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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핵무효 부패정치청산 민주개혁 완성'을 위한 서명 참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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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흰 아니야'를 작곡한 송앤라이프 운영자 윤민석씨.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래도 너흰 아니야! 너흰 아니야! 너흰 나라를 걱정할 자격없어 / 채권에 사과상자에 이제는 아예 트럭채 차떼기로 갈취하는 조폭들 / 그래서 너흰 아니야! 너흰 아니야! 제발 너흰 나라걱정 좀 하지마 / 너희만 삥 안뜯어도 경제는 살아날거야, 너희들은 아니야!"

요즘 광화문 촛불문화제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곡은 '너흰 아니야'다. 이 노래만 나오면, 참가자들은 흥이 오른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발을 구르고 촛불을 흔들며 몸을 푼다.

가사는 다소 길지만 '그래도 너흰 아니야'라는 후렴 부분의 가사와 멜로디는 귀에 쏙쏙 들어온다. 심지어 현장에 나온 전경이 흥얼흥얼 따라부를 정도다.

이 노래를 만든 사람은 민중가요 작곡가 윤민석씨(40). 인터넷 민중가요 사이트 <송앤라이프>(www.songnlife.com)의 대표인 그는 이미 '전대협 진군가' 'Fucking USA', '기특한 과자' 등의 작곡가로 유명한 인물이다.



윤씨는 "'너흰 아니야' 때문에 사이트 이용자가 늘면서 접속이 안된다는 항의전화도 많이 받았다"고 전한다. 현재 송앤라이프 사이트는 "접속자 폭주로 노래듣기가 원활하지 않다"는 공지가 떠있다. 사이트 자유게시판에는 "가사가 너무 와닿는다, 속이 시원하다"는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윤씨는 최근의 인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런 관심은 휘발성이 강하고 조회수에 상관없이 꾸준히 노래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다른 '87년 세대'처럼 윤씨 역시 다시 만들어진 광장이 반갑다. 윤씨는 "언젠가 벗들에게 '함께 하자, 종철이 한열이 살려내러 시청 앞으로 가자'고 하면 같이 갈 것을 믿었다"며 "집회장에서 (옛 친구를) 만나보면 옛날이랑 똑같은데, 자기들과 똑같이 생긴 애를 옆에 끼고 있다"고 말했다.

윤민석씨는 최근 문화제 형식의 '탄핵무효 부패정치청산 국민대회'에 대해 100점을 매겼다. 시민들은 문화적 역량이 충분하고, 주최측은 판만 만들어주면 된다는 것이다.

다만 이후에 보수세력이 경찰과의 충돌을 야기하거나 때아닌 북풍 때문에 분위기가 식을까봐 걱정이 된다. 지난 87년에도 6.29 선언 이후 급속히 투쟁이 정리됐던 뼈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대에 다 못 끝내서 40대에 다시 나왔는데, 이번엔 정말 쫑내야 한다"며 "60대엔 허리아파 못 나선다"고 웃었다.

'민중가요'를 이어가는 힘은 당신의 '작은 도움'

적게는 수천 명, 많게는 수만 명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어깨 움츠리고 살았던 서민들에게 통쾌한 웃음과 희망을 던져주는 윤민석의 노래들. 많은 이들의 관심과 애정 속에서 서있는 윤씨지만 '노래가 밥이 되어주지 못하는 현실'은 그 역시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작은 도움이 사이트 운영비과 스튜디오 임대료 등으로 고민하고 있는 윤민석을 도와주는 동시에 이 땅에서 민중가요가 살아남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해줄 것이라는 믿는다.

알려주기 싫다는 윤씨를 설득해 겨우 후원금 계좌를 알아냈다. 그의 노래를 공유하는 것에서 느낄 수 있었던 즐거움만큼만 송앤라이프와 윤민석을 돕자고 감히, 말하고 싶다.

후원계좌: 국민은행 088-21-0634-637(예금주 송은영)


다음은 윤씨와의 일문일답.

"탄핵 소식에 꺽꺽 울면서 노래 만들었다"

▲ 윤민석씨.
ⓒ 오마이뉴스 권우성
- 2월에 몸이 안 좋아 입원했다고 들었다. 최근 근황은 어떤가.
"지금도 통원치료받는다. 아픈데, 나쁜 놈들 때문에 맘놓고 아프지도 못한다. 토요일에는 광화문에도 못나가고 노래를 만들었다. 나는 노사모도 노빠도 아니고, 이라크 파병이나 FTA 비준에 반대하는데, 지금 저 더러운 (국회의원) 놈들이 탄핵을 외칠 수는 없다."

- '너흰 아니야'의 인기를 실감하나.
"사이트 접속자가 많아 듣기는 고사하고 다운로드 받기도 안 된다. 환갑 맞는 분이 전화를 해서 '내가 인터넷 배운지 얼마 안되는데 힘들어 죽겠다, 서버 얼마냐, 내가 사주겠다'고 하더라. 몸값 키우려 그런다고 오해하는 분도 있었다.

'너흰 아니야'가 뽕짝 스타일이고 당김음도 많아서 따라부르기 쉽지는 않은데, 사람들이 함께 부르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은혜받고 영빨 충만해졌다.(웃음) 그러나 이런 관심은 휘발성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조회수나 다운로드 수에 연연하면 안된다. 꾸준히 필요한 노래, 하고 싶은 얘기를 해야 한다."

- '가사에 공감한다, 속이 다 시원하다'는 의견이 많다.
"가사의 플롯을 짜고 배치하고… 노래 한 곡 만들고 나면 반 시체가 된다. 그만 두고 싶은데, 계속 불러주면 그만 못 두겠고, 내 팔자가 그렇다. 내가 감성적인 부분이 있어서,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노래가 안 나온다. '너흰 아니야'는 서청원씨 때문에 만들었다.

'너흰 아니야' 1절과 2절이 각각 '모 당'과 '모 신문'에 대한 이야기다. (2002년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된)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어' 때문에 오랫동안 활동을 못해서, (너희가 누군지는 안 밝히고) 개짖는 소리를 넣었다."

- 탄핵에 반대하는 노래들도 벌써 두 곡이나 만들었다.
"'격문 2', '대한민국을 위하여' 두 곡 다 하루만에 만든 곡이다. 딱 이번 싸움용으로 만들었다. '대한민국을 위하여'는 노랫말 쓰다가 꺽꺽대며 울다가 (진이 빠져) 퍼져있다가 힘들게 만들었다. 종철이, 한열이, 자살한 학교 친구, 문익환 목사님 생각이 나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동세대 친구들 잊은 적 없다... 보수세력이 야기하는 충돌 조심해야"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윤민석 새노래 '헌법 제1조'

17일 촛불문화제에서는 작곡가 윤민석씨의 신곡이 발표됐다. '헌법 제1조'라는 이 노래는 말 그대로 대한민국 헌법 제1조의 내용을 가사로 담았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가 반복되어 외우기도 쉽고 부르기도 쉬운 노래. 이 곡에는 국회의원이 아닌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권력에 대한 윤씨의 바람이 담겨있다.
- '너흰 아니야'도 그렇고, 80년대와는 민중가요의 정서나 노래판이 달라진 것 같다.
"짱돌과 화염병이 나오던 80년대에는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구속, 감옥이라는 단어가 따라붙었다. 우리라고 왜 안 무서웠겠냐. 그러다보니 노래도 비장하고 투쟁적이다. 지금이라고 수구꼴통들이 변한 것은 없지만 선배열사들이 길을 닦은만큼 발전했다.

우리 세대는 '하고 싶은 일'과 '해야하는 일' 중에서 '해야하는 일'이 늘 이겼다. 행복한 느낌이 되면 나도 모를 누군가에게 미안하다. '종철이는, 한열이는 나를 보면 뭐라고 할까' 늘 그런 생각을 한다. 동세대의 죽어간 친구들을 한번도 잊은 적이 없었고, 나를 통해 이야기하기를 바래왔다."

- 집회 문화도 달라졌다. 최근 광화문 촛불문화제를 어떻게 보나. 아쉬운 점은 없나.
"날도 추운데 열정 가지고 나온 분들에게는 우리 힘을 확인시키고 보람을 주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다. 10만 가깝게 모여있는데 계속 연사가 나와서 토론할 수 있냐. (예전처럼) 국민들을 가르치려고 들면 안된다. 노래 만들 때도 국민에게 배운다. 인터넷을 보면서 독자의견 중에 반짝거리는 지혜를 발견한다.

시민들 역량으로 계속 갔으면 한다. 노래 만드는 분 노래 올리고, 사진찍는 사람 사진 찍고… 주최자는 판만 만들면 된다.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멋진 의사소통의 장이 될 수 있다.

우려가 되는 것은, 대회에 나오는 사람 숫자가 줄고 보수세력이 경찰과의 충돌을 야기할 것이다. 사소하더라도 충돌이 있거나 (우익단체의) 노인분이 조금이라도 다치면, '노인 폭행' 이런 게 신문 전면에 뜰 테고, 분위기 식는 것은 금방이다. 또 훈련 중인 미국이 이북을 자극해 북풍이 불 수도 있다. 상식을 팽개쳐 버린 집단은 설마 싶을 때 뒤통수를 치고 등에 칼을 꽂는다. 87년 때도 6.29 선언으로 급속히 (투쟁이) 정리됐다."

▲ 윤민석씨.
ⓒ 오마이뉴스 권우성

"언젠가 벗들이 나올 거라고 믿었다"

- 이번에 많은 87년 세대가 거리로 나왔다.
"우리 세대는 정말 열심히 싸웠는데 제대로 된 승리를 가져본 적이 없다. 그러다보니 부채감은 있는데 시니컬하다. 사회에 적응도 했고. 괴리감 때문에 가끔 힘들어도 '사는 게 다 그런 거 아니냐'고 변명을 한다.

그러나 이번 탄핵에는, 종철이가 죽었을 때처럼 두 눈에 불길이 일었을 것이다. '사는 데 찌들어서 이런 사이트(송앤라이프)가 있는지도 모르다가 후원한다'는 메일도 많이 받았는데 눈물겹더라. 솔직히 외롭고 힘들었으니까. 집회장에서 만나보면 옛날이랑 똑같은데, 자기랑 똑같은 애들를 옆에 끼고 있다. 다들 배도 나오고, 부장 티도 나고. (웃음)"

- 동 세대에 대해 실망은 없나?
"386이라고는 해도 많은 스펙트럼이 있다. 누구는 '저 좋은 일 한다고 가족 고생시키는 철부지 가장'이라고 날 조롱하기도 했다. 사실 마음이 아프고 억울했지만, 언젠가 힘들게 계기를 만들어서 벗들에게 '함께 하자, 종철이 한열이 살려내러 시청 앞으로 가자'고 하면 같이 갈 줄로 믿었다. 그리고 지금 그렇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앞장서서 선전선동했던 사람들이 그 말에 책임을 못 지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많이 밉다."

- 이후 송앤라이프의 장기적 계획은 뭔가.
"워낙 후원자에게 빚이 많아서 장담은 못하는데…. 지금 '송앤라이프'가 윤민석 노래 발표장처럼 되어있는데, 다른 창작자나 후배들도 챙기고 싶다. 창작자별로 폴을 만들고 단돈 몇 백원이라도 후원도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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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흰 아니야'의 악보
ⓒ 송앤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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