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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갯소리 하나. 제주 고(高)씨의 시조는? 정답(?)은 '고르바초프' 초대 러시아 대통령이다.

제주도 출신 인사들이 강조하는 이 우스갯소리는 고르바초프 전 러시아 대통령·부시(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양상쿤(楊尙昆) 전 중국 국가주석 등 제주 출신의 세계적 저명인사인 고·부·양씨가 그들의 시조(始祖)가 태어난 삼성혈(三姓穴)이 있는 제주도에 다녀간 만큼 이제 APEC 정상회의만 개최하면 세계적 관광휴양도시로서 손색이 없다는 것.

이는 제주도가 2005년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유치에 이런 우스갯소리를 동원할 만큼 유치를 둘러싼 지방자치단체들간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얘기이다.

과열경쟁 우려한 청와대, 우려를 표명하고 '교통정리' 나서나

그래서인지 권오규 청와대 정책수석은 8일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 선정과 관련 "부산과 제주간의 경쟁 분위기가 과열되고 있다"면서 "개최도시 선정이 되지 못하는 경우 통상장관이나 재무장관회의 등 다른 국제회의를 분산 개최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고 밝혀 주목된다.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한 권오규 정책수석은 현안보고에서 "APEC 개최도시 선정과 관련해 이홍구 위원장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절차에 따라 하고있다"며 "그러나 APEC 기획단에게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하겠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청와대측이 이처럼 과열경쟁에 우려를 표명하고 '교통정리'를 하고 나선 것은 부산시와 제주도가 APEC 회담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 서울시 또한 부산·제주처럼 외형적인 유치활동은 벌이지 않고 있지만 내심으로는 APEC 유치를 기대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 9월 APEC 부산유치 범시민추진위원회를 발족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APEC 회의 부산 유치를 위한 태스크포스 팀를 구성했다. 부산시는 이미 135만명에게서 지지 서명을 받았다. 부산시는 이 달에도 APEC 유치 기원 특별경륜경기(5일)에 이어 APEC 유치 기원 만세행진(13일) 등의 관련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제주도는 올해 1월 150개 단체로 범도민운동본부를 결성했으며, 100만명 서명운동을 벌여 현재 36만 명에게서 서명을 받았다. 제주지역 7개 대학 총학장과 지방의회, 청년회, 해병전우회 등이 APEC 유치 결의대회를 갖기도 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시의회, 한국무역협회, 서울상공회의소, 코엑스 등과 APEC추진위를 구성한 것 외에 외부활동은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서울시는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 등 국제회의장과 1급 숙소를 갖추고 있으며 대규모 행사를 유치한 경험이 있어 부산시나 제주도보다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서울·부산·제주도 3개 광역단체 APEC 유치에 총력전

서울·부산시와 제주도 등 3개 광역단체가 APEC 유치에 매달리는 이유는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물론 국제적 홍보효과도 엄청나기 때문. 제주도는 APEC 회의를 유치할 경우 세계적인 관광휴양도시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PEC 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 대규모 투자 유치와 국제자유도시 개발에 촉매제가 될 것이란 기대이다.

부산시는 부산이 동북아 물류 중심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라도 APEC 회의 유치는 필수적이라는 것. 부산시는 울산시, 경남도, 경북도 등 인근 광역단체와 연합해 지역산업의 외자 유치와 관광산업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APEC 회의는 '국가 대 국가'의 만남인 만큼 한국을 대표하는 '수도 서울'이 주축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APEC 회의를 유치할 경우 한국과 서울의 브랜드를 강화함으로써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해지자 APEC 기획단은 개최도시 선정에 엄정 중립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월 16일 부산항만공사 출범식에서 "APEC 정상회의는 지방도시에서 개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언급해 '형평성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상회의 유치 경쟁에서 떨어진 도시에게 APEC 관련 다른 국제회의를 분산 개최토록 하는 것도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주는 선심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크다. 또 이는 경쟁이 치열해 유치를 포기한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저항을 불러일으킬 소지도 크다.

현재 '2005년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 선정위원회'는 이홍구 전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해서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등 민간위원 12명과 권오룡 행자부차관보 등 정부위원 6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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