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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매일>이 내년 1월 1일부터 <서울신문>으로 다시 제호를 환원한다. 사진은 서울 태평소 소재 <대한매일> 사옥.
ⓒ 오마이뉴스 이종호
<대한매일>이 내년 1월 1일자로 <서울신문>으로 되돌아간단다. 98년 11월 11일 <서울신문>에서 <대한매일>로 제호를 바꾼 지 5년만의 일이다. 그들 나름으로는 고민과 논란 끝에 내린 결정이겠지만, 내가 보기엔 한마디로 어리석은 짓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나는 지난 98년 8월 1일자로 <중앙일보>에서 <서울신문>으로 일자리를 옮겼다. 내가 직장을 옮긴 이유를 여기서 구구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그 하나를 들자면 서울신문이 과거 '정권의 나팔수'라는 오명을 씻고 구한말 민족지 <대한매일신보>의 뿌리를 되찾아 정론지로 거듭나겠다는 계획(각오)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였다.

내가 입사한지 얼마 안돼 회사 내에 '대한매일신보 뿌리찾기'를 위한 무슨 위원회 같은 조직이 꾸려지는 등 제호변경을 위한 준비작업이 진행됐다. 또 지면에서는 외부 언론학자의 기고 등을 포함, 과거 대한매일신보 뿌리찾기 작업이 이어졌다. 당시 제호변경은 정부기관지 서울신문의 재탄생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서울신문 11월 6일자에 「서울신문 영욕의 53년 나래 접으며」라는 제목의 일종의 '반성문'이 실렸다. 이 글은 당시 편집국장으로 있던 황병선씨가 직접 쓴 것이다.(아래 상자기사 참조) 황 국장의 글 옆에는 당시 이경형 정치담당 부국장과 박강문 문화담당 부국장이 쓴 서울신문의 '명암'에 대한 상자기사가 덧붙여져 있다.

@ADTOP@
'서울신문 반성문' 쓸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다시...

자화자찬 같지만 황 국장의 반성문이 실린 데는 내 공로가 적지 않다. 당시 특집부 소속 평기자로 있으면서 '친일의 군상'을 연재하고 있던 나는 황 국장에게 제호를 대한매일로 바꾸기에 앞서 과거 서울신문 시절의 부끄러운 역사에 대해 겨레와 독자 앞에 사과하고 참회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는 과거 일제하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가 해방 직후 자사 지면을 통해 독자들에게 사과문을 발표한 사례를 들면서 거듭해서 황 국장에게 사과문 게재를 주장했는데, 결국 황 국장이 이를 받아들여 6일자에 반성문을 실은 것이다.

황 국장의 사과문은 상당히 진솔했다. 큰 신문사들이 부끄러운 과거사에 대해 입다물고 버티고 있는 한국적 상황에서 서울신문의 반성문은 언론계에 잔잔한 파문을 던진 바 있다. 서울신문은 나름대로 그런 반성의 절차를 거쳐 구국 항일지 대한매일의 제호를 되찾은 것이다. 이로부터 5일 뒤인 11일자로 서울신문은 대한매일로 제호를 환원했다.

물론 대한매일로 제호를 바꿀 당시에도 사내에서 반대가 없진 않았다. 그러나 대한매일로 제호를 환원하는 대의명분을 거부할 명분은 없었다. 과거 서울신문의 속성에 익숙한, 즉 수구성향의 기자들은 50년 넘게 써온 서울신문 제호에 강한 애착을 표했지만, 개혁과 시대변화의 물줄기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바꾼 제호 대한매일이 다시 서울신문으로 되돌아간단다. 꼭 5년만이다. 무슨 특별한 사유가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들리는 바로는 제호를 다시 바꾸려는 사람들은 대한매일이라는 제호가 좀 구식 냄새가 나는 데다, 또 평이야 어떻든 서울신문이라는 제호가 널리 알려져 있어 사업상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미디어오늘>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서울신문으로의 제호 환원을 비판하는 글을 쓴 한 기자가 회사측으로부터 감봉 3개월의 징계조치를 받았다고 한다. 징계위원회는 이 기자의 글이 6가지 점에서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했다고 미디어오늘은 보도하고 있다.

@ADTOP_1@
제호 환원 비판한 기자에게 감봉 3개월 징계

많은 사람들은 과거 서울신문이 정부지배 소유구조만 바뀌면 좋은 신문이 탄생할 줄로 믿었다. 국민의 정부 시절 대한매일 안팎의 다각적인 노력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지금 많은 사람들이 대한매일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입을 모으지는 않는다. 문제는 대한매일 내부에서 인적·구조적 혁신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서울신문으로 제호를 바꾸자고 주장하고 또 결정내린 대한매일 경영진과 기자들에게 묻고 싶다. 지금 그대들이 만드는 신문이 과연 이 냉엄한 신문시장에서 어떠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 자문해본 적이 있는가? 서울신문으로 제호만 바꾸면 살 길이 생기는가?

서울신문에서 대한매일로 제호가 바뀐 뒤 나는 국내 언론사상 처음으로 친일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특별기획물 '친일의 군상'을 비롯해 '의열투쟁' '항일유적지 답사' 등 민족사를 다룬 기획물과 또 학술/미디어면 등을 통해 구한말 민족지 대한매일신보의 시대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미력을 다했다고 자부한다.

특히 보수성향의 '조중동'에 맞서 '한경대'(한겨레·경향신문·대한매일)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당사자로서 대한매일이라는 제호가 이렇게 무참하게 무너지는 작금의 형국을 지켜보면서 서글픈 심정을 감추기 어렵다.

끝으로 조만간 서울신문 사원들이 될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하겠다. 대체 대한매일이 어떤 신문이었는지 당신들이 제대로 알기나 하는지. 독재정권의 기관지였던 서울신문에 입사한 당신들이 과연 대한매일을 입에 담을 자격이나 있다고 보는지. 권컨대 이제 더이상은 대한매일을 욕보이지 말라. 그 길만이 더 큰 죄를 짓지 않는 것임을 알라.

98년 편집국장의 '반성문', <서울신문 영욕의 53년 나래 접으며>

▲ 서울신문 시절 과오에 대한 편집국장 명의의 '반성문'이 실린 98년 11월6일자 <서울신문>

이 글은 지난 98년 11월 6일자 <서울신문>에 실린 내용으로, 당시 편집인 겸 편집국장이었던 황병선씨가 쓴 것이다. 골자는 <대한매일>로 제호를 바꾸기에 앞서 과거 <서울신문>의 과오를 공개적으로 반성하고 독자들에게 사과한 내용이다....편집자 주


서울신문이 지령 16851호, 1998년 11월 10일자를 마지막으로 영욕 53년의 나래를 접습니다. 11일자로 우리의 뿌리, 자랑스런 항일 민족정론지 대한매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수십만 독자와 함께 해온 서울신문 반세기를 마감하며 지난날의 정도(正道)를 벗어났던 일들에 대해 냉혹한 자기반성을 하고자 합니다.

시대에 따라 국민과 독자의 애증(愛憎)이 교차되는 시선 속에 우리 서울신문 가족들은 땀과 눈물로 서울신문을 가꾸고 키워왔습니다. 53년의 연륜을 지닌 서울신문 제호를 새시대 역사의 흐름 속으로 띄워보내며 회한(悔恨)이 서리지 않을 리 없습니다.

서울신문은 6·25전란(戰亂) 가운데서도 진중신문을 발행하여 국민들에게 전황을 알려주는 사명감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사회의 밝은 면을 부각시키고 약자를 부축하는 억강부약(抑强扶弱)에도 힘썼습니다. 환경지키기에 앞장서고 농촌경제 발전을 지원했습니다.

한글 전용신문 발행과 학자·문필가·예술가 지원 등 민족문화 발전에도 기여했습니다. 그래서 강한 사회면, 격조높은 문화면으로 언론계의 선두에 서기도 했습니다. 자본에 휘둘리거나 상업적 사익(社益)에 얽매이지 않고 국익을 우선하는 논조, 센세이셔널리즘에 흐르지않는 품위를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신문은 결코 스스로에게 관대(寬大)하려 하지 않습니다. 서울신문 구성원 개개인의 잘못은 아니었다거나 소유구조상 불가피한 일이었다는 등의 변명은 하지 않으려 합니다.설령 열을 잘했다고 해도 하나의 잘못이 그대로 용서되는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성의 아픔이 클수록 재탄생하는 대한매일의 정론(正論)을 향하는 발걸음이 곧고 굳건한 것임을 믿기 때문입니다.

자유당 정권의 나팔수로 검은 것을 희다고, 흰 것을 검다고 한 부분에 대한 응징으로 4·19 민주혁명 당시 사옥이 불태워지기도 했습니다. 군사정권의 정통성을 뒷받침하며 언론의 본분을 벗어난 세월이 있었음을 솔직히 인정하며 참회하고자 합니다.

한 세기 한국언론사에 이토록 진솔하게 과거의 잘못을 고해(告解)한 언론사가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비극적 식민지 역사 속에, 그리고 권력의 부침(浮沈)속에 교언영색(巧言令色)의 생존술과 상술로 견강부회(牽强附會)해오며 민주언론의 선봉을 자처하는 사례가 없지 않음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솔직한 참회를 재탄생하는 대한매일 앞날의 밑거름으로 삼고자 합니다. 언론의 본분을 지키는 데 피와 땀을 흘림으로써 과거의 잘못들을 속죄코자 합니다.

서울신문은 이미 공익정론지 대한매일로서의 변신을 시작했습니다. 재경부 포항제철 한국방송공사가 대주주인 소유구조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제작과 경영에 일절 간여치 않는다는 확고한 의지를 천명하고 이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편집권 독립에 관한 노사(勞使)합의라는 공정보도의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습니다.

우리의 이같은 처절한 자성과 제도적 장치를 바탕으로 어느 편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공익(公益)정론지 대한매일로 재탄생할 것임을 국민과 독자 앞에 다짐합니다. 날카로운 시선과 애정의 질책으로 대한매일을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편집인·편집국장 黃炳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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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간 언론사에서 근무했고, 친일청산 등 역사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평소 그 무엇으로부터도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글쓰기'를 갈망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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