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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니뮤직
80년대 후반 텔레비전 가요 프로그램에서는 자그마한 청년이 무대를 장악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 김범룡, 김완선, 소방차 등 톱스타들을 제치고 나타난 청년. 그가 바로 박남정이다.

88년 <아 바람이여>로 데뷔한 박남정의 음악은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는 멜로디와 댄스, 특히 마이클 잭슨으로 대표되던 브레이크 댄스와 로보트 춤의 신기를 청소년들에게 강하게 인식시켜 주었다. 160이 조금 넘는 키에도 불구하고 무대를 휘어잡는 그의 춤과 가창력에 빨려들지 않은 팬이 없었다.

당시 춤 좀 추고픈 청소년들치고 박남정의 댄스를 연습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나 역시 브레이크 댄스를 배운답시고 대형 거울 대신 장롱에 비치는 희미한 그림자를 통해 허리가 휘어지도록 춤에 몰두했던 적이 있었다.

박남정 춤의 매력은 전문성과 대중성이 고루 묻어 있다는 데 있다. 물 흐르는 듯 한 부드러운 몸짓과 거센 파도처럼 휘몰아치는 그의 춤 속에는 열정을 느낄 수 있고 'ㄱ, ㄴ' 춤처럼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대중성이 가미되어 있다.

박남정은 '아 바람이여', '사랑의 불시착'의 인기를 등에 업고 '널 그리며'라는 곡으로 최고의 전성기에 이른다. 그는 각종 가요상을 차지한 것은 물론 <새앙쥐 상륙작전>이라는 영화에도 출연, 화려한 시절을 보낸다.

그러나 그의 인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하면서 음악계의 판도를 바꾸자 박남정을 비롯한 김완선, 소방차 등 댄스 가수들은 서서히 후배들에게 무대를 내놓아야 했던 것이다.

90년 중반이 되자 어느덧 박남정은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다. 그뿐만 아니라 김범룡, 변진섭 등 80년대를 주름잡던 가수들도 서서히 저물어갔다.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우리나라 댄스 음악은 랩을 집어넣지 않으면 도저히 노래를 만들지 못할 정도로 랩 홍수를 이뤘다. 또한 기존의 댄스를 넘어서서 일반 대중들은 흉내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전문 테크노댄스에 휩싸였다.

결국 박남정은 95년 앨범 '멀어지는 너'를 끝으로 잊혀져 갔다. 그후 8년이 지난 2004년. 박남정은 'Again 2004'이란 앨범을 들고 세월의 흐름을 넘어섰다.

어느새 박남정도 20대 청년에서 이제 40대를 바라보는 두 아이 아빠가 되었다. 갸름한 얼굴 속에 세월의 흔적은 묻어 있었다. 그러나 어딜 들여다 봐도 세련된 의상이나 화려한 몸짓 속에서 예전과 다른 모습은 발견할 수 없었다.

지금 청소년들은 잘해야 박남정을 어렴풋이 기억하겠지만 이십대 후반 이후 세대는 그의 현란한 춤과 가창력을 뚜렷이 기억할 것이다. 8년만에 선보인 이번 앨범에는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널 그리며', '비에 스친 날들' 두 곡이 '앙꼬'처럼 들어있어 향수를 젖게 한다.

이번 앨범에는 '운명', '시간이 흘러도', '상심' 등 곡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세월과 애절한 사랑이 진득하게 묻어있다. 또한 랩이 가미되지 않은 순수 댄스음악만 들을 수 있어서 더욱 귀가 편하다. 댄스음악에만 치우치지 않고 '시간이 흘러도' '멀리가요'처럼 발라드 곡을 내놓아 더욱더 귀를 자극한다.

이번 앨범 타이틀처럼 박남정은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 박남정은 최근 각종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재기 의지를 다지고 있다. 얼마 전 둘째를 품에 안아 경사가 겹친 박남정. 이제 그는 훨씬 더 세련된 모습으로 청년 시절에 보여줬던 정열을 팬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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