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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건복지부가 금연을 유도하기 위해 '담배값 1000원 인상'을 표방하고 나온 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당국의 국민건강 증진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비싼 담뱃값이 애연가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당국의 담뱃값 인상계획을 비판한 한 네티즌의 댓글을 [오늘의 독자의견]으로 선정, 소개합니다. 이 글에 대한 반론도 환영합니다.... 편집자 주)


삼천원의 공포

조회수:686 , 추천:7, 반대:2
강냉이(jbs6733), 2004/04/26 오후 7:22:40


담뱃값이 3000원으로 오르면, 3000원 곱하기 30, 한 달에 9만원을 지불해야 하고, 일 년 열두 달이면 108만원이 됩니다.

연봉 3천만원 받는 이들 중 흡연자들이 부담해야 할 대다수 세금인 담뱃값은 자신이 벌어들이는 일 년 수입의 30분의 1, 3%선이니, 담뱃값 인상한다는 말이 폭죽소리로 들릴지도 모르나, 같은 세금이라도 자신이 벌어들이는 수입 여하에 따라 그것을 피부로 느끼는 것은 다릅니다.

연 수입 1000~2000만원 벌어들이는 이들(월급 150만원선 받는 이들)은 자신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의 6~10%가 담배 세금으로 날아가는 직격탄을 맞아야 합니다. %로 이야기하니 실감이 잘 안날지 모르겠으니, 일 년 열두 달 중 한 달은 담뱃값 벌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한다는 말이 됩니다.

택시, 버스, 트럭, 운전수들, 건설 노동자들, 농민, 어민, 공장 근로자들, 동네 자잘한 가게들, 경비원, 실업자, 피자 닭 중식 각종 배달부, 식당 가게 점원들, 시장 상인들….

담배 세금 내고 안내고, 남녀 차이도 있겠지만 환경 차이도 있습니다. 화이트 칼라(냉난방 설비된 곳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기업 사무직원)들은 동료와 가족 주변 환경 탓에 피우고 싶어도, 하루 서너개비 피울 여건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열린 공간에 근무하는 이들, 즉 현장 노동자들, 건설, 운수, 어업, 농업, 소규모 공장, 작은 사무실이나 방 안에 사는 실업자나 작은 가게 그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나 음식 배달부들, 피우고 싶을 때 주변의 제약을 받지 않는 이들은 담배를 더 많이 피웁니다.

거기에 기계든 건설이든 바다든 운전이든 위험 요소가 있는 긴장해야 하는 직업의 사람들은 정신적 육체적 긴장의 이완으로 흔히 담배를 선택합니다. 전쟁 중 군인이 담배 피워 물고 있는 모습이나,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 태반이 마약 중독자가 되었다는 것도 인위적 환경 속 긴장 완화 자기 보호를 위해, 그 방법이 옳다 생각하지 않으나 자기 보호 방패로 택한 결과라는 역할도 있다 생각합니다. 흡연율이 높은 것은 남북 대치 상황 늘 전쟁이 일어날 것처럼 들볶이던 과거 어딜 가나 경쟁에 시달려야 하는 사람들에게 국가 책임도 어느 정도 있다 생각합니다.

군대에서 담배를 주는 것 역시 피우고 골초가 되라는 게 아니라 경직된 근무 환경에서의 긴장 완화 요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담배 피울 때는 고참 후참 군대 집단의 간섭도 제약도 받지 않고 자기만의 숨쉬기 행동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위험 요소가 더 많은 현장에 있는 이들, 열린 공간에 있는 이들이 담배를 더 많이 피웁니다.

건설현장에서 유일하게 휴식 시간으로 인정하는 것이 담배 피우는 시간입니다. 노동자 서민층인 그들에게 일 년 열두 달 중 한 달을 담뱃값을 벌기 위해 사투를 벌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합니다.

담배가 끊겠다고 끊어지는 것이라면 모르겠습니다. 보건복지부 논리대로 1000원 올리면 6%는 피울 돈이 없어 끊을지 모르나, 나머지 94% 중 서민들은 일 년 열두 달 중 한 달은 순수하게 담뱃값만을 벌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 된다는 소리가 됩니다.



예전 장터에 가면 만병통치약을 파는 떠돌이 약장수가 있었습니다. 그 약 한 병이면 모든 병에서 벗어날 수 있는 듯 사람들을 현혹하곤 했습니다. 21세기 만병통치약은 금연인 듯합니다. 금연을 하면 그들 글에 언급된 147가지인가 하는 병에서 자유로워질 듯 이야기합니다.

금연만 하면 무병장수로 100~150세까지 살 수 있을 듯 이야기합니다. 또 약국에 가면 모든 병의 근원은 감기라 하고 TV에서는 모든 성인병의 근원은 비만이라고 하더군요. 담배가 건강에 좋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암의 원인은 바구미나 음식 안 가린다는 바퀴벌레도 입에 안대는 미국산 밀가루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양념 잔뜩 치고 지지고 볶고 튀기고 구워 음식 본연의 맛을 잊은 채 입 간질이는 맛으로 먹는데, 바퀴벌레도 안 먹는 것을 부침개 만들어 먹고 라면, 국수, 햄버거, 피자, 빵, 만두,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으니 몸이 견디다 못해 암에 걸린다고 믿습니다. 밀가루 1천원짜리 사다가 주방에 일 년 두어도 그대로더군요.

거기에 자동차 매연과 전기 전자파, 공장 굴뚝과 상하수 오염, 스트레스, 서구화된 음식 습관이 겹쳐 비만과 암의 원인이 되는 것 아닌가요. 마치 모든 암의 원인과 죄악이 담배 하나에 있는 양 뒤집어 씌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암의 발병 원인은 담배 피우고 안 피우고의 영향도 어느 정도 있겠으나 부모가 암 발병 전력이 있으면 그 자식도 걸릴 확률이 높다는 유전적 요소에 더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를 본 적도 있습니다.

읍이나 군 단위 가면 ‘지방 경제를 살립시다! 담배는 우리 고장에서'하는 현수막이 있습니다. 그 지방에서 담배를 사면 담배 세금이 그 지방으로 가니 명절날 고향 오거든 그냥 가지 말고 담배 한두 보루 사가면 고향 발전에 도움이 된다, 갈 때 담배 사가라고 현수막을 내겁니다.

보건복지부가 흡연자를 위해 쓸 예산이 부족하다면 흡연과 의료와 관계없이 흘러가는 그런 예산을 보건복지부로 돌리는 게 옳다 생각합니다. 지금 부담하는 세금으로도 벅찬 흡연자들의 기호품을 짓누르려는 의도는 무엇입니까.

돈 있는 이들에게 일 년에 100만원을 담뱃값으로 지불하는 것 어렵지 않겠지만, 일 년 벌이 1000~2000만원 선의 노동자들이 무슨 죄가 그리 많아 일 년 열두 달 중 한 달을 담뱃값을 벌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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