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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보충수업이 급기야는 선생님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3월 2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세원고등학교에서 근무하던 한 고등학교 교사가 보충수업을 하던 중 교단에서 쓰러져 숨지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연간 2백명이 넘는 학생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입시교육이 드디어 교사까지 과로로 숨지게 한 것이다.

'보충수업'의 사전적 의미는 정규수업에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수업이다. 그러나 학교에서 보충수업이란 교육과정이 정한 수업 시간외에 아침 8시부터 시작하는 0교시 수업이나 정규수업시간이 끝난 오후 4시 이후부터 한 두시간 정도 더 하는 수업을 말한다.

보충수업이라면 당연히 교사가 해당과목의 부족한 부분을 수당을 받지 않고 보충해 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학교에서 하는 보충수업은 수학능력고사에 나올 시험문제를 돈을 받고 풀이해 주는 수업이 됐다.

그것도 모든 과목이 보충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다. 국·영·수를 비롯한 대학수학능력고사에 출제되는 과목만을 별도로 수익자부담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공무원이 일과시간 중에 별도의 수당을 받고 있다. 방학 때가 되면 냉난방 시설도 안 된 교실에서 무려 100시간에서 150시간을 실시하고 있다. 보충수업이라는 어감이 좋지 못하니까 특기적성이라고 했다가 다시 수준별 보충수업이라고 바꿨지만 수업 내용이나 질적인 면에서 달라진 것이라고는 없다. 오직 일류대학을 위해 수능점수를 몇 점이라도 더 받기 위해 문제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보충수업은 학교 교육을 망치는 주범이다. 보충수업을 해서는 안 되는 첫째 이유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아침 6시경에 일어나 7시경에 학교도착, 7시 반경 자율학습실시, 8시부터 0교시 보충수업, 그리고 정규수업을 하고 나면 오후 4시가 된다.

수업은 끝났지만 정작 보충수업은 이 때부터 시작이다. 한 두시간의 보충수업이 끝나면 밤 10시까지 자율학습(이름만 자율)을 하고 교문 앞에 대기하고 있는 학원 차를 타고 밤 12시까지 학원에서 다시 문제풀이를 한다. 모든 학생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의 학생들은 학원이 끝나면 독서실로 향한다. 독서실에서 아예 잠을 자는 학생도 있지만 집에 돌아오면 새벽 3시쯤 된다.

자도 자도 잠이 오는 시기가 청소년기다. 하루 서너시간을 자고 아침도 거르고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딱딱한 교실의자에 앉아 자율학습시간에 공부가 된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0교시 보충수업이 시작되는 아침 7시 반 경에는 선생님이 들어와도 잠을 자는 학생이 많다.

보충수업을 하다보면 자세는 공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교묘하게 자고 있다. 오랜 세월동안 단련된 자세(?)다. 이런 상태에서 하는 보충수업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이는 정상적인 판단력이 부족한 사람이다. 효과는 덮어두고서라도 인도적인 차원에서도 목불인견이다.

'교사가 근무시간 중에 돈을 받고 보충수업을 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가?' 하는 문제는 덮어두고서라도 교사들은 0교시 수업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 인문계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은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가정생활이 엉망이다. 과로사로 숨진 세원고등학교 김형석 선생님의 경우처럼 새벽에 출근해 밤10시가 넘어서야 귀가한다.

아버지로서는 아이들과 놀아 줄 시간은커녕 아이들의 얼굴도 보기 어렵다. 잠자고 있을 때 출근해 잠들고 나면 퇴근하기 때문이다. 국·영·수를 담당하는 교사의 경우 초인적인 자기관리가 없으면 건강유지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마산의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국·영·수 선생님의 예를 들어보자. 만약 이 선생님이 원거리에서 출퇴근이라도 한다면 출퇴근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하루 2시간, 주당 23시간(CA, HR포함) 정도 수업을 하고 한 달에 보충수업을 40시간 한다면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체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물론 교사는 수업만 하는 것이 아니다. 끝도 없이 쏟아지는 공문이며 40명 가까운 학생들의 생활지도며 교재연구 등등 인간으로서 기본 체력의 한계를 견뎌내기 어렵다.

학부모들 중에는 자기 자녀가 '학교에 있는 동안은 공부를 잘 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과연 학생이 학교에 머물고 있는 시간동안 교육다운 교육, 양질의 교육을 받고 있는가? 대부분 학부모들은 수능을 앞둔 자녀가 일찍 귀가라도 하는 날이면 불안해 못 견딘다. 질적으로 얼마나 양질의 교육을 받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고 학교에 있어야 안심이 된다는 사람이 많다.

교육이 질적인 면에서 양질의 교육을 하느냐의 여부를 단순히 교사의 개인 책임으로 떠넘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교사 개인에게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잘못된 제도로 교사들도 희생자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2·17사교육경감대책으로 특기적성 교육이 이름만 수준별 보충수업으로 바뀌었다. 부럽게도 서울시의 경우 교육감이 '0교시수업과 강제자율학습을 할 수 없다'고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이러한 방침이 과연 잘 지켜질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대부분 지역에서는 종전의 특기적성교육은 그대로 하고 자율학습시간에 또다시 수준별 보충수업을 하겠다고 한다.

교육부는 보충수업을 강제로 하지말고 학생들의 자율에 맡기고 학교운영위원회를 거치라고 하지만 원칙대로 지켜진 일은 단 한번도 없다. 그러나 이러한 방침은 교육부나 도교육청이 단위학교에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수법이라는 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정규수업에 보충수업, 교재연구, 학생생활지도, 공문서처리 등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교사들에게 '2·17사교육경감대책'은 또 다른 짐을 지웠다. 힘없는 교사들이야 하라면 해야겠지만 이로 인해 교육의 질 문제며 교사들의 건강은 누가 지켜 줄 것인가?

수험생의 부모가 수능을 출제해 말썽이 일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교육부가 교육을 보는 수준이 어떨지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사교육비를 줄이면 교육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아는 수준이라면 학교 교육을 방송과외에 맡기는 몽매함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학부모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를 잘못 건드리면 득표에 손해를 볼까 그런지는 몰라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교육부의 수준이다. 이제 교육개혁은 교육주체에 맡겨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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