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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0일 광화문 촛불문화제엔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였을까. 경찰과 행사주최측인 '탄핵무효 부패정치 청산을 위한 범국민행동'의 추정치는 천양지차다. 또 각 언론이 보도한 참가인원 역시 큰 차이가 난다. 경찰은 어떤 방식으로 행사 인원을 추정하고, 각 언론사들은 어떤 근거로 이를 보도하는 것일까. <오마이뉴스>는 3.20 행사에 참가한 인원의 근접치를 알아보기 위해 다시 현장으로 들어가 보았다... 편집자 주)

▲ 서울시청앞 플라자호텔에서 내려다본 촛불문화제 전경. 광화문-서울시의회-서울시청-덕수궁 대한문앞까지 촛불의 바다를 이루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경찰 - 13만명
* 범국민행동 - 25만명
* 조선, 동아, 중앙, 한국, 서울 - 13만명(경찰추산 인용)
* 경향신문 - 15만명
* 오마이뉴스 - 20만명
* 한겨레신문 - 30만명


위 내용은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에서 벌어졌던 '3.20 탄핵무효를 위한 100만인 대회' 참가인원을 각 신문사와 경찰, 주최측에서 추산한 것이다.

'탄핵무효 부패정치 청산을 위한 범국민행동(아래 범국민행동)'이 주최한 이날 행사는 우리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을 보여주는 신명나는 축제한마당이었다. 참가자들은 무대차가 설치된 광화문 사거리부터 시청을 지나 한화빌딩 앞까지 수십만개의 촛불을 밝혔다.

언론사들의 촛불행사 보도는 그 양과 논조에서 현격히 차이가 났다. 참가인원에 대한 추정치도 중구난방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총선 전 마지막 대규모 촛불행사인 27일에도 마찬가지였다.

언론에서는 3만5천명부터 8만명까지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참가인원을 산출해 기사화했다. 이날 행사 참여인원에 대해 경찰에서는 4만명, 주최측에서는 8만명이라고 각각 발표했다.

이렇게 언론사별로 참가인원 수치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독자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오마이뉴스> 독자의견란에는 "언론사별로 참가자 인원이 달라 혼란스럽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탄핵 무효'를 외치며 촛불바다를 연출한 지난 3월20일, 광화문엔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참가한 것일까.

경찰 "1평, 앉으면 6명 서면 12명"

우선 경찰은 당일 행사에 참가한 인원을 13만명으로 추정했다. 이같은 경찰의 추정치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계산됐다.

"1평(약 3.3㎡)당 사람들이 서 있을 경우 12명, 앉았을 때는 6명. 이를 기초로 총면적 대비 인원 산출했다. 당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 설치된 무대와 행렬 맨 끝인 플라자호텔까지의 거리는 560미터. 도로 폭이 인도 포함해서 100미터인 것을 감안하면 시민들이 당일날 들어찬 공간은 대략 16940평. 앉아있을 경우를 산정한다면 10만1820여명. 경찰은 여기에 3만여명을 추가해 최종적으로 13만명이라는 추정치를 도출했다. "

현장에서 참가인원을 확인하는 종로경찰서 정보과 관계자는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경험적으로 거의 정확한 수치"라며 "경험적인 것이 가장 과학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참가자의 수효를 추정하기 위해 행사가 시작되면 몇몇 관계자는 현장이 보이는 건물 옥상에 배치한다고 한다. 이미 1평 당 몇 명이라는 수치가 나와있기 때문에 행사 참가인원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차있는지 알면 면적대비 추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20일의 경우, 경찰에서는 무대차가 있는 광화문 4거리에서부터 프레스센터, 시청, 플라자 호텔 등 주요 지점까지의 데이터를 미리 정리해왔다고 한다.

이렇게 옥상과 행사장에서 취합된 내용은 현장 지휘자에 의해 최종 수치가 정해진다. 하지만 이번 기사를 위해 이야기를 나눴던 경찰관 중에 '1평당 앉았을 때 3, 4명, 섰을 경우 6, 7명'으로 계산한다는 경우도 있어 과연 정확한 방법인지 의문시되기도 했다.

범국민행동 "경찰 추산 두 배면 정확할 것"

그렇다면 범국민행동은 어떤 방식으로 인원을 추정했을까. 경찰과 범국민행동측의 참가인원 추정 수치는 무려 12만명이나 차이가 난다.

"지난주 평일 촛불행사에서 우린 700명이라고 추산했는데 경찰이 300명이라고 했다. 경찰에서 너무 적게 발표한 것 같아 우리측 감사와 경찰이 함께 사람 수를 셌다. 결과는 720여명이었다. 우린 경찰에서 추산하는 것의 두 배가 맞다고 생각한다."

범국민행동 김혜애 상황실장의 말이다. 범국민행동측은 '의도적으로 참가인원을 줄인다'는 생각이다. 이는 대부분 시위나 집회를 주최했던 단체 관계자들에게서 쉽게 들을 수 있는 표현이다.

'20일 추산한 25만명은 어떻게 나왔는가'라는 질문에 김 실장은 "월드컵 등을 거치며 경찰에서는 광화문 사거리에서 시청까지면 꽉 차면 20만명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화빌딩까지 25만명이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경찰 추산은 인도에 서 있던 사람들과 유동인구, 어린이 등은 계산하지 않은 것"이라고 경찰추산에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실제로 당일 현장에 있던 경찰의 한 관계자도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경찰은 광화문에서 시청까지 사람들이 꽉차면 20만명이라고 했다"는 말을 전해들은 바 있다.

이에 대해 경찰측은 "우리는 부풀리거나 늘리거나 할 수 없다"면서 "면적 대비 인원이 나오기 때문에 그럴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27일 저녁 광화문네거리에서 종로방향으로 도로를 가득 메운 수만명의 시민들이 탄핵무효 촛불문화제에 참가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취재기자 "경찰과 주최측 추산의 반"

현장 취재기자들은 보통 경찰측과 주최측 추산을 모두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경찰측에선 참가인원을 줄이고 주최측에선 인원을 늘려 발표하려 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3·20 촛불행사를 취재했던 경향신문 기자는 "보통의 경우에는 주최측 추산과 경찰 측 추산의 중간치를 잡는다. 이유는 기본적으로 경찰은 참가인원을 줄이려고 하고 주최측은 늘이려고 하기 때문"이라며 "엄밀히 말하면 둘 다 병기해야하지만 보통의 경우 중간으로 잡는다"고 말했다.

한겨레신문 기자 역시 "소규모의 경우 우리 스스로 판단이 가능하지만 대규모 행사는 쉽지 않다. 통상적으로 주최측은 늘리고 경찰은 줄이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결정할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오마이뉴스> 추산 '1평에 8명 앉을 수 있다'

3.20 행사 이후 <오마이뉴스>는 몇몇 취재 기자들과 수학전문가에게 문의해본 뒤 현장조사 등을 실시했다.

경찰의 기준이 되고 있는 1평(1.8×1.8=약3.3㎡)에는 도대체 몇 명이나 들어갈 수 있을까.

직접 확인해본 결과 앉았을 때 약 8명, 섰을 때 약 15명은 넉넉히 들어갈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측 추산 방법보다는 많은 수치가 나온다.

이 실험에는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동원됐고 특히 이 안에는 비교적 체격이 큰 남자(176cm-97kg)도 포함됐다. 실제 행사 당일에는 시청 앞까지 사람들이 빽빽히 앉아있었고, 자원봉사단들은 "자리가 너무 비좁으니 뒤쪽으로 대열을 물려야 한다"는 주문을 계속하고 다녔다.

경찰은 당일 행렬의 맨 끝을 플라자호텔이라고 밝혔지만,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한 행렬의 끝 지점은 이 곳을 지나 한화빌딩까지 이어졌다.

<오마이뉴스> 취재팀은 직접 차량을 이용, 광화문 사거리부터 한화빌딩까지 거리를 재보았다. 당일 행렬 양 끝의 거리는 600m. 해당 구청 도시계획과에서는 차도와 인도를 포함한 폭은 약 100m라고 밝혔다.

행사 당시 대부분 앉아있었기 때문에 평당 8명으로 계산해본 결과, 총 14만5천여명이라는 수치가 나왔다. 경찰 추정치보다 1만5천여명이 많은 인원이다. 또 당시 행사장 근처 인도와 행렬의 가장 뒷부분에는 상당수 참가자들이 서있었다. 동화빌딩 코리아나호텔과 건너편 프레스 센터 등 건물 앞엔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서있었고 건물 사이 골목까지 참가자들이 가득 차 있었다.

이를 더하면 최소한 3-4만명은 추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17만5천명-18만5천명정도의 시민이 참가했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유동인구까지 포함하면 참가인원은 더 늘어날 것이다. 참고로 3·20 행사 당일 인근 지하철역(광화문, 시청, 종각 등)을 이용한 승객은 평소보다 최대 두 배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특히 광화문 역은 행사가 진행될 때 무정차로 지나갔음에도 평소 유동인구 2만3천여명에서 5만3천5백여명으로 두배 이상 이용객이 늘었다.

<오마이뉴스> 기자는 3·20 촛불행사 때 참가자들의 수를 헤아리기 위해 대열 앞쪽 한 줄에 앉아 있는 사람이 대략 몇 명인지 세어봤다. 그 결과 약 120여명. 1m에 두 줄 정도가 앉을 수 있다고 한다면 약 14만 4천여명으로 앞의 계산과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여기에 서있던 사람들과 유동인구를 포함하면 위의 계산법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난 27일 광화문 촛불행사에 모인 참석자 수는 얼마나 됐을까?

이날 참가자들은 인도를 포함해 폭 40여m의 도로, 교보문고 빌딩 앞에서 종로1, 2가 4거리까지 420여m를 가득 메웠다. 오마이뉴스가 도입한 방식을 대입해보면 27일 촛불행사 참가인원은 최소 4만7000여명. 유동인구와 자리에 선채 행사에 참가했던 인원을 제외한 수치다. 경찰은 당시 27일 참가인원을 3만5천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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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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