동포 2·3세 학생들이 AP 한국어를 택함으로써 한국어에 대한 자긍심도 생기고 좋은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길 것이다. 이들이 우리말을 잊지 않게 됨은 당연하다.

이 일을 위해서는 100만달러의 기금이 필요하다고 한다. 지난 8월 개최된 사이버 한국어교육학 연구소, 집현전(www.freechal.com/jiphyunjun) 세미나에서 이와 관련해 중대한 사항이 결정됐다. 바로 AP 한국어 채택을 위한 기금 모금 100만명 서명운동 제안이 바로 그것이다. 이미 회원 16명이 서명했고 그 중에는 한 달에 1만원씩 매달 기부 하겠다는 회원들도 있다.

지금 한국어의 세계화를 위한 프로젝트가 국내외 여러 기관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어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한국어를 AP로 채택하도록 도와주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 언어와 문화에 대한 실력을 갖춘 한인 후세들이 미국 주류사회에 진출하도록 돕는 일은 바로 한국어의 세계화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 그리고 미주 동포들이 이 일에 뜻을 같이해 또 하나의 큰 성과를 이뤄낼 수 있기를 한국어 교육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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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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