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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부모와 함께 촛불집회에 참석한 한 아이가 '국민연금 반대' 스티커를 들어보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영균
'국민연금의 8가지 비밀'이라는 글이 유포되면서 시작된 네티즌들의 국민연금 반대운동이 오프라인에서의 조직적 저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국민연금을 비판해 오던 네티즌과 시민 70여명은 29일 오후 6시40분께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촛불집회를 갖고 "국민연금 폐지"를 요구했다. 국민연금을 비난하는 네티즌들이 촛불집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참가자들은 대부분 인터넷이나 언론 보도를 통해 촛불집회 소식을 접하고 자발적으로 모인 네티즌이나 시민들. 참가자들의 연령도 20대 직장인부터 현재 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6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했다.

이들은 이날 집회에서 "정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이 국민연금비용은 강제집행 하면서도, 실효성 없는 수급체계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며 "현행 국민연금제도를 즉각 폐지하고, 반드시 필요하다면 원하는 사람만 등록해 연금비용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장에서 만난 몇몇 시민들은 국민연금 체납으로 재산이 가압류됐다거나, 관리공단의 '강제징수'로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겪는다는 등의 피해를 호소하며 국민연금제도를 강하게 비난했다.

"부부가 연금 부었더니, 월 11만2000원 주더라"

ⓒ 오마이뉴스 김영균
일부 영세 자영업자들은 관리공단이 국민연금 체납을 이유로 손님들이 결제한 카드 대금에서 강제로 원천징수 하는 등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구점을 하고 있는 정영원(50·안양시)씨는 "관리공단에서는 국민연금을 체납했다고 가압류를 하더니, 손님들이 카드로 결제해 카드사에서 가게로 넘어와야 할 대금 중 30여 만원을 일괄적으로 빼갔다"고 전했다.

정씨는 또 "강제징수도 보사부장관 승인 하에 하도록 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본인에게 아무런 통보도 없이 돈을 빼가는 것은 불법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씨는 "관리공단의 집행은 완전히 무법천지"라고 비난했다.

서두원(53·노원구 월계동)씨도 "지난 2002년부터 식당을 해왔는데, 먹고살기가 힘들어서 국민연금을 내지 못했더니 며칠 전 비씨카드 결제대금에서 40여 만원이 빠져나갔다"며 "관리공단에서 아무런 사전 통보도 없었는데, 이래도 되느냐"고 반문했다.

서씨는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면서 "이 참에 국민연금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형은 좀 다르지만, 극빈층의 생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강제집행 정책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윤정희(58·강서구 방화동)씨는 "직장을 다니다가 퇴직하고 2년 동안 쉬어서 그 기간동안 국민연금을 유예시켜놨었다"며 "그러다가 IMF 직후 정부가 마련한 공공근로 사업에 나갔는데, 2년 동안 유예된 연금을 그 월급에서 떼 갔다"며 분개했다.

윤씨는 "공공근로 하면서 한 달에 40∼45만원 정도를 받았는데, 그 중에서 4∼5만원을 국민연금으로 떼 가면 어떻게 먹고살란 말이냐"고 목청을 높인 뒤 "구청 사회복지과에서는 60세가 지나면 돈을 받게 된다는데, 당장 먹고 살 수 없는데 그 때 가서 연금을 받아봐야 무슨 소용이냐"고 호소했다.

현재 연금수급자인 정인숙(64·뚝섬 거주)씨는 "남편이 월급 받아서 내 몫까지 국민연금을 부었는데, 지금 나오는 돈은 월 11만2000원 뿐"이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정씨는 "직업이 수위이던 남편이 그 적은 월급으로 두 사람의 국민연금을 내다가 작년 8월 사망했는데, 관리공단에서는 유족연금만 받으라고 한다"며 "내 몫은 받지 못한다고 하는데, 그 동안 국민연금 명목으로 부은 250만원 원금이라도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며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납세자연맹 "공단이사장-복지부장관 고발운동에 들어갈 것"

ⓒ 오마이뉴스 김영균
이날 촛불집회는 애초 시민들의 자발적 모임답게 정해진 순서 없이 단순히 촛불을 들고 서 있는 형태로 진행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국민연금 폐지하라", "강제압류 철폐하라"는 등의 구호가 터져 나왔다. 참가자 중 한 사람이 선창하면 주변에 있던 참가자들이 함께 구호를 외쳤다.

자신을 직장인이라고 밝힌 박경택(46)씨는 즉석에서 연설을 하며 "대부분 국민들이 국민연금을 폐지해야 한다고 하는데, 정작 우리를 위해 일해야 할 국회의원이나 시민단체들은 다 어디로 갔느냐"고 강하게 비판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한편 이날 촛불집회에 참석한 김선태 납세자연맹회장은 "6월내에 정식 집회신고를 하고 본격적인 저항운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혀 국민연금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움직임도 조직화될 전망이다.

김 회장은 "다음주부터 열린우리당 홈페이지에 사이버 시위에 돌입하고, 대대적인 홍보운동을 시작할 것"이라며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과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전국민 고발운동에도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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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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