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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젓은 유월에 잡는 새우로 젓갈을 담은 것을 '육젓'이라 하여 제일로 친다. 육젓은 어체가 크고 흰바탕에 붉은 색이 섞여 있다. 이 젓은 김장용 젓갈로 가장 선호하기도 한다.

▲ 광천 새우젓
ⓒ 안서순
육젓 다음으로는 오월에 잡힌 오젓과 초가을에 잠깐 잡히는 연보라빛이 나면서 육질이 부드러운 자하젓, 가을에 잡는 추젓, 한겨울 눈 내리는 바다에서 잡는 동백하젓이 있다. 그리고 가장 크기가 작아 일명 보리새우로 불리는 뎃데기젓은 껍질이 두껍고 억세 가장 하품으로 친다.

새우젓은 상하품을 막론하고 여름철에는 높은 기온으로 인해 '양보난다'하여 시커멓게 부패되기 일쑤다. 그런데 이 '양보나는' 것을 막고 맛깔스럽게 제대로 숙성시켜 제대로 된 새우젓을 만들어 주는 것이 사시사철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시켜 주는 '토굴'이다.

국내 유일의 새우 토굴이 있는 곳이 있다. 충청남도 홍성군 광천읍 옹암리 독배마을. 가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 홍성읍에서 21번 국도를 타고 가거나 장항선 가는 차를 이용할 수 있고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홍성을 지나 은하 나들목에서 은하방면으로 빠져나와 '광천방면'이란 도로입간판을 보고 3km 정도 가도 된다.

서해 천수만 곁에 자리 잡은 독배마을에는 새우젓을 숙성시키는 토굴이 40여 개소가 넘는다. 광천 새우젓은 이 토굴 속에서 3개월 정도 숙성된다. 토굴은 지질이 단단한 지형을 골라 수평으로 파고 들어가 10 여 미터 쯤 지나면 10미터에서 40여 미터가 넘는 굴이 다시 가지를 쳐 굴 하나에 가지굴이 10여 개에서 20여 개가 넘어 굴하나 전체 길이가 100여 미터가 넘는 곳이 허다하다.

여기에 적게는 200드럼에서 500드럼까지 보관돼 있어 모두 1만5000여 드럼(3750톤)이 저장되어 숙성되고 있다. 새우젓은 숙성될 때 섭씨15도 전후하는 온도와 알맞은 습도가 맛과 질을 좌우한다고 하는데 이 토굴은 연중 섭씨14도에서 15도로 일정한데다 습도가 85%이상이어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광천토굴 새우젓은 맛과 향이 독특하고 단백질을 흡수하면 이를 소화시키는 작용을 하는 성분인 '프로테아제'와 지방을 가수분해시키는 리파아제가 다른 새우젓에 비해 30% 정도 많이 함유돼 있다.

광천은 한때 강경과 더불어 충청지역에서 가장 흥청거리는 포구였다.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곳은 봄부터 가을까지 거의 날마다 파시를 이루던 호시절을 누려왔다. 그때는 장터 저자거리에서 이발 저발에 채이던 동네 강아지도 지전을 물고 다닌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흥청거렸다. 이 곳은 바다길 말고도 장항선 기찻길이 놓여 있어 천안, 대전, 서울 등 대처 사람들을 광천장이 서는 4일과 9일에 '장터'로 끌어 모으기에도 어렵지 않았다.

그러다 1968년 태안군 남면과 안면도를 이어주는 연륙교가 놓이면서 광천으로 몰리던 숫한 해산물이 육로를 타고 대처로 팔려나가기 시작하면서 파시는 옛 이야기가 됐고 설상가상으로 연륙교 때문에 해류가 역류해 옹암 포구에 토사가 쌓이기 시작하면서 강바닥이 높아져 더는 포구 구실을 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1980년대 시작된 천수만 간척지 사업으로 광천이 바닷가 포구가 아닌 육지가 되면서 마지막 남은 목줄마저 끊겼다. 이렇듯 빈사상태가 된 광천을 다시 살린 것이 ' 광천토굴 새우젓'이다.

옹암 마을에 새우를 저장하기 위한 토굴이 생긴 것은 50년대 말. '양보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고심하던 한 상인이 금광이었다가 폐광이 된 굴에 저장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옛날의 번성기가 다시 오나 싶었는데 세월은 무심히 지나치지 않았다. 한 때 전국 유통량의 60%까지 차지했던 광천토굴새우젓은 이제 또 값싼 수입 젓에 밀려 '아는 이들'만 찾는 '장터'로 전락했다.

광천 상인조합과 지역 주민들은 과거 명성을 되찾기 위해 해마다 10월에 '광천토굴 새우젓 축제'를 마련해 행사기간 중에는 평소 가격보다 10%정도 싸게 팔며 외지인들을 끌어들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광천상인조합 강명호 회장(53)은 "광천 토굴 새우젓은 국산 천일염으로 버무린 다음 토굴 속에서 3개월에서 4개월 정도 자연 숙성시켰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새우젓이나 수입품에 비해 품질이 월등하다"고 말했다.

광천 읍내에서 서너집 걸러 한 집 꼴로 있는 새우젓갈 가게에 들어서면 진짜 새우젓과 함께 듬뿍 얻어주는 덤이 부담스러울 만큼 푸짐하다. 광천장에 가면 진짜 '새우젓'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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